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제3의 초강대국 AI제국이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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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의 '오디세이'에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 있었다.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해지면 이미 국가만큼 힘이 세진 빅테크들은 자국보다 AI의 생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AI라는 '제3의 초강대국' 등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디세이'의 인간들은 그리스 신 제우스가 만든 법 크세니아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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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런의 '오디세이'에 기시감이 드는 장면이 있었다. 트로이 목마를 고안해 트로이를 멸망시킨 오디세우스가 번민하는 장면은 '오펜하이머'에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고뇌와 겹쳐 보였다. 프로메테우스처럼 인류 멸망을 부를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한 인간은 핵무기가 투하되자 절망한다.
80여 년 만에 이 이야기가 재현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창조자의 손을 벗어나 자가발전 궤도에 올라타자 연구자들은 오디세우스처럼 묵시록(默示錄) 같은 발언을 쏟아낸다. 앤트로픽을 퇴사한 연구자는 AI가 문명을 파괴시킬 거라는 극단적인 경고를 던졌다. 이 공포가 AI 군비 경쟁의 땔감이다. 미국과 중국이 국운을 걸고 벌이는 초인공지능(ASI) 레이스의 패자는 절멸될 수 있다는 공포.
논란이 심해지자 기업공개를 앞둔 앤트로픽과 오픈AI를 중심으로 '속도조절론'이 나왔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반기를 들었다.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실제로 반도체 공급 차단에도 중국은 가성비 모델을 쏟아내며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세상을 바꿀 거라 공언하던 미국 프런티어 AI 기업들은 초조한 입장이 됐다. AI 혐오 정서는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변수가 됐다. 미·중 AI 전쟁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전기와 물 부족에 신음하는 지역 주민의 분노는 임계점에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AI를 일시에 차단할 킬스위치 도입까지 주장한다. 중국산 AI와 경쟁하는 기업의 뒷배가 돼야 할 미 정치권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압도적인 생산성을 증명해 자신들이 뿌린 AI발 실업과 침체의 공포를 극복해내지 못하면, 중국과 자국 정부까지 상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규제를 둘러싼 갈등이 격해지면 이미 국가만큼 힘이 세진 빅테크들은 자국보다 AI의 생존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 어디까지나 '이기적 유전자'의 산물이다.
최근 월가의 거물 폴 튜더 존스 저스트캐피털 설립자가 월스트리트저널에 서늘한 기고를 남겼다. AI라는 '제3의 초강대국' 등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측 불가능하고 끝없이 뻗어나가는 이 강대국은 잠재적으로 미국과 중국을 개별적으로든, 합쳐서든 왜소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미·중 정상의 협력을 주문했다. 불가능한 주문이 아닌가.
'오디세이'의 인간들은 그리스 신 제우스가 만든 법 크세니아를 따른다. 신이 된 AI가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면 어떤 크세니아가 등장할까. 그 가능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뒷목이 서늘해진다.
[김슬기 글로벌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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