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국민 연료비 지원국 90곳 넘어서

차대운 2026. 9. 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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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공격이 촉발한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계속 심각해지는 가운데 자국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려고 직간접적 방식으로 연료비를 지원하는 국가가 계속 늘어나 90곳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료비 급등 충격에서 자국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적인 연료 보조금을 제공하는 국가의 수가 9월 초 기준으로 38개국에 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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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국면서 재정부담 가중 우려도…"도입 쉽지만 중단은 어려워"
인니·필리핀·과테말라 등 세계 곳곳 '분노 시위' 잇따라
영국 런던의 한 주유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미국의 이란 공격이 촉발한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계속 심각해지는 가운데 자국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려고 직간접적 방식으로 연료비를 지원하는 국가가 계속 늘어나 90곳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연료비 보조는 정치적 요인 탓에 도입은 쉽지만 중단하기는 어렵다.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각국의 공공 재정 부담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료비 급등 충격에서 자국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적인 연료 보조금을 제공하는 국가의 수가 9월 초 기준으로 38개국에 달했다고 밝혔다.

보조금 제공 국가는 지난 넉 달 새 기존의 16개국에서 38개국으로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보조금과 별개로 에너지에 붙는 세금을 인하한 나라는 같은 기간 40개국에서 57개국으로 증가했다. 한국도 유류세 인하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아울러 연료비와 관련한 소비자 지원 정책을 펴는 나라도 56개국에서 94개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FT는 "지난주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 가까이 치솟은 가운데 세계 각국이 소비자 지원 조치를 내놓거나, 기존의 지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프랑스는 당초 이달 폐지할 예정이던 장거리 운전자 지원 정책을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연료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세계 채권 시장의 침체로 인한 고금리 속에서 각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재정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각국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개입해도 제한적, 일시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 국면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일단 도입한 지원 정책을 다시 거둬들이는 데에는 큰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는 점에서 각국 정부의 고심이 깊다.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UCSB)의 에너지 거버넌스 연구소 소장 파샤 마흐다비는 "각국 정부가 이런 (에너지 소비자) 고통 완화를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문제는 일단 이렇게 하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들에 신중한 재정 정책을 권고하는 입장이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회원국 정부들이 국채 수익률의 급격한 상승에 대응해야 할 때라면서 "회원국들은 반드시 신중한 재정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건전성 우려에도 에너지 위기는 좀처럼 완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각국이 대처 방향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발전과 난방을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영국에서는 오는 10월 일반 가정 에너지 요금이 4% 오르고, 내년 1월에는 다시 26% 상승할 것으로 공급 업체인 EDF는 예측한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 국가들이 향후 수주 안에 회담을 열고 전략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위기는 세계 시장에서 구매 경쟁력이 약한 개발도상국들에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리아 시민들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 국가에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분노의 시위'도 잇따르면서 에너지 위기가 세계 각국의 정치 지형도에까지 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약 95%의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필리핀에서는 유가 급등으로 운송업 종사자들이 정부에 보조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런 시위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시리아, 과테말라 등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마흐다비 소장은 "전쟁이 초래한 높은 연료 가격은 정치적으로 독과 같다"며 "기존 정치인들을 끌어내리고, 급격한 정치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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