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몰려도 매출은 썰렁…전통시장 추석 대목은 옛말”

광주일보 2026. 9. 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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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대목'에도 전남광주지역 전통시장 상인들 표정은 밝지 않다. 가족·친척 등을 위해 제수용품과 먹거리를 대량으로 장만하려던 수요가 줄어든 데다, 물가 부담으로 지갑 열기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보니 '대목'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물가협회가 추석을 2주 앞둔 지난 10~11일 광주 등 6개 도시의 추석 차례상 28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광주 전통시장에서 차례상(4인 기준)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29만8220원, 대형마트는 35만4810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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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우·양동시장 가보니
낱개·1인용 명절 음식만 대세
청과 선물세트는 재고 산더미
광주 차례상 차림비 29만8천원
고물가에 손님들 지갑 안 열어
추석 명절을 앞둔 지난 19일 전남광주시 북구 말바우시장이 제수용품과 먹거리를 장만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추석 대목’에도 전남광주지역 전통시장 상인들 표정은 밝지 않다. 가족·친척 등을 위해 제수용품과 먹거리를 대량으로 장만하려던 수요가 줄어든 데다, 물가 부담으로 지갑 열기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보니 ‘대목’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제사를 간소화하고 온 가족이 고향을 찾는 대신, 해외 여행을 가거나 국내 여행을 즐기는 등 명절 문화도 달라졌다.

◇개인화된 명절에다, 전통시장 대목도 옛말=20일 찾은 전남광주시 북구 말바우시장은 추석 명절 전 주말을 맞아 모처럼 북적였다.

주차장은 일찌감치 만차를 이뤘고, 진입하려는 차량과 빠져나가는 차량이 줄을 이었다. 시장 골목 곳곳도 장바구니를 든 시민들이 오가며 발 디딜 틈 없었다.

상인들도 분주하게 손님 맞이에 나섰지만, 정작 매대에서 물건이 줄어드는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제수용품을 판매하는 신오례(여·78)씨는 “40년 전만 해도 품목마다 수십 가마니씩 가져다 놓고 온가족이 달라붙어 장사했다”며 “요즘은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집도 적어서 건어물, 밤·대추·곶감, 약과 등을 찾는 손님이 줄기도 줄었고, 한가족이 먹을 만큼만 조금씩 사간다”고 말했다.

시장 내 청과점에는 팔리지 않은 선물세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도 했다.

서봉우(65)씨는 “매년 판매량이 줄긴 했지만 지난 추석까지는 청과 선물세트가 500~600개씩 나갔는데, 올해는 100개도 채 나가지 않았다. 명절이 코앞이라 선물세트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손해를 보더라도 저장고에 넣어두고 염가에 팔 수밖에 없다. 과일도 가족이나 혼자 먹을 만큼 낱개로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양동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은 “명절을 맞아 손님이 몰리긴 해도 매출은 별 볼일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김월순(여·63)씨는 “시어머니 때부터 50년 넘게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엔 명절 매출도 크지 않다. 많아야 송편 1㎏ 한팩 사가는 손님이 전부”라며 “예전에는 최소 두 되(4㎏)부터 다섯 되(10㎏)까지 대용량으로 사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격세지감”이라고 털어놨다.

전이나 잡채 등 완성된 명절 음식을 판매하는 반찬가게와 제사음식점에는 손님이 몰리는 모습이었다.

이성자(여·62)씨는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음식으로 명절 분위기만 내려고 하는 손님도 많다. 80% 정도가 1인용 음식을 찾는다”며 “평소에는 제사를 간소하게 지내려고 음식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명절에는 매출이 평소보다 3~4배 뛰어 숨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소비자도 ‘절레절레’=품목별 가격표를 꼼꼼히 살피다 옆 매대로 발걸음을 옮기는가 하면, 제수용품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참 동안 시장을 오가던 이들의 장바구니에는 과일 몇개와 나물거리, 생선 등 꼭 필요한 제수용품만 겨우 담겼다.

한국물가협회가 추석을 2주 앞둔 지난 10~11일 광주 등 6개 도시의 추석 차례상 28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광주 전통시장에서 차례상(4인 기준)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29만8220원, 대형마트는 35만4810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광주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이 27만19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7% 오른 것이다. 과일류(5개 품목)는 지난해 7만7500원에서 올해 8만2500원으로 6.5% 올랐다. 배(5개)는 2만25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곶감(10개)은 1만원에서 1만2500원으로 각각 11.1%, 25% 상승했다.

채소류 상승 폭은 더 컸다. 7개 품목 2만6700원에서 3만2700원으로 22.5% 올랐다. 애호박은 1500원에서 2500원으로, 무는 2000원에서 3000원으로 각각 66.7%, 50% 올랐다. 수산물(3개 품목)은 2만1500원에서 2만4500원으로 14.0%, 축산물(6개 품목) 역시 9만3900원에서 10만4600원으로 11.4% 올랐다.

주부 김옥희(여·59)씨는 “10~20만원이면 제사 음식을 장만하던 게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대형마트뿐 아니라 전통시장 물가도 많이 뛰었다”며 “과일과 채소뿐 아니라 육류와 생선까지 전체적으로 너무 비싸다. 넉넉하게 담기엔 부담이 커 필요한 물품만 신중히 담았다”고 귀띔했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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