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 녹아든 '진정한 하이엔드' [하이엔드 휴양시설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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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반대로 '럭셔리 캠핑장' 또는 '글램핑장'으로 불리는 곳들을 살펴보면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보다 홀로 눈부신 경우가 많을뿐더러, 이는 자연과 하나 되는 캠핑의 본질과 맞지 않다.
수많은 캠핑장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캠핑장들을 살펴보면 키워드는 단연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고급이다.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닌,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이용객에게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캠핑장은 아직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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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숲 속 은신처, 달밭리트릿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미학이 가장 필요한 분야를 꼽자면 아마도 캠핑장일 것이다. 별다른 특색 없이 텐트 사이트만 덩그러니 제공한다면 굳이 돈을 내고 캠핑장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럭셔리 캠핑장' 또는 '글램핑장'으로 불리는 곳들을 살펴보면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보다 홀로 눈부신 경우가 많을뿐더러, 이는 자연과 하나 되는 캠핑의 본질과 맞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고캠핑'에 등록된 캠핑장만 4,632개. 수많은 캠핑장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캠핑장들을 살펴보면 키워드는 단연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고급이다. '고급'이란 말로는 부족해서 '하이엔드High end'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하이엔드란 최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이다. 경험과 가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가격의 상한선도 없다.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닌,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도, 이용객에게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캠핑장은 아직 많지 않다. 입지, 조경, 건축, 프라이버시, 서비스까지 두루 갖춘 곳은 국내에서 손에 꼽힌다. 지난 8월 강원도 평창의 깊은 숲속에 조용히 문을 연 '달밭리트릿'은 그 조건을 모두 갖춘 곳이다.
달밭리트릿은 '캠핑장'이나 '글램핑', '펜션', '리조트', '웰니스 호텔' 대신 이름에 '리트릿'을 넣었다. 리트릿Retreat은 해외 휴양지에서는 종종 볼 수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직역하면 '후퇴'지만, 앞만 보고 전진한 사람들이 잠시 뒷걸음해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에서 '휴식'으로 의역된다.

자연보다 겸손하게
달밭리트릿은 속사천과 흥정천이 평창강으로 합수하는 용평면 백옥포리에 자리한다. 예부터 이곳은 흉년이 들지 않아 의로운 마음으로 주변 마을에 베풀었다고 해서 '의풍포'라 불렸으며, 평창의 12개 명당인 '육포육미'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건물을 자연보다 겸손하게'라는 철학 아래, 땅을 먼저 분석하고 그에 맞춰 캠핑사이트와 건물을 배치했다. 화전민들이 일구었던 계단식 밭의 흔적을 살리고, 현지의 돌과 자생하는 자작나무와 낙엽송을 건축과 조경 자재로 활용했다. 무엇을 새로 들여놓기보다 원래 그곳에 있던 것처럼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크게 '와일드가든', '와일드스테이', '와일드캠프'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진 교수 연구진이 설계한 야생화 정원에는 300여 종의 한국 자생화가 자란다. 숲속에 아홉 동의 낙엽송 오두막 '와일드 스테이'는 숲을 여러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와일드캠프'는 땅의 모양 위에 숲에서 얻은 재료로만 지어졌다.
스테이 고객은 빈손으로 와도 된다. 웰컴 티부터 아침 도시락, 바비큐 밀키트, 안주 플레이트까지 다양한 식음 서비스가 준비돼 있다. 2027년부터는 요가, 목공, 원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야외 결혼식, 음악회, 기업 워크숍 같은 이벤트도 열어 단순히 공간으로 머물지 않고 콘텐츠로 채워질 예정이다.

달밭리트릿 곽병두 회장

"나를 살려준 산을 위해 머슴처럼 일합니다"
서울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해 삼성전자와 광고대행사 오리콤을 거쳐 전시디자인 전문기업 지엘어소시에이츠(이하 지엘)를 창업한 곽병두(61)씨는 회사 대표 직함을 내려놓고 강원도 평창에서 자연인처럼 살고 있다. 그곳에서 자신이 누린 진정한 '쉼'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어 달밭리트릿을 만들었다.
클라이언트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는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사업 기획부터 복잡한 인허가 절차, 운영까지 총괄하는 것은 그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다. 지엘에 TF팀을 구성, 그래도 이왕 할 거라면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과투자해 걱정이 앞서면서도 "이곳에서 재충전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다.
기업가에서 야인으로
30대에 회사를 창업한 그는 30년 가까이 일벌레로 살아왔다. 네 명에서 시작한 회사는 직원 120여 명, 연매출 5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2012년 일 관련 송사에 휘말려 급성 우울증 진단을 받고 자살충동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 다행히 입원치료하며 위기는 넘겼으나 회복하는 데 5년이 걸렸다. '덤으로 사는 인생 뭐 있나' 싶어 일본에서 한국까지 요트를 몰고, 인제와 영암에서 스포츠카를 죽을힘을 다해 밟아보기도 했다. 한창 널뛰며 우울증에서 회복했다고 자신하던 어느 날, 의사인 친구가 찾아와 말했다.
"네가 하는 건 회복이 아니라 회피야. 일 때문에 생긴 상처는 일로 회복해야 해."
그날 이후 몇 해에 걸쳐 일들을 정리하고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회사에서 나와 그가 찾은 곳은 오래 전 사두었던 평창 땅. 처음 숲에 와서는 30초 이상 생각을 비우지 못할 정도로 쉬는 법을 몰랐다고 한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닌 거 같아 산속 여기저기에 텐트 치고 잠을 자며, 감자, 메밀, 옥수수를 심었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지어먹고 지내자 각종 성인병이 사라졌다. 그는 "여기서 지내다 가끔 서울 가면 물 안 갈아준 어항에 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산에선 생각이 멈추었고, 욕심이 비워졌다. 그는 자신을 살린 산에 대한 보답으로 '머슴처럼 일하기로' 결심, 다른 사람들과 그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농업법인을 설립하고 개인 토지를 법인화한 뒤 5만 평에 이르는 부지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땅의 건축가' 조병수와 함께 만든 공간
한창 사업을 하던 시절에도 해외 출장이 끝나면 2~3일씩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호텔을 경험하며 평창 땅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렇게 축적한 공간 경험을 바탕으로 땅을 해석했고, 거제 '지평집'을 설계한 조병수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배워가며 만들어간 야생화 정원에는 4년을 쏟아 부었다.
"건축가를 결정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조병수님은 가장 자연에 순응하는 건축을 하시더라고요. 일면식도 없는데 연락했어요. 부지에 와보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해보자고 하시더군요."
곽씨의 집요한 요청으로 설계 단계에서만 50번은 짓고 허물기를 반복했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자기 고집을 꺾지 않아 마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둘은 합이 잘 맞았다. 아무래도 디자이너 출신인 곽 씨의 안목과 건축가의 철학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 듯 한 땀 한 땀 돌과 나무를 다듬었다. 수년간 '머슴처럼' 쉼 없이 달려온 끝에 달밭리트릿은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산 속에서 텐트 치고 살면서 60여 년 전 화전민들의 집터를 발견했어요. 살기 위해 이 땅에서 지낸 흔적을 보니 마음을 짠하더라고요. 다시 100년 후 누군가 이곳의 흔적을 보고는 '어떤 놈이 이 짓을 하고 갔나' 하겠죠. 살기 위해 공간을 가꾼 진심을 이해해 줄까요? 잠시나마 이 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준 산과 신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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