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차트 8개국 1위'…JYP '구원투수' 넥스지, 지구 반대편에서 먼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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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밤, 무대에 오른 일곱 명의 신인은 첫 인사를 포르투갈어로 건넸다. 며칠 전 콜롬비아에서는 스페인어였다. 한국어도 일본어도 영어도 아니었다. 데뷔 3년 차 JYP엔터테인먼트 보이그룹 NEXZ(넥스지)의 첫 라틴 아메리카 공연이었다.

9월 11일(현지시간) 넥스지는 브라질 최대 음악 페스티벌 '록 인 리오(Rock in Rio)'의 메인 스테이지 오프닝을 맡았다. 이날의 주역은 선배 그룹 스트레이 키즈였다. 1985년 창설 이후 퀸, 건즈 앤 로지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대미를 장식해온 무대에서 스트레이 키즈는 K팝 아티스트 최초로 헤드라이너에 올랐다. 소속사가 밝힌 관객 규모는 10만 명, 일부 현지 언론은 매진 이후 추가 티켓이 풀려 13만 명가량이 몰린 것으로 집계했다.
'록' 페스티벌의 K팝 헤드라이너
주최 측이 이 결정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내부 논의를 거쳤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한 K팝 관계자는 "주최 측이 스트레이 키즈를 헤드라이너로 세우는 건 굉장한 모험이라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록 인 리오라는 역사 깊은 무대에 록 장르가 아닌 K팝 그룹을 대미에 세우는 건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분명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스트레이 키즈가 워낙 인기가 높아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41년 역사상 처음으로 응원봉 반입이 허용된 것도 이번 공연이었다.

우려에는 근거가 있었다. 1985년 AC/DC와 아이언 메이든으로 출발한 이 페스티벌은 오래전부터 라인업이 록을 벗어나 있었다. 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가 헤드라인을 채웠고, 40주년이던 2024년에는 "이름은 록인데 록이 어디 있느냐"는 비판까지 터져 나왔다. 올해도 푸 파이터스가 록 개막을, 캘빈 해리스가 팝·댄스 무대를 맡는 식으로 밤마다 성격이 갈렸고 그중 하루가 스트레이 키즈의 'K팝 나이트'였다. 다만 아시아 아이돌 그룹이 대미를 맡은 선례는 없었던 만큼, 일부 팬 커뮤니티에서는 "록이 아니잖아"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트레이 키즈가 첫 주인공이 된 근거는 음악과 수요로 압축된다. 이들의 사운드는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유행한 뉴메탈, 즉 록과 힙합의 결합에 가깝다. 밴드 세션을 붙여 전곡을 라이브로 편곡했고, 방찬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244곡을 등록한 자체 프로듀싱 팀이라는 점도 록 페스티벌 문법과 맞닿는다. 관객층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유럽 스타디움 투어에서는 콘(KoRn), 린킨 파크 같은 뉴메탈 밴드 티셔츠를 입은 관객과 자녀를 동반한 중년 남성 팬이 다수 목격됐고, 여기에 남미 투어로 검증된 티켓 수요가 겹쳤다.
선배 무대 앞에서 터진 오프닝
이 거대한 무대의 오프닝을 맡은 것이 바로 넥스지였다. 오프닝은 통상 객석이 덜 찬 시간대다. 그런데 이날은 달랐다. 지정석 없는 스탠딩 구조에서 앞자리를 확보하려는 팬들이 개장과 동시에 몰려 시작부터 객석이 차 있었고, '스트레이 키즈 동생 그룹'이라는 사전 마케팅 효과가 겹쳤다. 넥스지는 'Beat-Boxer'와 'HARD'를 록 버전으로 편곡해 선보인 뒤 지난 8월 발매한 미니 4집 수록곡 'LOCO', 'SAUCIN''으로 이어갔다. 현지 팬들은 신곡 후렴을 따라 불렀고, 멤버들은 공연 중 무대 아래로 내려가 바리케이드 앞 관객들과 손을 맞췄다.

