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커피 바꿨어? 향 달라졌네”…남편의 한마디 ‘치매 SOS’ 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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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마시던 커피 향이 어느 날부터 희미해졌다. 다른 냄새는 맡을 수 있는데 시큼한 레몬이나 고소한 땅콩 냄새만 유독 구분하기 어렵다.
문 교수는 "감기나 코로나19처럼 모든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늘 맡던 특정 냄새만 갑자기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면 뇌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후각은 냄새의 정체를 구별하는 회로와 감정을 움직이는 회로가 따로 작동한다"며 "후각을 '감정의 감각'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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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 감각 넘어 기억 깨우는 매개체
잠 잘자야 치매예방…햇빛쬐면 숙면
오감 전부쓰는 ‘필사’ 뇌자극에 도움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만난 문제일 뇌과학과 교수는 이런 변화를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문 교수는 “감기나 코로나19처럼 모든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늘 맡던 특정 냄새만 갑자기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면 뇌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감각의 뇌과학’을 펴낸 문 교수는 후각 신경을 중심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을 연구해온 뇌과학자다. DGIST 후각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뇌신경과학회장과 한국화학감각학회장을 지냈다.
◆기억을 깨우는 후각, 치매 신호도 포착
문 교수가 후각을 연구하게 된 출발점은 기억이었다. 신경세포가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기억을 만드는지 연구하던 중 하나의 냄새가 오래전 장소와 사람, 당시의 감정까지 한꺼번에 불러오는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후각은 다른 감각보다 사람의 감정과 직접 연결돼 있다. 눈으로 장미를 볼 때는 모양과 색을 분석해 장미라고 판단한다. 반면 장미 향은 과거 그 향을 맡았던 장소와 당시의 기분을 즉각 떠올리게 한다. 문 교수는 “후각은 냄새의 정체를 구별하는 회로와 감정을 움직이는 회로가 따로 작동한다”며 “후각을 ‘감정의 감각’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후각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단서로도 활용된다. 냄새 자체가 약하게 느껴지는 것보다 늘 익숙하게 맡아오던 냄새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아이에겐 흙 놀이, 어른들은 필사
뇌는 새로운 자극에는 민감하지만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금세 익숙해진다. 문 교수가 뇌를 “게으른 기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익숙한 영상이나 활동만 반복하면 뇌의 여러 영역을 골고루 사용하기 어렵다. 반대로 여러 감각을 함께 사용하면 더 많은 신경회로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흙 놀이가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흙냄새를 맡고 손끝으로 질감을 느끼며 친구들과 대화하고 주변을 살피는 동안 시각과 후각, 촉각, 청각이 함께 작동한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사고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문 교수는 기술 자체보다 사용 방식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AI를 공학용 계산기에 비유했다. 계산기가 단순 계산을 대신하면서 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게 된 것처럼, AI도 단순 지식노동을 줄이고 더 높은 수준의 사고를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생각할 일을 모두 AI에 넘기는 것은 경계했다. 문 교수는 “한 번의 클릭으로 답을 얻거나 AI가 만든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질문의 구조는 사람이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막연한 질문 하나를 던지기보다 문제를 여러 단계로 나누고 답을 바탕으로 다시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AI는 답을 대신 내놓는 도구가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만들도록 돕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잘 먹고 잘 자야 뇌도 젊어진다
문 교수는 뇌 건강의 기본으로 생체리듬에 맞춰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꼽았다.
아침에는 각성과 집중을 돕는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만큼 판단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햇빛을 충분히 봐야 밤에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원활하게 분비된다. 늦은 야식이나 격한 운동은 뇌를 다시 깨워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은 뇌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다. 깊이 잠든 동안 뇌척수액의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뇌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한다. 잠을 자주 깨거나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이 과정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먹는 음식도 뇌에 영향을 준다. 장과 뇌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장내 환경은 기분과 사고뿐 아니라 퇴행성 뇌 질환과도 관련될 수 있다.
남과 비교하는 습관도 줄여야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뒤처졌다고 느끼면 뇌는 신체가 칼에 찔린 것과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 문 교수는 “비교 대상을 다른 사람에서 과거의 자신으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진 자신의 삶에 집중할 때 뇌는 비로소 평온함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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