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앞서간 일본은 ‘뒷수습’ 중…한국은 안전장치 챙길 수 있을까

정부가 22일 국회에 한·미 대미투자 협상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안팎에서는 일본 사례를 참고해 마지막까지 안전장치를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짚은 원리금 회수 방안과 수익 배분, 손실 발생 시 처리 문제는 한국보다 대미투자에 먼저 나선 일본에서 뒤늦게 불거진 쟁점과 상당 부분 겹친다.
21일 정부·여당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22일 오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대미투자 협상 내용을 비공개로 보고하기로 했다. 다만 협상이 마무리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업 선정 단계로 넘어갔는지는 불분명하다. 한·미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투자 사업을 선정해 한국에 통보해야 이후 납입 관련 절차가 진행된다. 재경위 소속 한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사업을 선정해 정식으로 통보한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발표 예정 시점에 맞춰 우리가 보고를 받는 것인지가 분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는 아직 일정을 조율 중이지만, 같은 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미국은 다시 한번 ‘속도’를 강조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지난 18일 회담 뒤 한국 외교부는 “협의가 좋은 결실을 얻도록 노력하자”고 한 반면, 미 국무부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JFS)상 투자 약속의 신속한 이행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 차례 미뤄졌던 국회 보고가 곧바로 잡히고 보고 직후 발표까지 거론되는 것도 이런 압박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먼저 사업을 확정한 일본에서는 발표 뒤에야 위험이 드러나고 있어, 미국 측 속도전에 휩쓸릴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일본은 지난 2~3월 두 차례에 걸쳐 약 109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사업을 발표했지만 이후 자금 조달과 수익성, 인허가·법적 책임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사업 차질은 이미 현실화했다. 미 연방항소법원은 지난달 미·일 1차 투자사업에 포함된 21억달러 규모 텍사스 걸프링크 해상 원유 수출 터미널에 대한 승인을 취소하고 재심사를 명령했다. 사업 지연이나 재심사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전력 수요도 변수다. 미·일이 2차 사업으로 발표한 최대 160억달러 규모 텍사스 가스발전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인 ERCOT에 접수된 신규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 전력수요의 5배를 넘어서자 텍사스주는 지난달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접속 절차를 중단하고 신청 사업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 가스발전 사업이 전제로 삼은 전력수요가 얼마나 현실화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인 셈이다. 일본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스발전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기업의 실익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333억달러 규모 오하이오 가스화력발전 사업에 도시바와 히타치, 미쓰비시전기 등이 설비 공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발표 이후 핵심 기자재인 가스터빈은 미국 GE버노바가 공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가 1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을 두고 장기 전력구매계약과 한국 기업의 기자재·용역 공급 참여를 계약상 확약받으려 하는 것도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선 거액의 달러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부담으로 떠올랐다. 일본의 메가뱅크들은 대미투자를 위한 대규모 외화 조달과 관련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투자용 달러를 조달하다 기존 해외사업의 대출 여력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투자 집행 부담이 커지면서 일본에선 한국 측의 안전장치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학계에서는 연간 200억달러 투자 상한을 둔 한국과 달리 미·일은 이 같은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한국의 투자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2일 국회 보고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은 일본 사례에서 드러난 위험을 피해 갈 안전장치를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막연한 약속으로는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일본의 대미투자에서 드러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일정한 커미트먼트(약정)를 달라고 하면서 마지막까지 안전장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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