[사람사는 이야기] 구리시아동보호전문기관 조성제 과장

권순정 2026. 9. 2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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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없어 한계… 비뚤어진 부모 가장 어렵다”

아동학대 재발방지·트라우마 치료
양육 포기 선언 땐 복지사도 ‘난감’
복지사 처우 열악… ‘무던함’ 버텨


“아이들에게 믿을 만한 어른이 되어주자는 것이 저희 구리시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구리아보전)의 신념입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서학대·신체학대·성학대로 구분되는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재발방지 및 트라우마 치료를 통해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종적인 목표는 가정의 제 기능을 강화해 아이가 따뜻한 가정에서 양육되도록 하는 데 있다.

숭고한 목표와 달리 아보전 사회복지사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전국 아보전 평균 근속연수 3년은 그 결과물이다.

조성제 구리아보전 과장은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구리아보전으로 이직한 후 5년째다. 그는 장수(?) 근속 비결을 사명감이 아닌 무던함으로 꼽았다. 조 과장은 “아동학대라고 판정한 경우 아보전에서 사례관리를 시작한다. 갈등의 골이 깊고, 많은 경우 아동 스스로 신고하기 때문에 부모는 배신감을 느낀다. 이 상황에서 사회복지사들이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부모에게 연락하면 대부분 거부한다. 시작부터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을 그러려니 해야 이 일을 계속하고 보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보전이 궁극적으로 ‘가정 기능 회복’을 목표로 삼지만, 비뚤어진 부모를 설득하기는 매우 어렵다.

최근 구리아보전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초등학생을 병원치료를 반대하는 부모로부터 어렵게 구조했다. 양아버지와 친어머니 가정에서 동생이 태어나며 고립된 이 초등학생은 친어머니마저 자신을 돌보지 않자 스스로를 학대하는 방법을 택했다. 구리아보전이 오랫동안 사례관리했지만 아이 상태 악화를 막을 수가 없었다. 부모가 바뀌지 않으면 아이는 가정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조 과장은 “아이를 치료하고,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를 연결하면 좀 더 나아질 것 같은데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아보전에는 공권력이 없다. 가정방문이든, 치료를 지원하든 부모가 거부하면 비집고 들어갈 힘이 없다. 여기서 현실적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재학대가 발생하자 부모는 아이 양육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일시 분리 중인 아이에게는 차마 전하지 못했다. 조 과장은 “구리아보전 내에서 당혹스럽고 난감한 감정을 모두가 공유했다. 부모가 자식을 못 키운다고 말하면 끝인가. 사회적 감정은 이를 비난하는데, 법적으로는 부모가 거부하면 아이는 가정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조 과장은 그럼에도 보석 같은 모범사례들이 진통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조 과장은 “아버지와 사는 아들에게서 ‘이 세상에는 내 말을 들어주는 어른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보전은 제 말을 들어주는 어른이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휴가 중에도 사례관리 중인 가정에 재학대가 발생하면 뛰어와야 한다. 그래도 우리가 좋은 어른의 표본이 되어주겠다는 마음으로 감당한다”면서 “부모가 변하면 답이 있다. 자신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 부모는 교육을 받고 종국에는 ‘우리 가정을 살려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너무 쉽게 아이를 제압하는 방법에 이르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리/권순정 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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