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공개한다” 협박…불법추심 막는다

김서현 2026. 9. 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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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불법사금융 피해상담 창구. 20대 남성 A씨가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받은 추심 문자를 심사역에게 보여줬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전담자가 피해 내용과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불법추심 중단 경고 등 초동조치를 한 뒤 사건을 금감원에 이관한다.

최 심사역은 "채권자에게 불법행위라는 점과 앞으로 취할 조치를 알리면 '더 이상 돈을 받지 않겠다'며 물러서는 사례가 전체 상담의 약 10%"라며 "경고 뒤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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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위 불법사금융 상담 가보니
연 1255% 이자율로 상환 요구
가족·지인에까지 협박성 연락
신복위, 추심 중단·채무 조정
신고 5621건 중 4064건 조치
“직접 수사의뢰 등 권한 보완”
50대 여성 B씨가 17일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불법사금융 피해상담 창구에서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받은 추심 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김서현 기자

‘돈 안 갚고 밥이 넘어가냐. 네 얼굴까지 다 뿌려도 상관없어?’

17일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불법사금융 피해상담 창구. 20대 남성 A씨가 불법사금융업자로부터 받은 추심 문자를 심사역에게 보여줬다. 부모와 지인은 물론 전 직장 상사에게까지 국제발신 번호로 협박성 연락이 간 상태였다.

A씨는 8월 불법사금융업자에게 90만원을 빌리면서 3주 뒤 155만원을 갚기로 했다. 업자의 요구에 따라 신분증과 얼굴이 함께 나온 사진도 보냈다. 상환일 전 원금 90만원을 갚았지만 직장에서 해고되면서 이자를 내지 못했다.

상담을 맡은 최하림 신복위 선임심사역은 “90만원을 빌려 21일 뒤 155만원을 갚는 조건이면 연 이자율이 약 1255%에 달한다”며 “법정 최고금리를 크게 웃돌아 대부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심사역은 A씨의 휴대전화에서 채권자와 주고받은 대화를 처음부터 캡처했다. 스레드와 라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확인하고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입출금 내역과 대화 내용을 대조했다. 불법추심에 사용된 휴대전화 번호도 이용중지 요청 대상으로 정리했다. 그는 “앞으로 연락이 와도 답장하지 말고 화면을 캡처해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신복위는 채권자에게 불법추심 중단을 경고하고 피해자료를 금융감독원에 넘기기로 했다. 채무자대리인 선임과 대부계약 무효확인서 발급 신청도 함께 진행했다.

상담은 A씨의 다른 채무와 생활 여건을 살피는 단계까지 이어졌다. 기존에 신복위 채무조정을 받고 있고 현재 구직 중인 점을 확인한 뒤 상환유예·재조정 가능성과 고용센터 취업지원 연계 방안을 안내했다. 30분으로 예정됐던 상담은 40분을 넘겼다.

▶경고만으로도 약 10% 추심 멈춰…불안 큰 피해자엔 경찰서 동행까지=신복위는 3월부터 ‘불법사금융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피해자가 신고하면 전담자가 피해 내용과 증거자료를 정리하고 불법추심 중단 경고 등 초동조치를 한 뒤 사건을 금감원에 이관한다. 이후 경찰 수사와 법률구조공단의 채무자대리인 선임·소송 지원으로 이어진다. 신복위는 채무조정과 고용·복지 지원도 연계한다.

채권자가 여러 명이거나 하나의 대포계좌를 여러 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있어 피해자가 대화와 거래 내역을 직접 맞추기는 쉽지 않다. 신복위는 채권자별 입출금 시점과 금액을 정리하고 이자율을 계산해 금감원이나 경찰에 넘긴다.

최 심사역은 “채권자에게 불법행위라는 점과 앞으로 취할 조치를 알리면 ‘더 이상 돈을 받지 않겠다’며 물러서는 사례가 전체 상담의 약 10%”라며 “경고 뒤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는 피해자와 경찰서를 직접 찾기도 한다. 최 심사역은 “손을 떨 정도로 불안해 혼자 경찰서에 가지 못하는 피해자와 택시를 타고 동행한 적도 두 차례 있다”며 “고소장 작성을 돕고 경찰과의 연결도 지원한다”고 했다.

그는 “100만원, 50만원을 빌리려고 얼굴 사진부터 가족관계증명서, 직장 동료 연락처까지 넘기면서 일부러 법을 악용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그만큼 급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고 5621건 中 초동조치 4064건=원스톱 지원체계가 가동된 이후 피해자들의 이용도 늘고 있다. 신복위에 따르면 2월 23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피해자 759명이 신고한 불법사금융 채권 5621건 가운데 4064건에 대해 초동조치가 이뤄졌다. 채무 종결 합의는 689건, 불법추심 전화번호 이용중지는 126건이었다. 추가 조치가 필요한 2051건은 금감원으로 이관됐고, 지난달 말까지 1787건이 경찰 수사의뢰됐다.

현장에서는 피해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신복위가 경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는 신복위가 피해 내용을 금감원에 넘기고 금감원이 다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구조여서 사건에 따라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상담에 사용하는 신복위의 SNS 계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복위가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을 통해 불법사금융업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 업자가 해당 계정을 신고해 상담용 계정이 정지되는 일이 발생해서다. 신복위 관계자는 “피해 초동조치에 사용하는 계정이 막히지 않도록 별도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불법추심 대응을 대신해주겠다며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설루션 업체’에 대한 단속 강화 요구도 나온다. 신복위 관계자는 “정식 법률사무소가 아닌 불법 업체가 돈을 받고 대응을 약속한 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잠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집중적인 관리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서현·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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