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는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피난처…반달곰도 살고 있다”

2026. 9.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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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수 국립생태원 보호지역팀 전임연구원 인터뷰
서형수 국립생태원 보호지역팀 전임연구원이 지난 9월 8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의 복원관 앞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주영재 기자

“전쟁의 상징에서 생명의 상징으로, 통제된 죽음의 땅에서 멸종위기종의 피난처로.” 지난 8월 26일 열린 생태안보미래포럼에서 비무장지대(DMZ) 생태계 조사 현황을 발표한 서형수 국립생태원 보호지역팀 전임연구원의 발표 자료에 나온 말이다. DMZ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의 말과 겹쳐 들렸다.

유엔사의 출입통제와 지뢰로 연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어떻게 그간 DMZ 생태조사를 했을까. 지역발전을 위해 민간인통제선을 대거 조정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나온 상황에서 DMZ에 사는 생명의 미래는 어떻게 변할까. 지난 9월 8일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을 찾아 서형수 연구원의 의견을 들었다. 10년 넘게 DMZ 일원의 생태조사를 해온 그는 보호지역 지정을 위한 논의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DMZ의 생태적 가치를 증명하는 조사의 필요성도 더 커졌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DMZ는 70여년간 자연적 천이가 스스로 진행된 생태계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38% 이상이 살고 있다. 그곳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면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초조사가 필수적이다.

-DMZ 일원의 생태적 가치를 어떻게 보나.

“지난 70여년간 사람의 간섭이 최소화되면서 자연적 천이가 스스로 진행된 생태계이다. 동쪽 백두대간 산악지대부터 서쪽 한탄강·임진강 하구 습지까지 동서로 이어진 국토의 핵심 생태 축이기도 하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38% 이상이 이곳에 모여 살거나 번식지로 이용하고 있어서 한반도 야생동식물의 마지막 피난처다. 학술적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보전 가치를 지녔다.”

-DMZ 생태조사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국립생태원은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DMZ와 민통선 이북(민북) 생태계를 조사했다. 1974년 이후 환경부와 관계 기관이 축적한 자료에 생태원의 최근 정밀조사 결과를 추가해 종합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6900여종의 서식 정보를 정리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향로봉·용늪·두타연 같은 지점 조사나 1992~1993년 환경처의 단발성 조사가 있었고, 2008년 서부, 2009년 중부 DMZ를 조사하기도 했다.”

-2010년부터 한동안 조사가 중단됐다.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전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유엔사 승인이 나지 않았다. 2011·2012년에도 협조를 구했지만 승인이 안 났다. DMZ 안을 조사할 수 없으니 방향을 바꿔 민통선 이북을 조사했다. 2014년 국립생태원이 생기면서 이 조사를 넘겨받았고, 동부·중부·서부 3개 권역을 서부임진강·서부평야·중부산악·동부산악·동부해안 5개로 나눠 조사했다. 2018년부터 남북관계가 좋아지자 2021년 출입 승인을 받아 2022년 서부임진강 권역, 2023년 서부평야 권역의 DMZ에 들어갔다. 2024년부터 오물 풍선, 대북확성기로 이슈가 많았는데 그때는 DMZ는 물론이고 민통선 이북 조사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과거에 민통선이었다가 2007년 북상으로 해제된 15~10㎞ 구간을 대신 조사했다. 지난해, 올해도 통일부와 협업해 계속 신청했는데 유엔사가 허가하지 않았다.”

국립생태원 연구원이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표범장지뱀을 손에 들고 확인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아직 한 번도 못 들어간 DMZ 구역은.

“민북은 거의 다 조사했지만, DMZ 안쪽 중부산악·동부산악·동부해안 권역은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 조사한 DMZ 지역도 안전이 확보된 길 주변만 본 것이라, 지뢰지대는 여전히 조사하지 못한 곳으로 남아 있다. 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곳은 무인센서카메라나 음향녹음기 같은 장비를 설치해 간접조사를 병행한다. 수색대대 같은 군부대와 협력해 조사하는데, 우리가 카메라를 제공하면 군은 미확인 인원을 감시할 수 있고, 우린 야생생물의 이동을 파악할 수 있다. 군이 정기적으로 메모리와 배터리를 교체해준다.”

군사 보안상 작전지역 출입과 야간 조사도 제한된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김명철 연구원은 곤충을 연구하는데 밤에 불을 켜 곤충을 모으는 유인등도, 일정 간격으로 컵을 묻어 지나가는 곤충을 빠뜨리는 함정 트랩도 설치할 수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곤충 중에서는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를 관찰했다고 했다.

-군의 협조가 절대적이겠다.

“장병들에게 주기적으로 무인장비 점검법과 DMZ 생태교육을 한다. 예전에는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원본 그대로 넘겨줬는데 요즘은 미리 분류해서 종의 이름까지 적어주기도 한다. 현장조사 때 인솔 군인이 부대 주변 생태를 설명해주는 걸 보면 생태에 관한 인식이 정말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그분들 궁금증을 풀어주려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약 상황에서도 조사 결과는 좋은 편이라고 들었다.

