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 로또 당첨에도 출근한 팀장님… "직장인 PTSD 건드려" 공감 쏟아졌다

강유빈 2026. 9. 2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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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홍성인터내셔널의 막내 팀장 공은태(이준혁). 특유의 성실함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도 화 한 번 내지 못하고 버텨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무미건조한 일상에 '로또 1등'의 행운이 뚝 떨어진다.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만년 대리 양준호(서현우), 회사에 헌신했지만 승진은 정체된 선배 팀장 정선혁(오대환) 등 인물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서 주어진 일을 해내려 애쓰다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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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위로 치이는 대기업 막내 팀장에
2010년대 육군 생활관 완벽 고증도
"'내 얘기 같다' 느낄 드라마 갈증 커져"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의 주인공 공은태(이준혁). 티빙 제공

대기업 홍성인터내셔널의 막내 팀장 공은태(이준혁). 특유의 성실함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지만,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도 화 한 번 내지 못하고 버텨왔다. 아래로는 입사 선배인 팀원에게 무시당하고, 위로는 사내 정치질에 휘말려 어려운 일만 떠안다 보니 번아웃 직전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무미건조한 일상에 ‘로또 1등’의 행운이 뚝 떨어진다. 평생 놀고먹기엔 애매해도 마음의 보험으로는 충분히 넉넉한 13억 원을 품고 공 팀장은 답답한 회사 생활을 뒤집어보기로 결심한다.

복수해야 할 절대악도, 신데렐라 로맨스도 없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드라마가 다시 안방을 두드리고 있다. 유행하는 사이다 전개와는 거리가 멀지만, 현실의 고단함을 어루만지는 공감을 무기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는 모습이다.


직장인 PTSD 유발하는 '로또 1등'

티빙 오리지널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포스터. 티빙 제공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로또 1등)’는 시작부터 K직장인 공은태의 애환을 실감 나게 묘사한다. 10일 첫 공개 직후 각종 커뮤니티에 ‘30~50대 직장인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발한다’는 시청 후기가 쏟아졌을 정도다. 로또 1등 당첨이라는 설정은 판타지에 가깝지만, 이를 직접적인 문제 해결 수단이 아닌 ‘참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의 방패로 삼는 주인공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연출을 맡은 윤영빈 감독은 “가장 리얼한 오피스물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며 “‘로또 1등’은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 대한 헌사”라고 설명했다.

입체적인 동료 캐릭터들도 극의 현실감을 더한다.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만년 대리 양준호(서현우), 회사에 헌신했지만 승진은 정체된 선배 팀장 정선혁(오대환) 등 인물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서 주어진 일을 해내려 애쓰다 부딪힌다. 윤 감독은 “살다 보면 악의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와 소통이 되지 않았거나, 불안하거나, 생각하는 게 다른 것일 뿐”이라며 “이 이야기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모두 선과 선이 부딪히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군인 집단폭행 등 실화 소환한 '신병4'

ENA '신병4: 사보타주'의 한 장면. ENA 유튜브 캡처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ENA ‘신병4: 사보타주’ 역시 극강의 리얼리즘을 앞세워 인기를 끌고 있다. 탄탄한 현실고증으로 2010년대 육군 병영 생활을 그대로 옮겨 군필자들 사이에선 이미 입소문 난 지식재산권(IP)인데, 새 시즌은 상병으로 진급한 주인공부터 하사로 돌아온 말년 병장, 새로운 대대장과 신병까지 다양한 변수를 추가해 자체 최고 시청률(4.6%) 기록을 새로 썼다. 2011년 강원 양구 군인 집단 폭행 사건 등 실화를 소환한 에피소드로 군인 인권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내기도 했다.

이들 드라마의 인기에 대해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내 얘기 같다’고 느낄 수 있는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 갈증이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완성도 높은 장르물을 쏟아내고, 일일극에 이어 주말극마저 막장화하면서 소소한 위안을 주는 사실극을 만나기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생활감 넘치는 디테일, 획일화되지 않은 인간 심리를 잘 포착해 의외의 메시지를 만들어낸다면 공감의 폭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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