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행' 공효진 "앙상블의 빈틈 메우는 것이 제 몫이었죠"[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6. 9.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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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의 연기에는 정형화된 계산을 넘어서는 살아 숨쉬는 인간의 자연스러움이 녹아들어 있다. 이정은, 박소담, 이연과 호흡을 이룬 영화 '경주기행'(연출 김미조 감독)에서도 인위적 과장 없이 장면의 틈새를 파고들며 리얼리티를 채워넣었다.

'파스타', '최고의 사랑', '괜찮아, 사랑이야', '질투의 화신', '동백꽃 필 무렵' 등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시청률 1등 공신으로 활약해왔고 영화 출연작인 '가족의 탄생',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미쓰 홍당무'와 '러브픽션', '고령화 가족', '싱글라이더', '미씽: 사라진 여자', '뺑반', '윗집 사람들' 등에서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27년차 배우로 활약 중인 공효진은 이번 현장에서 프로듀서와도 같은 안목을 발휘하며 김미조 감독에게 실질적 조언을 다양하게 건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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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공효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공효진의 연기에는 정형화된 계산을 넘어서는 살아 숨쉬는 인간의 자연스러움이 녹아들어 있다. 이정은, 박소담, 이연과 호흡을 이룬 영화 '경주기행'(연출 김미조 감독)에서도 인위적 과장 없이 장면의 틈새를 파고들며 리얼리티를 채워넣었다. 

공효진이 K-장녀 장주 역으로 출연한 '경주기행'은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끝내 주검이 되어 돌아온 막내딸 경주의 복수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일견 블랙 코미디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법 체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한채 가족 해체의 위기에까지 놓이게 되는 범죄 피해자 가족의 마음속 깊은 심연까지 들여다 본 웰메이드 스릴러다. 

공효진은 엄마의 뜻을 맹목적으로 받들면서도 동생들을 통솔하는 큰딸 '장주' 역을 맡아 극의 중심축을 단단히 지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나선 공효진은 캐릭터를 구축하기까지의 집요한 고뇌부터 동료 배우들과의 치열했던 앙상블, 그리고 현장을 읽어내는 베테랑 배우로서의 혜안까지 편안한 어조로 풀어냈다. 

다른 촬영 스케줄들과 겹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한 차례 고사해야 했던 '경주기행'에 대해서는 이후 진행 스케줄을 수시로 매니저를 통해 체크해 볼 정도로 관심이 컸고 결국 출연을 이뤄냈다. 공효진이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엄마 옥실과 큰딸 장주 사이의 모녀 간에 흐르는 복잡미묘한 관계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장주라는 인물을 통해 김미조 감독님이 저를 어떻게 쓰고 싶으신지 궁금했어요. 장주가 엄마를 대하는 마음을 정하려면 엄마의 혼란스럽고 복잡한 상태를 잘 분석해야 했었죠. 감독님은 '장주가 엄마의 사령탑이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두 동생이 이 가족이 수행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두고 불안해 할 때마다 확실히 엄마 편을 뜨는 딸이어야 했고 가족을 든든히 사령탑처럼 지키는 맏딸이어야 했죠. 엄마에게 흙먼지가 묻으면 직접 털어줄 정도로 엄마를 보살피고 심지어 목욕탕에서 엄마와 똑같은 눈썹 문신을 할 정도로 엄마 곁에 있는 맏딸의 모습을 담으려 했어요. 딸들의 포지션과 서열, 유대감의 복잡함이 잘 드러나길 바랐어요."

배우 공효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장주는 엄마 앞에서는 한없이 순종적인 인물이지만 남편과 딸을 대할 때의 태도는 180도 다르다. 마치 옥실이 집안에서 가장 우두머리인 것처럼 장주도 자신의 가족들 앞에서는 절대적 우두머리이다. 

"자라면서 막내를 잃고 아빠마저 세상을 떠난 후 힘들어하는 엄마를 지켜본 장주 또한 깊은 트라우마를 새긴 채 살아가고 있었겠죠. 엄마의 뜻을 이뤄주기 위해 동생들을 통솔하는 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남편과 딸의 미래를 생각하며 각성하게 되죠. 장주는 지켜야 할 남편과 딸을 생각하며 '웃고 살자, 새 출발을 하자'고 각성하게 되고 엄마에게 반기를 들게 되죠. 이에 엄마 또한 장주의 이야기를 듣고 딸들을 모두 범죄자로 만드는 복수가 과연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 모녀가 함께 깨닫는 타이밍이 오는 거죠. 이런 부분을 감독님이 대본의 적절한 부분에 기막히게 써주셨어요."

공효진 또한 실제 삶에서 남동생을 두고 있는 장녀다. 가족 안에서 독불장군 같은 역할을 하고 있고 지독한 K-장녀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자신 또한 부모님의 기대와 장녀로서의 책임감을 깊게 겪었다는 후일담이 이어졌다. 

