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HBM만 AI 특수 아니다…삼성전기, '전기 잡는 MLCC' 2.5조 수주 눈앞

조성준 2026. 9. 2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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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버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탑재…고성능화할수록 수요 급증
올해 AI 관련 장기계약 4조 돌파 유력…고부가 제품 체질 전환 가속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의 인공지능(AI) 관련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장기공급계약이 4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쏠렸던 AI 인프라 수혜가 전력과 신호를 제어하는 수동부품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글로벌 전력·전자부품 업체와 7000억원 안팎의 AI 서버용 MLCC 장기공급계약(LTA)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지난 5월 이후 확보한 실리콘 커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 장기계약은 4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삼성전기는 이달 초에도 글로벌 대형기업과 1조722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맺었다. 회사 MLCC 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업체 등 10여곳과 장기계약을 맺고 추가 계약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LCC는 전자회로의 전류를 안정시키고 부품 간 신호 간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크기는 쌀알보다 작지만 고성능 AI 서버일수록 더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해 탑재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AI 서버용 제품은 일반 서버 대비 10배 이상 들어가고 가격도 모바일용의 3배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24시간 고온·고전압 환경을 견뎌야 하는 만큼 만들 수 있는 업체도 손에 꼽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AI 칩의 성능 경쟁도 수요를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특정 고용량 MLCC의 차세대 AI 서버 보드 탑재량은 기존 1440개에서 1만544개로 632% 급증했다. 엔비디아 차세대 '베라 루빈' 플랫폼에 쓰이는 일부 MLCC도 보드당 320개에서 500개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구글 TPU와 AWS 트레이니엄 등 빅테크의 자체 AI 칩 확대 역시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기는 생산능력의 무게추도 AI 쪽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 7월 부산사업장을 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MLCC와 고성능 패키지기판의 핵심 생산·연구개발 거점으로 키우기 위해 2040년까지 15조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AI 서버용 MLCC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 선두권으로 보고 있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대규모 장기계약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서버·AI용 고부가 MLCC 시장에서 공급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를 넘어 서버 안 핵심 부품의 수요와 가격까지 끌어올리면서 삼성전기의 사업 구조도 스마트폰에서 AI·데이터센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