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미숙아 질환 예측…의·공학 융합의 힘"

김송현 기자(kim.songhyun@mk.co.kr) 2026. 9.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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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학의 기술적 진보는 병원 밖에서 시작하곤 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수술로봇 등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술의 상당수는 의료계가 가진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공학적 해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임 학장은 "단순한 공동 연구를 넘어 의학과 공학이 결합한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이라며 "특히 AI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며 의료 현장이 난제를 제시하면 공대 연구자들이 해법을 빠르게 제시하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했다.

한국이 가진 방대한 의료 데이터도 공학·의학 협업의 강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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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의대 융합연구 20년
김영오·임재준 학장 공동 인터뷰
20년 100여건 의료혁신 성과
"의학 난제, 공학으로 풀도록
학생때부터 경계 넘나들어야"
내년 과학기술의학 전공 신설
공대·의대 학생 연구교류 시작
"실패해도 홈런 칠 연구하기를"
지난 18일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왼쪽)과 임재준 서울대 의대 학장이 서울대 의학도서관에서 열린 '융합의료 심포지엄' 연구 포스터 앞에 서 있다. 서울대

현대 의학의 기술적 진보는 병원 밖에서 시작하곤 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수술로봇 등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술의 상당수는 의료계가 가진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공학적 해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를 두고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과 임재준 서울대 의대 학장은 지난 18일 매일경제와 공동 인터뷰에서 "뛰어난 의공학자 1명이 웬만한 의사 100명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공대와 의대가 2006년 시작한 융합연구 사업은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시작한 협력은 인공지능(AI)까지 영역을 넓혔고 어느덧 100건이 넘는 융합연구를 통해 국내 의료 혁신의 중심에 섰다.

두 학장은 이 같은 협력이 개별 연구를 넘어 '융합연구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현장에서 난제를 맞닥뜨린 의대 연구자와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가진 공대 연구자를 직접 연결해 소규모 공동 연구로 가능성을 확인한 뒤 더 큰 후속 연구로 이어지게 하는 인프라스트럭처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임 학장은 "단순한 공동 연구를 넘어 의학과 공학이 결합한 플랫폼을 만드는 작업"이라며 "특히 AI 등 첨단 기술이 발전하며 의료 현장이 난제를 제시하면 공대 연구자들이 해법을 빠르게 제시하는 수준에 다다랐다"고 했다.

공학 역시 의학에서 새로운 연구의 실마리를 찾는다. 김 학장은 "단백질과 나노소재는 구조에 따라 기능이 달라지고 여러 단위가 모이면 더 큰 기능을 만든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며 "단백질과 세포,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잘 들여다보면 신소재나 메모리, AI 같은 공학 연구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AI를 활용해 기존에는 풀기 어려웠던 의료 난제를 해결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연구진은 몸무게 1㎏ 미만 미숙아 1016명의 12년치 데이터를 활용해 폐동맥고혈압을 조기에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김 학장은 "AI가 만든 성과가 기존 의학적 이해와 상당히 일치했다"며 "출생 후 72시간 동안의 산소포화도·혈압·심박수·바이오마커 등 사람이 일일이 종합하기 어려운 정보를 AI로 분석했다. 사람은 시도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한국이 가진 방대한 의료 데이터도 공학·의학 협업의 강점으로 꼽았다. 임 학장은 "한국은 의료정보를 일찍 디지털화했고 대형 병원에 환자와 검사 자료가 오랫동안 축적돼 있다"며 "AI를 훈련하고 실제 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풍부하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융합연구를 한 단계 더 키우기 위한 가장 큰 과제는 '사람'이다. 임 학장은 "의학을 일반인보다 깊이 이해하는 공학자와 공학을 잘 이해하는 의사가 부족하다"며 "상대 분야를 완전히 전공하지 않더라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기술이 가능한지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김 학장은 "한 손에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다른 손에는 상대 분야의 지식을 쥔 '양손잡이' 연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 대학은 내년 1월 '과학기술의학 연합전공'을 신설한다. 하버드대 의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함께 운영하는 HST 과정을 벤치마크해 공대생은 의대 연구실에서, 의대생은 공대 연구실에서 상대 분야를 경험 할 계획이다. 김 학장은 "지금까지 교수들이 공동 연구를 하며 서로의 언어를 배웠다면 이제 그 시작을 학생 때로 앞당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패를 감수하는 장기 연구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국립대는 당장 성과가 나오는 연구뿐 아니라 장기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믿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임 학장은 "우리나라는 평범한 연구를 하는 데 연구비를 쓸 단계는 지났다"며 "안타 숫자만 볼 것이 아니라 몇 번 실패하더라도 홈런을 칠 연구자를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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