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로봇만으론 상장 못 한다… 中, 휴머노이드 IPO 열풍에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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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열풍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지만 정부 지원 사업에 의존해 매출과 기업가치를 부풀린 기업까지 증시에 입성할 경우 '로봇 버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권당국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의 IPO 승인 기준을 높이고 일부 상장 절차를 늦추고 있다.
중국에서는 딥로보틱스(Deep Robotics), X스퀘어 로봇(X Square Robot), 애지봇(Agibot) 등을 포함해 최소 6개 이상의 휴머노이드 기업이 IPO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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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고평가 논란… “실제 공장서 일하는지 중요”
산업 육성은 지속하되 ‘피지컬 AI 옥석가리기’ 본격화

2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권당국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의 IPO 승인 기준을 높이고 일부 상장 절차를 늦추고 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가 공식적인 상장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투자은행과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비공식 '창구지도(window guidance)'를 통해 상장 심사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규 휴머노이드 IPO가 일시적으로 얼어붙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중국 대표 로봇 기업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의 주가 급등락이 꼽힌다.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유니트리는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 상장한 직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5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이후 최고점에서 약 55% 급락하면서 휴머노이드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실제 사업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중국 당국이 특히 들여다보는 것은 '매출의 질'이다.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기록한 매출이 민간 고객의 실제 구매 수요에서 발생한 것인지, 지방정부의 정책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따져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지방정부가 로봇 기업과 함께 데이터 수집센터나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초기 투자비의 80~90%를 부담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터 수집센터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건을 옮기거나 조립하는 등 다양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하는 시설이다. 지방정부의 투자를 받은 센터가 대규모 로봇을 구매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매출이 정부 지원 없이도 지속될 수 있느냐다. 정부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한 주문은 기업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상장 요건을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일반 기업들이 같은 가격을 지불하면서 반복적으로 로봇을 구매할지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수집센터 관련 매출을 제외할 경우 일부 로봇 기업의 기업가치가 현재보다 60~70% 낮아질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사오톈란 중국 메크마인드 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일부 체화지능 기업이 데이터 수집센터와 특수관계인 거래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이 낮은 매출을 만들고 있다는 취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투자 열풍이 지나치게 빠르게 확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최근 '체화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체화지능은 AI가 로봇과 같은 물리적 몸체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직접 행동하는 기술로,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서 주목받는 '피지컬 AI'와 맞닿아 있다.
정부의 육성 정책이 나오자 기존 산업용 로봇 업체부터 스타트업까지 잇따라 휴머노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첸촹캐피털의 레오 왕은 중국 로봇 투자 열풍을 정책 지원 산업으로 기업과 자본이 한꺼번에 몰리는 '캠페인형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스타트업 창업자는 몇 주 만에 수십 곳의 투자자로부터 자금 제안을 받으면서 통상적인 실사 절차조차 거부할 정도로 투자 과열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비상장 로봇 기업의 기업가치는 최근 이미 30~50% 조정됐다.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도 적지 않다. 중국에서는 딥로보틱스(Deep Robotics), X스퀘어 로봇(X Square Robot), 애지봇(Agibot) 등을 포함해 최소 6개 이상의 휴머노이드 기업이 IPO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당국이 반복 매출과 적자 축소 가능성, 독자적인 기술 경쟁력 등을 얼마나 엄격하게 따질지가 이들 기업의 상장 일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조치를 중국 정부가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에서 후퇴하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은 체화지능을 미래 제조업과 AI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대신 정책의 무게중심이 단순한 기술 시연과 투자 유치에서 실제 산업현장 배치와 주문량, 수익성 검증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루이잉 자오 연구원은 최근 투자 심리가 휴머노이드 산업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인 낙관론'에서 실제 상업적 가치를 따지는 '선별적 합리성'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봇이 얼마나 화려한 동작을 보여주는지가 아니라 실제 공장과 물류센터 등에 얼마나 투입되고 있는지가 기업가치를 좌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아시아 주식 발행에 관여하는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로봇이 단순히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춤을 추는 데 쓰이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 공장에서 일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실제 판매량은 아직 시장의 기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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