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농지 임대차·휴경에는 강제처분 유예한다...불법 농지 전용도 사후 추인 허용

김은정 기자 2026. 9. 2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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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농지 전수조사’ 보완책 발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향 당정협의가 열렸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정부가 농민 반발이 큰 ‘농지 전수조사’와 관련해 투기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한 임대차나 휴경 등 농촌 관행에 대해서는 강제처분을 유예하기로 했다. 대신 자진정비 기회를 부여해 스스로 경작하거나 합법적으로 임대하는 등으로 불법을 해소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해 온 농지라도 투기나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합법화할 수 있는 길이 38년 만에 열린다. 사후 전용을 신청하고 부담금을 납부하면 정부가 추인해 합법 상태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농지 전수조사를 두고 농민들 사이에서 “국가가 농지를 빼앗으려 한다”는 불안이 퍼지자 당정은 명백한 농지 투기 사례를 제외한 관행에는 처분을 유예하거나 합법으로 양성화시켜주는 등 농지법을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한 것이다.

◇투기와 농촌 관행 구분 처리

먼저 임대차와 관련해 농업인들이 편의상 농지를 서로 바꿔 경작하는 경우나 마을 농지를 1명의 임차인이 모아서 경작하는 투기와 무관한 관행적 임대차는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하면 강제처분을 유예키로 했다. 실제 경작자가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소유자가 불분명한 미등기 상속농지는 행정청이 대리경작자를 지정하거나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농지은행에 위탁해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여럿이 공유하는 농지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농지 지분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공유자들의 동의로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럼에도 임차인 퇴거 등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당초 7월 31일까지였던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을 11월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관행처럼 구두로 농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임차인이 특별정비 기간 내에 서면 계약서를 작성해 관할 읍·면 사무소 등에 신고하면 제3자 대항력을 갖게 되고, 최소 3년 이상(다년생 식물 재배지의 경우 5년 이상)의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소유한 지 3년이 지난 농지는 이 기간 안에 농지은행 임대 위탁을 신청하면 불법으로 보지 않을 계획이다. 다만 자진정비 기간을 얼마로 할 것인지는 향후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정할 예정이다.

◇투기 아닌 휴경 농지는 농지은행에 위탁 가능하게

정부는 고령농이나 상속인이 휴경 중인 농지, 그리고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방치된 농지 등에 대해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특히 맹지나 경사지 등 경작이 어려운 곳도 농지은행이 맡아 가능한 경우 농지로 복구하거나 영농형 태양광 등으로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경미한 농지 불법 전용 행위는 사후 추인 허용

전수조사에서 불법 전용으로 확정된 경우에도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 훼손 등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면 사후 양성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사후 전용을 신청하면 요건 검토 및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 후 추인해 합법 상태로 전환한다. 농식품부는 “1988년 이후 38년 만의 양성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법 위반 의도가 명백한 전용의 경우에는 사후 추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비닐하우스나 버섯재배기업 등으로 위장한 뒤 안에서 식당을 운영하거나 태양광 발전에만 사용한 경우, 이번 사후 양성화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런 경우 정부는 해당 시설을 본래 용도로 교정하도록 자진 정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다.

실제 농지 상태와 지목을 일치시키는 작업도 추진한다. 지목은 전이나 답으로 돼 있지만 장기간 임야화 된 경우, 농지로 복구할 실익도 낮다면 이 같은 토지는 실제 상태에 맞게 지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처럼 농지법 위반 사항에 대해 처분을 경감해주기 위해서는 특별조치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정부에서는 당정 간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올해 안에 입법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지은행이 헐값에 사간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농지은행 매입과 관련해 일부 농민들은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농지 실거래가격이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농지 전수조사 발표 이후로는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이 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헐값에 땅을 팔아야 할 처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크다.

정부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농지은행의 땅 매입 가격은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하는데, 올해와 작년 사이 큰 변화가 없다는 이유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감정평가는 공시지가에 지가지수 변동분을 반영해 이뤄지는데 올해 공시지가는 올랐고 지가지수도 상승하고 있으며 실거래 가격의 하락 폭도 둔화하고 있다”며 “올해 농지은행의 매입가격이 작년과 거의 변동이 없는 것을 보면 감정평가액에도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심(農心) 심상치 않자 추석 전 보완책 발표

농식품부는 지난 2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후 단군이래 최초로 농지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투기를 막는 한편,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향후 정책 입안시 참고하겠다는 취지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불법 임대차, 무단 휴경, 불법 전용 등 법 위반 농지로 확정되면 강제 처분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을 농지법에 신설했다. 농지법대로라면 농촌 관행 상당수가 ‘불법’이 되다보니 농민들 사이에서는 “국가가 농지를 빼앗으려 한다”는 불안이 퍼졌다. 이에 당정은 명백한 농지 투기 사례를 제외한 관행에는 조건부로 처분을 유예키로 했다.

농식품부는 농촌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이고 경미한 위반에는 처분을 유예하지만, 농지 투기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경우가 대표적이다.실제 영농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 등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소유한 경우 농지법에 따라 강제처분을 명하고,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 시설로 불법 변경한 행위에도 농지법에 따라 원상회복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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