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형의 뷰파인더]양종희·이재근 'KB'의 품격있는 승계

김보형 2026. 9. 21.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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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그룹 중 1등이라는 게 이제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총자산 830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이재근(60) KB금융지주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부문장은 포부부터 남달랐다. KB금융은 2024년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 클럽' 입성을 시작으로 작년에도 순이익 5조원(5조8430억원)을 달성하며 줄곧 '리딩금융'(순이익 1등 금융지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66년생인 이 내정자가 KB금융 회장에 취임하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최연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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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차기 회장 '세대교체'로 대세론 깨
양종희 현 회장 포기 없이 끝까지 완주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도 쇄신 나서나

“국내 금융그룹 중 1등이라는 게 이제 더 이상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총자산 830조원의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의 차기 수장으로 내정된 이재근(60) KB금융지주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금융(SME) 부문장은 포부부터 남달랐다. 9월 11일 KB금융 차기 회장 단일 후보로 선정된 이 내정자는 14일 서울 여의도 사옥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KB금융이 리딩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많은 역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재근, “1등에 안주하지 않겠다”

KB금융은 2024년 금융지주 최초로 순이익 ‘5조 클럽’ 입성을 시작으로 작년에도 순이익 5조원(5조8430억원)을 달성하며 줄곧 ‘리딩금융’(순이익 1등 금융지주)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상반기에도 3조8846억원의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올 연간으로는 순이익 6조원 돌파도 유력한 상황이다. KB금융은 주가도 17만원을 웃돌며 시가총액도 62조원을 넘어섰다. 신한금융(52조원), 하나금융(37조원) 등과 격차도 크다. 이 내정자도 “KB금융이 상반기에 역대 최고 성과(실적)를 냈고 주가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이라며 “제가 선임된 것은 그런 1등에 안주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이 내정자는 국내에서 이자 장사에 골몰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사업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금융의 중심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해야 하고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이라는 사회적 역할도 해야 한다”며 “KB금융은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올해 KB증권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증권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적 금융 확대전략을 펼쳐나가면서 기업금융(IB)과 인프라 금융의 전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올해 상반기 KB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증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5%로 2022년(4.6%)보다 15%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이 내정자는 미래 금융의 핵심 화두로 AI와 디지털, 머니무브(증시로 자금 이동), 고령화 등을 꼽았다. 특히 AI를 두고는 “앞으로 3~5년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수 있는) 명운이 달린 시기”라고 규정했다. 서강대 수학과와 KAIST 금융공학 MBA를 나온 이 내정자는 KB금융과 KB국민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을 정도로 KB금융그룹 내 최고 재무전문가로 꼽힌다.

○박수받고 떠나는 양종희 회장

당초 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던 양종희(65) KB금융 회장의 연임 실패를 놓고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것 아냐니는 관측부터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등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양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2023년 9월 8일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대세론은 양 회장이 아닌 허인 KB금융 부회장이었다. 서울대 법학과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1년 후배인 허 부회장은 국민은행의 첫 3연임 행장을 지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은행장 출신이다. KB손해보험 대표를 지낸 양 회장이 경력 면에서 허 부회장에게 밀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의 생각은 달랐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 회장에 대해 “지주사와 은행,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은행·비은행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고 디지털·글로벌 분야에도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며 비은행 경력을 높이 평가했다.

3년이 흐른 이번에도 KB금융 회추위의 판단은 명확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9월 11일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를 이끌 적임자로 이재근 부문장을 선택했다”고 했다. 양 회장이 부족하다는 게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난해 3월 함영주(70) 하나금융 회장을 시작으로 올해 3월 진옥동(65)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67) 우리금융 회장까지 4대 금융지주 중 3곳은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KB금융은 ‘세대교체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선택’에 나선 것이다. 1966년생인 이 내정자가 KB금융 회장에 취임하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최연소가 된다.

비록 연임에는 실패했지만 끝까지 선의의 경쟁을 펼친 양 회장에게도 박수를 보낼 만하다. 과거 금융지주 회장들은 연임에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경우 ‘용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 등 외압설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양 회장이 당당하게 마지막 면접까지 참여하면서 KB금융의 공정한 경영승계 절차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KB금융 CEO 10명 연말 임기 만료

이제 관심은 KB금융의 연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로 쏠린다. 지주 회장의 얼굴이 바뀌는 만큼 인사폭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9월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CEO 인사와 관련해 “회장이 전부 힘을 갖고 인사를 하기보다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원칙을 밝혔다. 이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이 원장은 9월 15일 임원회의에서 “대부분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고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한다”며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과 평가, 기록 등 CEO 승계 절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독점해온 계열사 CEO 인사권을 계열사 자추위나 임추위 등에 위임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KB금융 계열사 11곳의 CEO 12명 중 10명이 올해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환주(62) 국민은행장의 2년 임기가 끝나고 연임 중인 이홍구(61) KB증권 대표, 구본욱(59) KB손해보험 대표, 김영성(57) KB자산운용 대표, 빈중일(58) KB캐피탈 대표, 성채현(61) KB부동산신탁 대표는 ‘2+1’년 관례에 따라 올해로 3년의 임기를 채운다. 초임인 김재관(58) KB국민카드 대표, 정문철(58) KB라이프생명 대표, 윤법렬(54)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박찬용(61) KB데이타시스템 대표도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이재근 회장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은 일부 계열사 대표의 경우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대해 이 내정자는 “젊은 KB의 세대교체는 의사결정을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나이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고 역량과 전문성, 우리 조직원들의 헌신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가 누군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나이만으로 CEO 인사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이 내정자는 “회장에 힘이 집중되기보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지향하고 싶다”며 “분권화된 조직, 지속가능한 조직에 방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이 내정자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11월 21일 3년 임기의 KB금융 회장으로 취임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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