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고 커피 쏟는 것도 자산…매일 2.4만건 로봇 데이터 쌓는 中

우한=정다은 특파원 2026. 9. 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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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문한 중국 우한 후베이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우한 정부가 로봇·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 50억 위안(약 1조 원)을 들여 조성한 '디지털지능경제산업단지'의 핵심 시설이다.

우한 센터 한 곳에서만 매일 2만 4000건의 데이터를 생산해 로봇을 훈련시키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센터를 앞다퉈 짓기 시작한 것은 2023년 10월부터다. 당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첫 종합 로드맵인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발전 지도 의견'을 내놓고 공공 기술 인프라 강화를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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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최대 우한 로봇혁신센터 가보니
“산업 성장에 필수” 실수해도 정부 보조금 지급
전국 110개 센터서 데이터 축적하며 고속 성장
중국 후베이성 우한 옵틱스밸리 디지털지능경제산업원 소재 ‘후베이 휴머노이드 로봇센터’ 전경. 우한=정다은 특파원

13일 방문한 중국 우한 후베이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우한 정부가 로봇·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육성을 위해 50억 위안(약 1조 원)을 들여 조성한 ‘디지털지능경제산업단지’의 핵심 시설이다. 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사무실·액셀러레이터·회의실·호텔 등 사업화를 위한 인프라가 마련돼 있다. 관계자는 “총면적 1만2000㎡로 전국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1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후베이 휴머노이드 로봇센터’에 전시된 로봇이 차를 잘못 따라 테이블이 더러워진 모습. 우한=정다은 특파원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자 허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1층 로비에서 관객들을 맞은 마스코트 로봇 ‘광쯔(光子·광자)’는 춤을 추다가 갑자기 고꾸라졌다. 차를 따르고 있던 서버 로봇은 컵 위치 인식을 제대로 못한 듯 온 테이블에 차를 쏟고 말았다.

로봇의 실수가 공개되는 것도 아랑곳없이 중국은 이런 센터를 전국에 설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로봇산업 종합 허브인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성(省)급 이상만 22곳에 달한다. 이보다 하위 단계인 데이터 수집센터도 전국에서 최소 90곳이 운영 중이거나 건설·계획 단계에 있다. 우한 센터 한 곳에서만 매일 2만 4000건의 데이터를 생산해 로봇을 훈련시키고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의 넓은 시장을 실험 공간 삼아 완벽하지 않은 여러 로봇들이 데이터를 쌓는 ‘중국식 축적’이 일어나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올 6월 발표한 공지를 통해 올해 말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100개 이상의 고부가가치 응용 시나리오와 만 대 규모의 현장 배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로봇 올림픽과 하프마라톤 같은 행사를 잇달아 여는 것도 결국 데이터 축적이 목적이다.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6일 폐막한 로봇 올림픽에 대해 “관객들은 실수 장면을 보지만 연구자들은 귀중한 데이터를 얻는다”며 “경기장에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로봇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中, 전세계 상업용 로봇 데이터 90% 차지…“오류도 모아야 자기 진화 가능”
1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후베이 휴머노이드 로봇센터’ 1층 로비에서 춤을 추던 로봇이 갑자기 쓰러져 관계자들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한=정다은 특파원
중국 지방정부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센터를 앞다퉈 짓기 시작한 것은 2023년 10월부터다. 당시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한 첫 종합 로드맵인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발전 지도 의견’을 내놓고 공공 기술 인프라 강화를 명시했다. 이후 불과 14개월 만에 중국 전역에 22개의 혁신센터가 들어섰다. 전기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정책 발표 후 첫 센터 출범까지 2~3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3년 차가 된 현재까지는 과잉투자 우려가 많다. 배터리와 태양광 산업에서 나타났던 지방정부의 실기가 로봇 산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지방정부는 로봇 업체와 손잡고 센터를 운영하는데 해당 기업의 로봇을 구매해주고 훈련 데이터를 생산한다. 운영비는 이 데이터를 외부에 판매해 충당하지만 아직 구매 수요가 충분하지 않다. 실제 베이징 스징산 휴머노이드 로봇 훈련센터는 협업 업체 ‘리얼맨’의 데이터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고 판매 수입도 낮다는 이유로 최근 계약을 해지했다.

매일 2.4만건 훈련데이터 쌓아
“실수해도 정부서 보조금 지급”
1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후베이 휴머노이드 로봇센터’에 로봇 수십 대가 전시돼 있다. 우한=정다은 특파원
중국도 이 같은 모순을 인지하고 있지만 속도전을 위해 감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실제 현재 양국 간 로봇 경쟁의 중심축은 하드웨어에서 로봇의 ‘두뇌’로 옮겨가고 있다. 챗GPT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달리 로봇 AI 모델은 챗GPT처럼 인터넷 텍스트와 이미지를 그대로 활용할 수 없고 대신 실제 물리적 상호작용 데이터를 현장에서 하나하나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중국 로봇 산업 전시회를 다녀온 뒤 작성한 보고서에서 “진짜 병목은 대뇌에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아직 극초기 단계지만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면 로봇 분야에도 ‘챗GPT 모멘트’가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천타오 푸단대 딥러닝연구소 소장은 “현재 로봇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의 가장 큰 문제는 성공 데이터만 많고 실패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오류를 스스로 수정하고 이를 경험으로 전환해야 진정한 자기 진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데이터 확보 속도전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미국 데이터라벨링 업체 스케일AI에 따르면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로봇 AI 데이터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데이터 생산 비용은 미국보다 60% 낮다. 로봇 양산 대수 자체가 압도적이고 로봇을 훈련시킬 인력과 인건비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궈핑 화웨이 감사위원회 주석도 최근 컴퓨팅 인프라와 데이터·인재를 AI 경쟁의 3대 요소로 꼽으며 “중국이 미국보다 컴퓨팅 인프라에서는 뒤처지지만 데이터 측면에서는 우위”라고 진단했다.

우한=정다은 특파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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