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낯설어진 커피향 … 뇌가 보내는 SOS"

김혜순 기자(hskim@mk.co.kr) 2026. 9.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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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마시던 커피 향이 어느 날부터 희미해졌다.

문 교수는 "감기나 코로나19처럼 모든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늘 맡던 특정 냄새만 갑자기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면 뇌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펜이 종이에 닿는 촉감과 소리, 종이와 잉크에서 나는 냄새까지 뇌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비교 대상을 다른 사람에서 과거의 자신으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진 자신의 삶에 집중할 때 뇌는 비로소 평온함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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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치매극복의 날'… 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
후각은 냄새 구분역할 넘어
기억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
익숙한 향 구분 못하면 위험
잘 자는게 치매예방 첫걸음
오후에 햇빛 쬐어둬야 숙면
뇌는 게으른 기관, 자극 줘야
오감 전부 쓰는 '필사' 추천

아침마다 마시던 커피 향이 어느 날부터 희미해졌다. 다른 냄새는 맡을 수 있는데 시큼한 레몬이나 고소한 땅콩 냄새만 유독 구분하기 어렵다.

21일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만난 문제일 뇌과학과 교수는 이런 변화를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문 교수는 "감기나 코로나19처럼 모든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며 "늘 맡던 특정 냄새만 갑자기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면 뇌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늙지 않는 뇌를 만드는 감각의 뇌과학'을 펴낸 문 교수는 후각 신경을 중심으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기전을 연구해온 뇌과학자다. DGIST 후각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뇌신경과학회장과 한국화학감각학회장을 지냈다.

◆ 기억 깨우는 후각, 치매신호도 포착

문 교수가 후각을 연구하게 된 출발점은 기억이었다. 신경세포가 어떻게 서로 소통하고 기억을 만드는지 연구하던 중 하나의 냄새가 오래전 장소와 사람, 당시의 감정까지 한꺼번에 불러오는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후각은 다른 감각보다 사람의 감정과 직접 연결돼 있다. 눈으로 장미를 볼 때는 모양과 색을 분석해 장미라고 판단한다. 반면 장미 향은 과거 그 향을 맡았던 장소와 당시의 기분을 즉각 떠올리게 한다. 문 교수는 "후각은 냄새의 정체를 구별하는 회로와 감정을 움직이는 회로가 따로 작동한다"며 "후각을 '감정의 감각'이라고 부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후각은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는 단서로도 활용된다. 냄새 자체가 약하게 느껴지는 것보다 늘 익숙하게 맡아오던 냄새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 아이에겐 흙 놀이, 어른들은 필사

뇌는 새로운 자극에는 민감하지만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금세 익숙해진다. 문 교수가 뇌를 "게으른 기관"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익숙한 영상이나 활동만 반복하면 뇌의 여러 영역을 골고루 사용하기 어렵다. 반대로 여러 감각을 함께 사용하면 더 많은 신경회로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흙 놀이가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흙냄새를 맡고 손끝으로 질감을 느끼며 친구들과 대화하고 주변을 살피는 동안 시각과 후각, 촉각, 청각이 함께 작동한다.

성인에게 문 교수가 권하는 활동은 필사다. 문장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고, 귀로 들으며 손으로 옮겨 쓰면 여러 감각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태블릿이나 전자펜보다 종이와 볼펜을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펜이 종이에 닿는 촉감과 소리, 종이와 잉크에서 나는 냄새까지 뇌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잘 먹고 잘 자야 뇌도 젊어진다

문 교수는 뇌 건강의 기본으로 생체리듬에 맞춰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꼽았다. 아침에는 각성과 집중을 돕는 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만큼 판단력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오후에는 햇빛을 충분히 봐야 밤에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원활하게 분비된다. 늦은 야식이나 격한 운동은 뇌를 다시 깨워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수면은 뇌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다. 깊이 잠든 동안 뇌척수액의 순환이 활발해지면서 뇌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한다. 잠을 자주 깨거나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이 과정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먹는 음식도 뇌에 영향을 준다. 장과 뇌는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장내 환경은 기분과 사고뿐 아니라 퇴행성 뇌 질환과도 관련될 수 있다.

남과 비교하는 습관도 줄여야 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뒤처졌다고 느끼면 뇌는 신체가 칼에 찔린 것과 유사한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 문 교수는 "비교 대상을 다른 사람에서 과거의 자신으로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며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진 자신의 삶에 집중할 때 뇌는 비로소 평온함과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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