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젊은이 사로잡은 극좌 정당 후보 ‘엘리프 에랄프’···마침내 시장될까 [시스루피플]

박채연 기자 2026. 9.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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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좌파당의 베를린 주의회 선거 주요 후보인 엘리프 에랄프가 9월20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좌파당 선거 개표 행사에서 무대에 올라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치솟는 독일 베를린의 집값과 극우 세력에 대한 분노, 주류 정당을 향한 반감이 좌파당에 베를린 첫 승리를 안겨줬다. 좌파당 시장 후보인 엘리프 에랄프(45)가 최초의 튀르키예 이민자 출신 베를린 시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랄프는 20일(현지시간) 좌파당의 승리 연설에서 “오늘부터 우리는 함께 우리의 베를린을 바꾸고,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이라며 “당신이나 나 같은 사람이 시장이 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이날 독일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는 에랄프가 속한 좌파당이 득표율 25.7%로 제1당을 확정했다. 이어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 18.8%,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 16.3%, 녹색당이 14.3%로 뒤를 이었다.

에랄프에게 정치는 “항상 삶의 일부”였다. 1980년 튀르키예 쿠데타 이후 튀르키예를 떠난 에랄프의 부모는 사회주의자이자 노동조합원이었다. 다음 해 뮌헨에서 태어난 에랄프는 어린 시절부터 시위에 자주 참여했고 반핵 운동에 적극적이었다. 그는 함부르크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2차 국가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고 한다. 2017년 좌파당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정치 활동을 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인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에 빗대 ‘베를린의 맘다니’라고 불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사람의 유사점으로 “이민자 배경과 세련된 외모, 강경 좌파적인 정책”을 꼽았다. 실제로 맘다니의 선거 전략가는 지난봄 에랄프와 좌파당에 조언하기 위해 베를린을 방문했다.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 출마한 좌파당의 엘리프 에랄프 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 지구의 RAW 문화 공간 보존 행사 중 유세장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에랄프의 개성있는 스타일도 주목받는다. 그는 청바지와 운동화에 봄버 재킷을 즐겨 입고, ‘레드 포피’ 색상의 립스틱을 옅게 바른다. FT는 “에랄프와 주요 당원들은 날카로운 앞머리, 문신, 링 귀걸이, 빨간 립스틱 등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고 평가했다.

좌파당이 승리한 요인 중 하나는 에랄프를 비롯한 젊은 세대로 당 지도부가 전환된 점이다. 좌파당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까지 동독을 통치했던 정당인 사회주의통일당(SED)에 뿌리를 둔다. 최근 3년 동안 당에선 눈에 띄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는데, 특히 AfD를 비판하며 SNS 스타로 떠오른 유명 여성 정치인들을 포함해 젊은 세대가 중심부로 자리 잡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좌파당의 지지자 중 다수는 젊은 여성들이었다. 가장 큰 지지 연령대는 25~34세로, 이들 중 48%가 좌파당에 표를 줬다. 16~24세 유권자의 43%도 좌파당에 투표했다. 마르쿠스 콜베르크 훔볼트대 정치학자는 FT에 “좌파당은 과거 주로 시골에 거주하는 동독 출신 연금 수령자들의 정당이었지만, 이제 이 정당의 전형적인 지지자는 도시의 젊은 여성”이라고 말했다.

에랄프와 좌파당은 기업형 임대업자들로부터 22만 채의 아파트를 몰수해 주택난을 해결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베를린에서는 지난 20년간 인구 증가와 민간 투자로 임대료가 급격히 올랐다. 2021년 주민투표에서는 베를린 시민의 58%가 임대업자 소유의 아파트를 몰수해 공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좌파당의 이번 승리가 에랄프의 시장 당선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에랄프가 베를린 시장이 되기 위해선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파트너로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중도보수 CDU와 SPD가 연립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에랄프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베를린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 된다면 우리의 정책 또한 승리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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