하지만 넥스지의 남미 일정은 리우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앞서 9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STRAYCITY(스트레이시티)' 무대에 먼저 올랐다. JYP엔터테인먼트가 미국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과 함께 만든 신규 페스티벌로, 스트레이 키즈가 헤드라이너로 중심을 잡고 후배 그룹이 같은 무대를 밟는 구조다. 남의 라인업에 초청받는 방식이 아니라 그룹명을 걸고 도시를 도는 형태여서, 신인에게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 없이 대형 관객을 만나는 통로가 된다.
성적은 즉각적이었다. 'SAUCIN''은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니카라과, 파나마,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8개국 유튜브 데일리 차트 1위에 올랐다. 파라과이 2위, 콜롬비아 15위를 기록했고 케냐와 인도 등 중남미 밖 차트에도 진입했다.
낙수 효과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번 반응을 선배 후광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틴 정서와 맞물린 곡의 리듬 구성에, 데뷔 이후 5세대 보이그룹 중에서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온 퍼포먼스 역량이 이를 뒷받침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미 '차세대 퍼포먼스 강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었다.

결정적인 요인은 남다른 준비에 있었다. 넥스지는 JYP가 일본에서 진행한 글로벌 오디션 '니지 프로젝트' 시즌2로 결성된 팀으로, 일본 출신 6명 토모야, 유우, 하루, 세이타, 휴이, 유키와 일본에서 성장한 한국인 1명 소건으로 구성됐다. 모국어가 일본어인 팀이 보고타에서는 스페인어로, 리우에서는 포르투갈어로 멘트 전체를 소화했다.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수개월 전부터 다듬고 준비한 분량이다. 브라질 TV 글로벌 공식 계정까지 이 장면을 주목해 언급했다.
곡 선정 단계부터 남미 시장을 계산에 넣었다는 점이 더 눈에 띈다. 미니 4집 타이틀곡을 'LOCO'와 'SAUCIN''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리더 토모야가 남미 일정을 고려해 'SAUCIN''을 밀었다고 전해진다. 무대 의상도 마찬가지였다. 멤버들은 브라질 국기를 연상시키는 노란색과 녹색 옷에 라모네스·블랙 사바스 같은 록 밴드 프린팅 티셔츠를 섞어 입었다. 편곡은 록으로, 신곡은 라틴으로, 의상은 개최국과 페스티벌 성격에 맞춘 셈이다.
반응은 차트에만 머물지 않았다. 공연 직후 브라질 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음악 부문에서 'NEXZ'가 1위에 올랐고, 멤버 토모야와 신곡 제목도 10위권에 함께 진입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브라질과 멕시코 주요 도시가 청취자 상위 도시에 올랐다. 유튜브 뮤직 월간 청취자 수는 9월 기준 2,400만 명대를 기록해 지난 5월(538만 명)의 네 배를 넘겼다.
아이러니한 건 이 열기를 정작 회사가 제대로 받아안지 못했다는 점이다. 13만 관객의 스타디움 전경, 신곡을 떼창하는 남미 관객의 열기는 공식 SNS가 먼저 퍼뜨려야 할 자산인데 주말 내내 비어 있었다. 관련 영상 대부분이 X의 일본·중남미 팬이 만든 편집물이었고, 뒤늦은 자료에서조차 소속사는 관객 규모를 축소 표기했다. 팬 커뮤니티에서 "JYP 소속 아티스트 실력은 대단한데 JYP가 홍보를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이유다.
남미라는 시장의 특수성
넥스지가 남미에서 거둔 반응의 배경에는 이 지역 특유의 뜨거운 팬덤이 있다. 그 열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지난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있었다. 2024년 11월 스트레이 키즈 월드투어 'DominATE'에서 아르헨티나가 제외되자 현지 팬 수천 명이 오벨리스크 광장에 모여 평화시위를 벌였다. 국영방송이 취재할 정도의 큰 규모였다. 이번 'STRAYCITY' 개최지에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가 포함된 것을 두고 현지 팬덤은 2년 전 시위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이 뜨거운 팬덤이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남미는 수익성 계산이 복잡한 시장이다. 동원력은 스타디움을 2~3일씩 채울 수준이지만 티켓 단가와 MD 구매력은 북미나 일본에 못 미치고, 이동 및 물류 비용은 오히려 크다. 그래서 고가 VIP 패키지로 단가를 보완하려는 유인이 생기는데, 기대치 관리에 실패하면 곧바로 분쟁으로 이어진다.
앞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에스파(aespa) 공연에서는 2,689헤알(약 70만 원)에 달하는 최상위 VIP 패키지의 '센드오프' 행사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현지 팬들의 항의가 소비자보호기관 대응과 환불 요구로 번졌다. 결국 남미 진출의 진짜 실익은 공연 마진보다 차트 및 스트리밍 지표 상승, 팬덤 저변 확대, 그리고 그 화제성이 다른 시장으로 되돌아오는 파급 효과에 있다.
JYP에 지금 필요한 것
이런 화제성이 지금 JYP엔터테인먼트에 절실한 데는 이유가 있다. 회사는 올해 내내 악재를 맞았다. 실적을 이끌어온 트와이스에서 계약 종료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정연은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기획사로 이적했고, 채영은 14년 만에 계약을 종료했다. 11년을 함께한 쯔위는 재계약 여부를 두고 아직 협의 중이다. 회사는 "확정되는 대로 안내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은 이 불확실성 자체를 핵심 IP 리스크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든든한 기둥인 스트레이 키즈 멤버들의 향후 병역 공백 우려가 상수로 깔려 있다.

