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돈잔치에 갈라진 노조.. 삼성전자 앞날은

손유지 2026. 9. 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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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격차 갈등 커지며 삼성전자 노조 DS 중심 재편
96.3% 압도적 찬성으로 DX 조합원 탈퇴 절차 돌입
반도체 사업부 이직 의향 높아 보상체계 개선 목소리
조합원 이탈 이어지며 과반노조 지위도 상실한 삼성전자
[지데일리] 성과급 갈등이 노조의 조직도까지 갈라놨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최대 노동조합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을 중심으로 조직 재편에 나서면서 삼성전자 내부의 노사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초기업노조가 19일 공고한 ‘2026년 5차 총회 결과’를 보면 DS부문 소속 근로자만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규약을 바꾸는 안건이 통과됐다. 

전체 선거인 5만1350명 가운데 2만8680명이 투표해 55.9%의 투표율을 기록했으며, 찬성표는 2만7618표로 96.3%에 달했다. 반대표는 1062표에 그쳤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맡는 DX부문 조합원들은 탈퇴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이번 조직 재편의 핵심 배경에는 성과급을 둘러싼 부문 간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DS부문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에 합의했다. 반도체 사업의 성과가 보상 규모에 직접 반영되면서 DS와 DX 사이의 보상 격차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DX 직원들이 중심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지난 7월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보상 격차 해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7000명이 참여했으며, 이후 서초사옥 앞 집회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광고 등으로 단체행동을 이어갔다. 

지난 18일부터는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무기한 릴레이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 회장과의 직접 대화와 DS·DX 공동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갈등은 DS 내부에서도 다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초기업노조 조사에서 2년 안에 이직할 의향이 높거나 매우 높다고 답한 비율은 파운드리사업부가 81.5%로 가장 높았고 시스템LSI가 75.4%, 메모리사업부가 32.7%로 집계됐다. 초기업노조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의 적자 패널티 개선을 내년도 핵심 교섭 과제로 추진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노조 내부의 갈등도 조직 재편 과정에서 표면화됐다. 이번 총회에서는 DX부문 소속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각각 95.7%, 96.2%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두 사람을 둘러싼 불신임 논의는 최승호 위원장의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노조가 집회 준비 물품 등을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초기업노조는 두 사람이 관련 내용을 외부에 제보하고 DS 중심 재편을 막기 위해 최 위원장 퇴진 방안을 논의했다는 입장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초기업노조의 규모 변화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삼성전자 최초의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확인됐지만, 이후 조합원 이탈이 이어졌다. 6월에는 약 1만8000명이 빠져나가면서 과반노조 지위를 잃었다.

삼성전자 노조의 조직 개편은 사업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가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교섭 구조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의 실적 구조가 크게 다른 만큼 성과에 따른 보상 차이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를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같은 회사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조직과 교섭 창구까지 나뉘면 구성원 간 갈등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DS와 DX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앞세우게 되면 임금과 성과급 협상의 복잡성이 커질 수 있다. 노조 역시 내부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를 조율하면서 대표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어느 부문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하는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 배분의 기준과 교섭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