“멸종위기종이나 한반도 고유종이 굉장히 많이 나온다. 다니는 길 외의 곳에 들어가서 조사한다면 더 많은 종이 나올 거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고성 고진동 계곡에 버들가지라는 물고기가 산다. 냉수성 어종이면서 멸종위기종이고 한반도 고유종인데 남쪽에서는 거기서만 나온다.”

-반달가슴곰도 살고 있다고 했는데.

“DMZ 안에 서식해 직접 목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2015년까지 군 감시 장비에 윤곽만 찍혀 반달곰으로 추정된다고 자문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수색대대에 무인센서카메라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2018년 동부지역에서 처음으로 반달가슴곰을 촬영할 수 있었다.”

-몇마리가 사는지. 지리산에서 복원한 개체일 가능성은.

“어린 개체로 보였고, 어린 개체는 혼자 살 수는 없으니 부모가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3마리 이상으로 추정하는데, 그 뒤로 성체도 계속 관찰되고 있어서 DMZ 안에서 번식하고 산다고 추측하고 있다. 다만 같은 개체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반달가슴곰은 무늬로 개체를 구분하기 어려워서다. 복원사업으로 방사한 개체인지, 원래부터 살아온 야생 개체인지는 아직 확실히 말하긴 어렵다. 우리도 굉장히 궁금하다. 사람의 간섭이 차단된 험한 산악지형과 먹이 자원이 곰에게 좋은 서식지가 되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민통선 조정이 되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민통선 이북에는 인공 조림지가 거의 없다. 산불이 나도 그냥 두니 대부분 활엽수로 자연 복원된다. 민통선을 통과하는 순간 조림지가 현저히 줄어드는 게 느껴진다. 해제되면 조림으로 숲이 변할 가능성이 커진다.”

-보전과 개발이 양립할 수 있을까.

“통일되면 DMZ조차 없어질 수 있다. 다만 그 지역을 다 보존하자고 하면 재산권을 비롯해 많은 문제가 나올 수 있다. 핵심적으로 보존해야 할 지역이 있다면 주변을 완충하는 지역도 있어야 하고, 그 밑에 전이구역도 있어야 한다. 공간을 구분해서 보존하는 방향, 그리고 일정 부분은 개발할 수밖에 없는 지역을 선택적으로 적용해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쓸 수 있는 수단은.

“생태계서비스지불제가 있다. 예전에는 손으로 농사를 지으니 이삭이 떨어져 두루미가 먹을 게 있었는데, 기계화되면서 볏짚까지 사일리지로 싹 가져가니 먹을 게 없어졌다. 토지주와 협의해 이삭을 남겨두면 그 면적만큼 보전금을 지원할 수 있다. 서식지도 보존하고 농민도 손실을 보전받으니 상생할 방안이다. ‘절대 보전’이냐 ‘무분별한 개발’이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의 청정 이미지를 농특산물 브랜드나 친환경 생태관광과 엮어 주민 소득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DMZ 생태조사를 계속하는 이유는.

“이곳은 아직 보호지역이 아니다. DMZ 일원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면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고 왜 중요한지를 설명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초조사가 필수적이다. 어떤 종이 얼마나 살고 있고, 위험 요인이 뭔지, 관리는 어떻게 되는지 조사해야 보호지역의 필요성을 언급할 수 있고 지정할 수 있다.”

-최근 조사에서 달라진 점은.

“조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현장에서 파악하지 못한 야생생물이 자주 확인되고 있다. 과거에는 오직 현장조사로만 판단했고, 그 시기 그 지역에서 못 보면 없는 거로 조사됐다. 지금은 무인센서카메라, 조류 음성 녹음장치, 유전자 분석까지 방법이 고도화됐다. 수십만장의 사진도 인공지능으로 분류한다. 이런 기술 덕에 DMZ의 생물 다양성이 우수하고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걸 알 수 있게 됐다.”

김명철 연구원도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DMZ 평화의 길 구간에서 거미줄에 붙은 입자를 채취해 그 일대에 사는 생물을 파악하는 환경 DNA(eDNA) 조사를 진행했다.

-앞으로의 조사 계획은.

“민통선 이북 지역 3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내년에도 DMZ 조사를 신청하고, 승인이 나면 들어가고 안 되면 민북을 재조사할 계획이다. 똑같은 경로로 똑같이 들어가 그사이의 변화를 최대한 보려고 한다. 무인센서카메라, AI 분석, 유전자 분석 같은 비침습적 정밀조사를 넓혀 출입지역의 한계를 메우려고 한다. 장병과 주민을 찾아가는 생태교육도 늘려서 민·관·군이 함께 지키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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