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앞치마 두르고 생닭 손질⋯ 굽네치킨 직접 만들어봤다


치킨은 늘 ‘주문’하는 음식이었다. 앱을 켜고, 메뉴를 고르고, 문 앞에 도착한 상자를 여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치킨을 직접 손질하고, 소스를 버무리고, 오븐에 구워 먹는다면 어떨까. 평소라면 쉽게 접하기 어려웠을 ‘치킨 만들기’에 직접 도전해봤다.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골목 사이로 ‘굽네 플레이타운’ 이라고 적힌 4층짜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치킨집이라기엔 놀이터 같은 외관이다. 실제로 이곳은 치킨집이 아닌, 굽네가 운영하는 체험형 브랜드 공간이다.
과거 이곳은 굽네 메뉴를 판매했지만, 메뉴 판매 대신 브랜드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유를 묻자 굽네치킨 관계자는 “플레이타운은 제품 판매를 위한 매장이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현재는 오븐클래스와 팝업 행사, 전시 등 브랜드 콘텐츠에 중점을 두고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치킨을 팔지 않는 치킨 브랜드의 공간인 셈이다.


◇ 체험·전시·놀이 공간으로⋯ 굽네 플레이타운
건물은 층마다 성격이 달랐다. 1층에 들어서면 카페와 포토존, 그리고 이날 기자가 참여한 오븐클래스용 주방이 마련돼 있다. 치킨 브랜드를 알리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머물며 놀 수 있는 복합 공간에 가까웠다. 2층에는 보드게임존이 마련돼 있다. 굽네 플레이타운이 문을 연 이후 친구와 이곳을 찾아 보드게임을 즐겼던 터라 기자에게도 익숙한 공간이었다. 3층에는 미디어아트와 포토 공간이 마련돼 있다.
체험을 진행한 관계자는 벽면에 적힌 브랜드 소개를 따라가며 굽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1초에 한 마리씩 팔린다고 해서 1초 치킨으로 불리는 고추바사삭, 지난해 나온 장각구이가 있고, 치밥으로 유명한 볼케이노와 갈비천황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굽네는 구운 치킨이라 튀긴 치킨과 다르다”며 “평균 43% 정도 칼로리가 낮고, 국내산 100% 신선육만 쓴다”고 강조했다.


4층으로 올라가자 분위기가 또 달라졌다. 이곳에는 갤러리가 마련돼 있었는데, 젊은 예술가나 대학생들이 무료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홍익대학교와 국민대학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시는 2주에서 한 달 정도 간격으로 교체된다. 한 번 방문하고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전시를 보기 위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한 셈이다.
굽네는 스포츠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다. 로드FC를 비롯해 축구와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후원하며 스포츠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야외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벽면에는 홍대 지역 소모임이 그린 대형 벽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해 무더운 여름 약 45일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슬러시나 아메리카노를 손에 들고 벽화 앞에 앉아 있으면, 이곳이 치킨 브랜드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게 된다.


◇ 생닭 손질부터 오븐 조리까지 직접 체험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눌러쓴 채 주방에 섰다. 눈앞엔 염지를 마친 생닭이 놓여 있었다. 오늘의 미션은 굽네치킨 신제품 ‘서울엄마 파기름떡볶이 치킨’을 직접 만드는 것.
오븐클래스의 첫 단계는 요리가 아니라 손질이었다. 클래스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날개 쪽 연골 중 먹지 않는 부분을 잘라내고, 닭가슴살에는 가위를 넣어 활짝 펼쳤다. 엉치살 뒤쪽 껍질도 먹지 않는 부위라 걷어냈다. 닭다리도 같은 방식으로 넓게 펼쳤다. 시켜 먹을 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공정이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평소 치킨을 먹을 때는 몇 분이면 끝날 일이었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한 마리의 치킨이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꽤 많은 손질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손질을 마친 닭은 껍질이 위를 향하도록 오븐 팬에 올렸다. 이후 고온의 오븐에 넣고 노릇하게 구웠다. 한 번 구워진 닭은 다시 꺼내 ‘파떡치 치킨’ 소스와 떡을 넣고 골고루 버무렸다. 소스가 닭에 충분히 배도록 다시 오븐에 넣었다. 두 차례 오븐에서 익힌 치킨을 꺼낸 뒤 마지막으로 소스를 한 번 더 버무리자 비로소 완성됐다.
이날 만든 ‘서울엄마 파기름떡볶이 치킨’은 30년 경력의 한식 장인 우정욱 ‘서울엄마’ 셰프와 공동 개발한 메뉴다. 쿠팡이츠 ‘이츠셰프컬렉션’ 프로젝트의 하나로 나왔고, 우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수퍼판’의 시그니처 ‘한우 기름떡볶이’에서 착안했다. 굽네 측은 ‘셰프의 레시피, 오븐에 굽다’라는 콘셉트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 한 끼 넘어 하나의 체험으로⋯ ‘경험’으로 소비자 잡는다
완성된 치킨을 바라보니 평소 배달 치킨을 받아 들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만들어 먹으니 치킨 한 조각이 평소보다 조금 특별하게 느껴졌다. 치킨 한 마리를 직접 손질하고 굽는 경험은 생소했지만, 직접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한입 베어 물자 매콤달콤한 양념 맛이 먼저 느껴졌고 뒤이어 은은한 대파 향이 올라왔다. 자극적으로 혀를 때리는 매운맛보다는 기분 좋게 매콤하면서 달콤한 맛에 가까웠다. 특히 함께 들어간 쌀떡은 가운데 구멍이 뚫려 양념이 안쪽까지 배어, 치킨과 함께 먹었을 때 양념 맛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고추장을 쓰지 않은 양념이라 매운맛은 부담스럽지 않았다. 굽네 시그니처인 치밥을 곁들이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오븐클래스처럼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높은 편”이라며 “팝업 행사에서도 게임이나 포토존 등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주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븐클래스에는 어린 자녀와 부모가 함께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로 6~12세 어린이와 부모가 체험을 위해 찾고, 커플 방문객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오븐클래스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하루 세 차례 오후 3시, 5시, 7시에 운영된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굽네 플레이타운은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기보다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고객 경험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특히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에 위치한 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Z세대와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치킨을 ‘먹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만드는 경험’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굽네 플레이타운은 일반적인 치킨 매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브랜드를 맛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서 놀고, 만들고, 사진을 찍고, 전시를 관람하는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평소라면 배달앱을 통해 주문했을 치킨 한 마리를 직접 만들어 먹어본 하루. 적어도 이날만큼은 치킨 한 조각을 먹는 일 자체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이 됐다.
신단아 기자 shindan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