"어릴 때 아버지가 '너는 앙칼져서 어디 내놔도 누가 잡아갈 걱정이 없었다'고 하셨어요. 남동생 손을 쥐여서 싱부름을 보내시곤 했는데 동생을 맡는 순간 저 또한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모드가 바로 켜졌죠. 한국의 장녀와 장남이 짊어지는 책임감이나 역할을 저 또한 너무 잘 알고 있어요.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공부도 잘 해야 하고 부모님의 기대감이 큰 입장이죠. 남동생만 있어서 자매 관계의 디테일을 실제 알지는 못했지만 극중 자매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엄마 입장에서 든든하겠구나 싶었어요. 자매 간의 우애가 뭔지 극중에서 느꼈죠."

배우 공효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엄마 옥실 역의 이정은과는 이미 KBS-2TV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한 차례 모녀 호흡을 이뤄본 바 있는 사이다. '경주기행'에서 또 한번 모녀 호흡을 이루며 이미 돈독했던 사이가 더욱 두터운 신뢰를 지닌 관계로 발전했다. 공효진은 이정은을 향해 각별한 존경과 애정을 표현했다. 

"이정은 선배님은 늘 편안하게 품어주시는 분이에요. 감정 몰입을 해야 한다고 나머지 배우들을 조용히 시키거나 하지 않으세요. 선배로서의 점잖음을 억지로 유지하려 애쓰지도 않으시죠. 자연스럽고 편안한 '엄마와 언니의 중간' 같은 느낌이에요. 정말 위트 있고 재미있으셔서 대화가 가장 잘 통해요. 두 작품을 함께하며 제 모든 고민을 다 털어놓고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멘토이자, 친구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한 소중한 선배님입니다." 

비슷한 규모의 영화들을 다수 경험해 온 공효진은 이번 현장에서 프로듀서와도 같은 안목을 발휘했다. 올 로케이션 촬영에 제작비 한계가 뚜렷한 현장이었기에, 김미조 감독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건넸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의 '안 본 눈' 상태의 감각을 꼭 기억하려고 해요. 영상화되고 나면 이미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무엇을 걷어내고 고쳐야 하는지 보기 어렵거든요. 감독님께 내내 드렸던 이야기는, 한정된 예산 속에서 보충 촬영도 쉽지 않고 날짜에 쫓겨 신을 걷어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스토리와 직접 관계없어 보이는 '감독님이 그림으로 넣고 싶어 하시는 상징적인 신'들이 가장 먼저 포기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러니 놓치고 싶지 않은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면 초반에 미루지 말고 무조건 먼저 찍으시라고 조언했죠."

 '파스타', '최고의 사랑', '괜찮아, 사랑이야', '질투의 화신', '동백꽃 필 무렵' 등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시청률 1등 공신으로 활약해왔고 영화 출연작인 '가족의 탄생',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미쓰 홍당무'와 '러브픽션', '고령화 가족', '싱글라이더', '미씽: 사라진 여자', '뺑반', '윗집 사람들' 등에서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선보이며 27년차 배우로 활약 중인 공효진은 이번 현장에서 프로듀서와도 같은 안목을 발휘하며 김미조 감독에게 실질적 조언을 다양하게 건녰다. 

"매작품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의 '안 본 눈' 상태의 감각을 꼭 기억하려고 해요. 영상화되고 나면 이미 내용을 다 알기 때문에 무엇을 걷어내고 고쳐야 하는지 보기 어렵거든요. 김미조 감독님께 내내 드렸던 이야기는, 한정된 예산 속에서 보충 촬영도 쉽지 않고 날짜에 쫓겨 신을 걷어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스토리와 직접 관계없어 보이는 '감독님이 그림으로 넣고 싶어 하시는 상징적인 신'들이 가장 먼저 포기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러니 놓치고 싶지 않은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면 초반에 미루지 말고 무조건 먼저 찍으시라고 조언했죠."

엄마 역 이정은은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공효진에 대해 "공효진은 좋은 시나리오를 볼 줄 알고 분석력이 좋다. 또한 역할을 위한 온앤오프가 잘 되는 배우다. 베테랑 연기자이고 시나리오까지 잘 고를 줄 아는 이 배우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고 밝힌바 있다. 공효진 스스로가 생각하는 연기적 특성은 무엇일까. 

"제 역할에 대해서는 앙상블이기에 빈 곳을 파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배우가 이걸 잘 한다면 저는 다른 다양성을 넣으려 했죠. 제가 글을 읽을 때 느끼고 결정한 것 말고 앙상블의 밸런스를 찾아가려 했어요. 저는 먼저 준비를 많이 하는 배우이기보다 현장감을 높이는 연기를 추구해요.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이 하는 것을 잘 보고 많이 맞춰주려고 하죠. 제가 작품을 소화하는 방식인 것 같아요. 모두 어떤 결정을 했는지 보고 제가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죠. 래퍼런스를 찾아 보거나 골똘히 연구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현장에서 생눈으로 느낀 느낌을 중요시하죠. 이번 대본에서는 모두가 옆집 사람들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현실감을 부여했죠. 진짜 자매 같은 발란스를 만드는 것에 최선을 다 했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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