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년 버틴 ‘귀신 영화관’도 문 닫았다… 메가박스 신촌의 마지막 날

현정민 기자 2026. 9. 21. 17: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학생 때부터 자주 왔던 극장인데 20년 만에 문을 닫는다니, 추억이 하나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점.

메가박스 신촌점은 이날을 끝으로 20년 만에 문을 닫는다.

메가박스 신촌점뿐만 아니라 메가박스 창원내서점도 지난달 영업을 종료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자주 왔던 극장인데 20년 만에 문을 닫는다니, 추억이 하나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점. 상영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극장 곳곳에 붙은 ‘영업 종료’ 안내문 앞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영화 포스터를 찍고, 매표소에서 받은 영수증까지 사진으로 남겼다. 2006년 문을 연 이 극장의 마지막 날을 기록하려는 사람들이었다.

21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 신촌점에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현정민 기자

메가박스 신촌점은 이날을 끝으로 20년 만에 문을 닫는다. 메가박스 측은 임대차 계약 만료에 따른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운영사 메가박스중앙의 모회사 콘텐트리중앙 등이 회생 절차를 밟고 있어 경영 효율화 차원의 지점 정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메가박스 신촌, ‘프로젝트 헤일메리’로 막 내려

이날 오전 11시쯤 메가박스 신촌점은 평일인데도 관객들로 북적였다. 대부분 오전 11시 50분 시작하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는 앞서 신촌점에서 150여일간 상영되며 약 1만5000명의 관객을 모았다. 극장 측이 폐점을 앞두고 특별 재상영에 나서자 다시 예매 경쟁이 벌어졌다. 한때 홈페이지에는 30명 넘는 접속 대기 인원이 생겼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는 마지막 회차 표를 구한다는 글이 잇따랐다.

21일 오전 메가박스 신촌점 공식 홈페이지가 접속 지연되고 있다. /홈페이지 캡처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직장인 이모(37)씨는 “다른 극장보다 작품을 오래 상영해 줘 자주 찾았다”며 “없어진다고 하니 섭섭하다”고 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대학생 한모(20)씨도 “좋아하던 극장들이 하나둘 없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메가박스 신촌점은 2006년 9월 신촌 민자역사에 문을 열었다. 8개관, 총 1700석 규모로 대형 극장이었다. 신촌과 이대 상권을 잇는 곳에 있어 인근 대학생들이 즐겨 찾는 영화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의 20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신촌 민자역사를 둘러싼 임차 계약자와 수분양자 간 소송이 이어졌고, 대규모 상업시설 입점도 번번이 무산됐다. 건물 상당 부분이 오랫동안 비면서 한때 5~6층 영화관만 사실상 정상 운영됐다. 텅 빈 공간이 많아지자 온라인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괴담까지 퍼졌고 ‘귀신 영화관’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21일 오전 11시 50분쯤 한 관객이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상영되는 메가박스 신촌점 컴포트 1관을 찍고 있다. /현정민 기자

◇‘귀신 영화관’에서 서브컬처 성지로

반전은 2010년대 후반 찾아왔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공연을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하는 ‘라이브 뷰잉’이 인기를 끌면서 신촌점은 국내 서브컬처 팬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 공연의 라이브 뷰잉 예매가 1분 만에 끝나는 일도 있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신촌 민자역사에도 다시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SM그룹은 2019년 신촌민자역사를 인수해 2036년까지 상업시설 운영권을 확보했다. 당초 1~4층에 식음료·쇼핑시설 등을 유치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

소송 당시 신촌 민자역사 전경.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결국 SM그룹은 2024년부터 계열사를 이곳으로 옮겼고 그룹 본사도 민자역사 4층에 자리 잡았다. 오랫동안 영화관만 불을 밝히던 건물에 다시 직장인들이 출퇴근하기 시작했지만, 정작 20년간 자리를 지킨 영화관은 퇴장하게 된 셈이다.

◇건물엔 다시 사람 찼지만 극장은 퇴장

영화관 업황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급성장하면서 극장 산업이 침체한 여파다.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겹쳤다. 메가박스 신촌점뿐만 아니라 메가박스 창원내서점도 지난달 영업을 종료했다. 동대문점도 오는 30일 문을 닫는다.

신촌·이대 상권 침체도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일반 상가 공실률은 9.4%였지만 신촌·이대 지역은 12.1%로 평균을 웃돌았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이대 인근 상가에 임대 문의가 붙어 있다. /현정민 기자

인근 대학에 다니는 마포구 주민 정모(24)씨는 “대학가 인프라가 무너지고 있다는 게 실감 난다”며 “편하게 갈 수 있는 식당이나 문화시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