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교과서 밖으로 나온 5·18…광주서 마주한 ‘그날’

윤태민 기자 2026. 9. 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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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부안초 학생·교사들 광주行
민주묘지 참배…오월영령 넋 기려
전일빌딩·민주광장 등 현장 탐방
"잇단 왜곡·조롱에 교육 중요성 커"
21일 전남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경기도 부천부안초등학교 학생들이 추모탑 앞에서 묵념하며 오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5·18 가짜 뉴스가 너무 많았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오월 영령들이 얼마나 용감했는지 알겠어요."

21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경기 부천부안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태운 버스가 멈춰 서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묘역으로 향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학생들은 오월 영령들이 잠든 묘역에 가까워지자 이내 차분해졌다. 추모탑 앞에 줄지어 선 학생과 교사 60여명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교실에서 배웠던 '1980년 5월 광주'를 직접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광주를 찾은 것은 학교에서 배우던 민주주의와 5·18민주화운동을 현장에서 되새기기 위해서다. 평화와 민주주의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이 5·18에 관심을 보이자 교사들이 현장체험을 제안했고 1박2일 수학여행으로 이어졌다.

참배를 마친 학생들은 해설사를 따라 묘역을 돌며 비상계엄 확대와 계엄군의 진압, 시민들의 희생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교실에서 사건과 숫자로 접했던 역사는 이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헌혈을 위해 집을 나섰다가 희생된 박금희 열사,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속 '동호'의 실제 인물인 문재학 열사, 5·18 최초 사망자로 알려진 김경철 열사의 묘 앞에서 학생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자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어린 나이에 희생된 이들의 사연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묘비를 바라봤다. 아직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희생자가 있다는 설명에는 행방불명자와 무명열사 묘역도 한동안 바라봤다.

이날 '오월수업'은 최근 5·18을 둘러싼 잇단 조롱 논란 속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월 스타벅스코리아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 등의 표현을 사용한 프로모션으로 비판을 받고 행사를 중단했다. 한 달여 뒤에는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 등의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었다. 학생들은 이후 광주를 찾아 사과하고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5·18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희화화가 반복되면서 사건과 연도를 암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적 맥락과 희생자의 삶을 이해하는 교육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부천부안초 학생들의 현장수업은 광주 도심으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전일빌딩245를 차례로 찾아 교과서 속 사진으로 접했던 장소를 직접 걸으며 46년 전 광주를 되짚었다.

김병욱 학생은 "5·18을 생각하면 시위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며 "직접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시 상황이 참혹했다는 것을 알게 돼 씁쓸했다"고 말했다.

정해민 학생도 "이야기로 들었을 때도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직접 와서 보니 느낌이 달랐다"며 "희생된 분들을 오래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오월수업'은 22일에도 이어진다. 학생들은 광주동산초등학교 학생들과 5·18의 민주·평화·공동체 정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주먹밥 나누기'도 체험한다.

박용준 부천부안초 교사는 "학교에서도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민주주의와 5·18을 배우고 있지만 광주로 수학여행을 온 것은 처음"이라며 "아이들이 5·18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현장을 다니며 그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명숙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주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틀을 세운 5·18에 대한 왜곡·폄훼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미래 인재로 성장할 아이들이 광주를 직접 방문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이러한 체험이 전국적으로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교육청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학생들이 해설사로부터 오월 희생자들의 사연을 들으며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
학생들이 5·18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