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어깃장에 정신 번쩍…EU, ‘우주 독립’ 가속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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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독일 신생기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가 노르웨이 북부에 있는 안외야(Andøya)우주센터에서 우주발사체 스펙트럼을 쏘아올렸다.
또 안외야우주센터는 북극에 가까이 있어서 극궤도 위성 발사에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
이날 독일 국방장관 출신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상의 안보가 갈수록 우주 안보에 좌우돼가고 있다"며 "유럽이 함께 행동하는 것과 함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우주시장에서 경쟁우위로 올라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스페이스엑스, 블루오리진 같은 미국 우주기업의 회의 참석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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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민간기업, 서유럽서 첫 궤도 발사
파리 우주회의선 독자적 유인비행 제안

지난 5일 독일 신생기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가 노르웨이 북부에 있는 안외야(Andøya)우주센터에서 우주발사체 스펙트럼을 쏘아올렸다.
스펙트럼은 2018년 뮌헨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이 회사가 개발한 높이 28m의 2단 소형 발사체로, 이날 두번째 시도만에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날 발사는 한 민간기업의 기술력을 과시한 것을 넘어 유럽 우주전략에도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서유럽 영토에서 처음으로 발사된 유럽산 우주 발사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럽산 로켓 발사는 사실상 적도 부근에 있는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서만 이뤄졌다.
적도에서 발사하는 것에 비하면 연료가 더 들어가지만,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또 안외야우주센터는 북극에 가까이 있어서 극궤도 위성 발사에는 오히려 더 유리하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 다니엘 메츨러는 성명에서 “이제 유럽은 우주에 대한 주권적 접근권을 확보하게 됐다”며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유럽의 전략적, 경제적, 기술적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이후 여러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우주 분야에서 미국 의존을 벗고 독자적인 우주 역량을 강화하려는 유럽연합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백악관의 어깃장이 유럽에 경종 울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이 독자적인 유인 우주비행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우주비행사들은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운영하는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을 이용해 우주비행에 참여하고 있다.
회의장의 이런 분위기는 미국이 촉발한 측면도 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스페이스엑스, 블루오리진 같은 미국 우주기업의 회의 참석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위성기업 유텔샛 최고경영자(CEO)였던 에바 베르네케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기업들이 막판에 참석을 취소한 것이, 유럽에는 더 큰 주권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경종’이 됐다”고 말했다. 나사도 2031년 발사 예정인 유럽우주국(ESA)의 금성 탐사선 ‘엔비전’에 탑재할 장비를 더는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유럽과의 협력 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간 부문 성장이 우주 주권 확보 핵심”
무엇보다 오늘날 미국 우주산업의 압도적 위상을 굳힌 스페이스엑스나 블루오리진 같은 민간 우주기업의 기반이 취약하다. 네이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우주기업에 몰린 투자금 135억달러 가운데 유럽 기업에 투자된 돈은 12%에 그쳤다. 전체의 68%가 미국 기업에 투자됐다.
그런 점에서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의 성공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8일 고무적인 일이 있었다. 독일 익스플로레이션 컴퍼니(The Exploration Company)가 화물 우주선 닉스(Nyx) 개발 자금으로 4억5천만달러를 확보했다. 유럽 우주산업 사상 최대 투자 규모였다. 리투아니아의 우주통신기업 아스트로라이트의 최고경영자 라우리나스 마출리스는 “주권은 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민간 우주부문의 성장이 주권 확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영국 더럼대 블레딘 보웬 박사(우주정치학)는 네이처에 “유럽 발사체 산업이 미국과 중국에 필적할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은 낮지만, 자체 수요를 충족할 인프라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의 협력 관계도 변화 가능성
유럽의 자립 노선은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유럽은 최근 10년간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5월 발사된 지구 자기권 관측위성 스마일(SMILE)은 유럽우주국과 중국과학원의 공동 사업이었다. 지난달 발사가 예정됐다 연기된 중국의 달 남극 탐사선 창어 7호에도 이탈리아, 스위스 등 유럽연합 국가의 과학장비가 실린다.
유럽우주정책연구소의 레아 토메 연구원은 “스마일은 그동안 이뤄진 유럽과 중국 협력의 정점을 보여줬지만, 어쩌면 한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전략적인 자율성은 앞으로 독자적인 행보를 한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텔샛의 전 최고경영자 베르네케는 현재 유럽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으로 볼 때, 유럽의 주권 확보는 우주 강국 간 협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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