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1년 만에 팔색조·애기뿔소똥구리 돌아왔다…고운사 사찰림 생태계 회복 징후

지난해 3월 영남 지역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피해를 입은 경북 의성 고운사의 사찰림에 팔색조를 비롯한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 생물이 확인됐다. 자연 복원 1년 만에 새로운 생태계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안동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 등 환경단체가 21일 공개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1년 차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인위적 간섭을 최소화한 사찰림에서 생태계 회복 초기 징후가 포착됐다.
지난해 발생한 대형 산불로 고운사 사찰림 249㏊(헥타르) 가운데 97.6%인 243㏊가 피해를 입었다. 고운사와 환경단체는 지난해 8월부터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생태계 조사에 착수했다. 자연복원이란 나무를 인위적으로 가져다 심거나 불에 탄 나무를 베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생태계가 회복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모니터링 결과, 위성 식생지수(NDVI)는 산불 직후 0.14에서 1년 만에 0.516으로, 평년의 약 70% 수준까지 회복됐고 숲에서 총 198분류군의 곤충이 확인됐다.
특히 나무좀아과와 침엽수비단벌레처럼 산불로 죽거나 약해진 나무를 자원으로 삼는 곤충이 대량으로 관찰됐다. 나무좀아과는 나무의 분해를 촉진해 유기물을 토양으로 돌려보내는 곤충이다. 불탄 나무가 분해되면서 생태계가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애기뿔소똥구리도 확인됐다. 애기뿔소똥구리는 동물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곤충이다. 배설물을 남기는 동물이 주변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조류는 총 57종이 확인됐다.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고운사 일원 3개 지점에서 기록된 145.6시간의 음원을 분석한 결과다. 발견된 조류 중에는 전 세계에 수천 마리만 남은 팔색조를 비롯해 올빼미·긴꼬리딱새·수리부엉이와 천연기념물인 원앙도 있었다. 연구진은 “죽은 나무가 새와 곤충에게 먹이 창고이자 집이 된 것”이라며 “산불 피해목과 죽은 나무를 남겨야 한다”고 했다.
중대형 포유류도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수달과 Ⅱ급 담비·삵을 비롯해 노루·고라니·멧돼지, 오소리·너구리·족제비 등 중부 산림에 서식하는 중대형 포유류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자연복원 중인 사찰림과 달리 벌목과 임도 공사가 집중된 능선부에서는 삵이 나타나지 않았다. 관찰된 중대형 포유류도 총 8종에 그쳤다. 연구진은 “인공적인 벌목이 능선 쪽 동물의 회복을 늦추는 것으로 보인다”며 “벌목 이후 해당 구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2년 차에 관찰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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