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의 이로운 기술, 다정한 도시] 바보야, 문제는 오픈 웨이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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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오픈AI가 GPT의 새로운 버전인 GPT-6 아스트라(Astra)를 공개한 이후 인공지능 시장은 새로운 속도전에 들어갔다.
독파모의 방향은 오픈 웨이트 기반 생태계여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속도 조절이 아니라 오픈 웨이트야." 한국은 실리콘밸리의 공포와 탐욕 사이에서 흔들릴 필요가 없다. 누가 더 빨리 초지능에 닿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넓고 건강한 AI 오픈 웨이트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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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오픈AI가 GPT의 새로운 버전인 GPT-6 아스트라(Astra)를 공개한 이후 인공지능 시장은 새로운 속도전에 들어갔다. 누가 먼저 일반인공지능(AGI)에 닿을 것인가.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들의 경쟁은 자본, 에너지, 데이터센터, 국가 안보가 뒤엉킨 전면전이 되었다.
그런데 가장 앞에서 달리던 기업들이 갑자기 "속도를 늦추자"고 말하기 시작했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9월 에세이에서 AI의 성능 향상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독립적인 제3자 평가단에게 직원 수준의 상시 접근권을 주어 안전기준과 훈련과정, 사고 가능성을 검증받자고 제안했다. 이후 샘 올트먼, 일론 머스크, 데미스 허사비스 등도 이 문제의식에 동조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안전은 중요한 이슈다. 그러나 "왜 지금인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앞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고, 뒤에서는 안전벨트를 이유로 경쟁자에게 브레이크를 권하는 모습은 석연치 않다. 이미 컴퓨팅 자원과 인재, 데이터센터와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잠시 천천히 가자"고 말할 때, 후발주자들은 이것이 인류를 위한 브레이크인가, 아니면 선두권을 굳히기 위한 시간 벌기인가를 의심한다.
이 지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개발자 제이크 골드가 던진 한 문장은 의표(意表)을 찌른다. 그는 아모데이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진심이라면 가중치를 공개하라"고 말한다. 정말 위험을 낮추고 싶다면, 폐쇄된 연구소 안에서 모델을 만들고 API로만 통제할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제공하는 모델을 오픈 웨이트로 공개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연구자, 기업, 시민사회, 각국 정부가 모델을 검증하고 수정하고 감시하며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오픈 웨이트는 오픈소스와 다르다. 오픈소스는 코드와 수정 방법, 개발(빌드) 과정, 라이선스 등의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AI 대기업들은 학습 데이터와 방법은 공개하지만, 정작 중요한 매개변수의 가중치(웨이트)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학습이 끝난 모델의 가중치, 즉 모델 내부의 '최종 기억'을 공개하는 방식을 오픈소스와 구별하여 오픈 웨이트라고 부른다. 학습 과정까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모델을 내려받아 자체 서버에서 실행하고 조정하며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쇄형 API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AI 대기업들이 갑자기 오픈 웨이트를 말하는 데에는 중국의 오픈 웨이트 모델들이 무료 또는 매우 낮은 가격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데 따른 조바심도 있다. 최고 성능의 모델이 꼭 필요한 기업은 많지 않다. 낮은 가격에 적당히 우수하고, 내려받아 수정할 수 있다면 기업은 그 모델을 사용한다. 이런 흐름은 미국 AI 기업의 가격 결정력과 수익을 흔들 수 있다.
AI 산업은 이미 복잡한 순환자본 구조를 형성하며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라 하지만, 시장에서는 반도체 공급자, 모델 기업, 클라우드 업체가 서로의 수요와 기업가치를 밀어 올리는 구조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온다. 문제는 그 막대한 투자를 정당화할 수익 모델이 아직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인프라 투자는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지고 있지만, 이를 정당화하려면 연간 2조5천억 달러의 AI 매출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매출은 그 10분의 1 수준이다.
우리는 실리콘밸리의 말장난에 휘둘릴 때가 아니다. 안전은 중요하지만, 안전이 독점의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속도 조절은 필요할 수 있지만, 그것이 폐쇄형 거대 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무제한의 자본, 데이터, 전력을 투입해 초지능에 닿겠다는 발상은 고대 바벨탑을 닮았다. 높이 올라가는 것만으로 문명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무엇을 위해 짓고, 누구를 위해 짓고, 누구를 배제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한국도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이른바 '독파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정예팀을 선정한 후, 올해 1월 두 개 팀을 탈락시켰다. 2027년까지 최종 2개 팀만 남긴 뒤, 글로벌 빅테크 모델 대비 95% 이상의 성능을 갖춘 '국가대표 소버린 AI'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AI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 방향은 옳다. 해외 거대 플랫폼에만 의존해서는 데이터 주권도, 산업 주권도 지키기 어렵다. 한국도 분명히 자국의 언어와 문화, 산업, 행정, 의료, 제조 현장을 이해하는 AI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형 AI의 목표가 폐쇄형 미니 빅테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미국식 폐쇄 모델의 축소판을 만들면 자본도 인프라도 시장도 부족한 경쟁을 반복할 뿐이다. 독파모의 방향은 오픈 웨이트 기반 생태계여야 한다. 한국어, 한국문화, 제조, 의료, 행정, 교육, 도시 데이터에 강한 모델을 만들고, 이를 대학, 스타트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지역 산업이 내려받아 조정하고 검증하고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 캠프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로 본질을 찔렀다. 지금 AI 경쟁에서도 비슷한 말이 필요하다. "바보야, 문제는 속도 조절이 아니라 오픈 웨이트야." 한국은 실리콘밸리의 공포와 탐욕 사이에서 흔들릴 필요가 없다. 우리의 질문은 분명하다. 누가 더 빨리 초지능에 닿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넓고 건강한 AI 오픈 웨이트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 AI 시대 대한민국의 승부수는 바로 그곳에 있다.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지능도시본부장·유럽리빙랩네트워크 대구창의리빙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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