주가가 이를 반영했다. 연초 7만 원대였던 JYP엔터 주가는 2분기 어닝 쇼크와 재계약 불확실성이 겹쳐 8월 13일 하루 11.2% 급락했고, 8월 21일 3만 8,800원까지 밀리며 연저점을 새로 썼다.
투자자들의 화살은 박진영 창의성총괄책임자(CCO)를 향한다. 그는 2023년 11월 유튜브 '슈카월드'에 출연해 "여윳돈만 있다면 무조건 저희 회사 주식을 살 것", "3년 뒤, 5년 뒤를 보고 사라"고 호언했다. 당시 9만 원대였던 주가는 3년이 되어가는 지금 4만 원 안팎으로, 고점인 14만 원대의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후 50억 원을 장내 매입해 지분율을 15.37%로 높인 박 CCO 본인의 지분 평가액도 1,000억 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주주들의 불만은 단순히 주가 하락에만 있지 않다. JYP엔터는 엔터 4사 중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다. 하이브가 0.29%, YG가 0.77% 수준인 데 비해 JYP는 2018년 18억 원 규모 소각 이후 사실상 손을 대지 않았다. 같은 기간 SM은 2025년에만 403억 원을 태웠다.
배당은 늘리면서 자사주 소각에는 침묵하는 이유로 지배력 유지가 거론된다. 자사주를 쥐고 있으면 우호 지분 확보나 제휴 등에 활용할 카드가 되지만, 소각하면 그 여지가 사라지는 동시에 박 CCO의 취약한 지분율이 더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이 논의되는 가운데 그가 대통령 소속 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국가 K팝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초 15년 만의 사내이사 사임 소식에 일부 주주가 "떠나기 전에 소각부터 하라"고 냉소적으로 반응한 배경이다.

결국 남은 카드는 IP 경쟁력 증명이다. 스트레이 키즈가 자체 프로듀싱으로 자력 성장한 경로를 저연차 라인업이 얼마나 빠르게 따라갈 수 있느냐를 숫자로 증명해 내야 한다.
본격적인 검증대는 곧 열린다. 넥스지는 9월 25~26일 멕시코시티에서 'STRAYCITY' 세 번째 무대에 오르고, 10월 17~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홀에서 첫 아시아 투어 'SAUCIN' THE WORLD'를 시작한다. 서울 공연은 9월 16일 일반 예매에서 2회차 모두 매진돼 소속사가 17일 추가 좌석을 열었다. 남미의 열기가 일회성으로 끝날지, JYP의 반등을 떠받칠 출발점이 될지. 그 답은 10월 서울에서 먼저 확인될 것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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