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의 대가가 안전이어선 안 돼"…약사들 약배송 반대(종합)

강승지 기자 2026. 9.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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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들은 정부의 '약배송 확대' 추진이 국민 편의를 높일 수는 있어도 약의 안전성과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면서 비대면진료가 전면 시행되기도 전에 약배송 확대를 언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지난달 20일 '약배송 확대 논의'를 공식 제안하자, 약사회 등은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산업 활성화와 사설 플랫폼의 이익을 우선한 처사"라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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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약대생 1만여 명 집결…의료비 부담·오남용 우려
플랫폼·환자 "관련 논의 무한정 미룰 수는 없어" 지적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한 약사 및 약대생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약사들은 정부의 '약배송 확대' 추진이 국민 편의를 높일 수는 있어도 약의 안전성과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면서 비대면진료가 전면 시행되기도 전에 약배송 확대를 언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 앞에서는 흰 가운을 입은 전국 약사 7000여 명과 약학대학 학생 3000여 명 등 1만여 명이 대한약사회가 주도한 '전국 약사 총궐기'에 참석해 "무분별한 약배송 국민건강 위협한다", "가짜환자 의료쇼핑, 건강보험 파탄난다" 등 구호를 외쳤다.

"약 싹쓸이·오배송 땐 누가 책임지나…국민 곁에서 투쟁"

정부가 오는 12월 24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지난달 20일 '약배송 확대 논의'를 공식 제안하자, 약사회 등은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산업 활성화와 사설 플랫폼의 이익을 우선한 처사"라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약배송이 충분한 통계·평가와 안전장치 없이 논의되고 있으며 의료쇼핑과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기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은 일반 상품이 아닌 만큼 안전성 검증과 객관적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며 사설 플랫폼 대신 공적 지원시스템을 요구했다.

특히 정부가 특정 플랫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약배송을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전국 10만 약사와 약대생의 단결로 약배송 확대를 막겠다고 강조했다. 권영희 약사회장은 "국민 건강과 국가 건강보험 재정을 플랫폼 배 불리는데 내던지는 정부의 폭주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약사회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약사와 약대생들이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이광호 기자

약사들은 진료·처방·약국 선택·배송까지 플랫폼에 집중되면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의료가 기업의 수익 창출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민감한 정보가 플랫폼에서 악용되고, 플랫폼의 영향력이 세져 지역 약국의 역할과 접근성은 소멸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아직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 체계와 비대면진료 지원 시스템 등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으니 12월 24일 비대면진료 제도화 이후 효과와 부작용을 먼저 검증한 뒤 약배송 확대를 논의해도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 회장은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민간 배달망 속에서 약이 변질되고 다른 사람 약과 뒤바뀌는 사고가 터진다면 누가 책임지나"라며 "신원이 불분명한 이들이 약을 싹쓸이해 가는 보안 구멍을 정부는 어떻게 감당하려 하나"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1만 1000명 예비 약사는 환자 안전이라는 대원칙이 상업 논리에 무너지는 부조리한 정책에 단호히 맞서겠다"며 "보건의료를 수호하기 위해, 상업 플랫폼 종속 시도가 전면 철회되는 날까지 국민 곁에서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는 비대면, 약은 직접?"…약사 향한 환자·소비자 비판 제기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 따라 코로나19 유행 이후 수년간 시범사업으로 운영돼 온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된다. 특히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에 한해서는 비대면진료로 처방받은 약의 재택 수령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달 20일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배송 확대 논의를 시작해 보자"라고 밝히면서 약사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개정법이 시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면 확대 언급은 국회의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며 사회적 합의를 훼손한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약사들의 반발로 약배송 확대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와 약배송 간 대상군 차이 때문에 점진적인 확대는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며 '범부처 민관협의체' 합류에 대한 약사회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약사회는 약배송 확대를 전제로 한 대화에 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한 약국에 입고된 비만치료제 '삭센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 뉴스1 김성진 기자

이를 두고 진료와 처방은 비대면으로 열어둔 채 약은 약국에 가서 받는 게 타당하냐는 반론도 나온다. 정부로서는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이해관계자 간 갈등과 제도적 공백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는 안전성 관련 지침을 준수하면서 약배송 제도화를 위한 협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연맹,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4곳으로 구성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배송 전면 확대를 촉구했다. 배송 자체를 제한하지 말고, 안전관리 체계를 만들자는 의미다.

이들은 "약배송 문제는 환자와 소비자의 접근권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국민 안전을 이유로 제도 자체를 막는 일과 안전한 제도를 만드는 일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정부는 하위 법령을 통해 안전한 배송체계를 설계하고 환자의 약국·배송업체 선택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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