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HL만도 사과 기자회견, 유족 항의에 취소…조성현 부회장 ‘묵묵부답’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 사과 말 안돼” 유족·대책위 격분
어두운 표정의 경영진, 10여분 대치 끝 발길 돌려
노동당국 두 차례 압수수색…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수사 중

자동차 부품업체 HL만도가 7월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와 종합 안전개선 대책을 발표하려 했지만 유족과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의 거센 반발로 기자회견이 결국 취소됐다.
21일 HL만도는 당초 이날 오후 4시 경기 성남시 HL만도 판교 사옥에서 ‘HL만도 고(故) 김승모님 사망 사건 관련 사과 성명 및 종합안전개선대책 발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자회견 시작 전 김 씨의 아버지와 대책위 관계자들이 현장에 들어와 피켓을 들고 회사 측의 기자회견 개최에 반발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은 회사가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유족과 사전에 아무런 조율을 하지 않았다며 격분했다. 현장에서는 목소리를 높인 항의와 고성이 이어졌고 기자회견은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지 못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사전에 사과할 테니 좀 받아달라는 협의를 미리 해야 되지 않느냐”며 “두 달이 넘도록 가만히 있다가 일방적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기습적인 발표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예정 시각에서 약 45분이 지난 뒤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김현욱 부사장, 홍영일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영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 쪽으로 향했지만 곧바로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였다.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은 경영진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항의했다. 한 대책위 관계자가 “유족과 합의 없이 기자회견을 여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묻자 김 부사장은 “안전에 대해 점검하고 유족 단체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공식적으로 한 적이 없어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는 취지로 답했다.
양측의 대치는 십여 분가량 이어졌다.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경영진은 결국 기자회견장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이 돌아가는 조 부회장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 없이 현장을 떠났다. HL만도는 이후 이날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노동당국의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기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14일 HL만도 판교 본사와 평택공장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난달 7일 평택공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두 번째 강제수사다.
평택지청은 사고 직후 수사전담팀을 꾸렸으며, 14일 압수수색에는 노동감독관 약 20명이 투입됐다. 노동당국은 HL만도의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앞서 7월 22일 낮 12시50분께 HL만도 평택공장에서 협력업체 소속 고 김승모 씨가 부품 가공 기계를 점검하던 중 기계와 벽 사이에 상반신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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