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이 온다…택시업계 '공존 해법' 찾아야
기사 없는 택시가 도로 달리는 시대
美·中 주요도시 로봇택시 상용화 확산
서울 11월부터 '레벨4 택시' 운행 계획
가장 중요한 자산 '택시 사업권'
상하이 업계 '면허냐 데이터냐' 화두
플랫폼·기업에 넘기면 충돌 불가피
기존 업계와 연계시 인프라 활용 가능
법인택시社 '모빌리티 사업자' 전환을
'자율주행=택시기사 소멸' 아냐
원격 관제·안전점검 등 할 일 많아
지금부터 직무전환 교육 준비해야
'인천형 자율주행 택시 로드맵' 시급
인천공항·영종·청라·송도 실증 유리
특정 권역·시간 단계적 시행 실험을


기사가 없는 택시가 도로를 달리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이제 자동차 기술의 진화를 넘어 택시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택시면허와 차량, 운전기사를 중심으로 100년 가까이 유지돼 온 택시산업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법인택시조합 노사정 해외 선진지 견학으로 중국 상하이를 택한 것은 자율주행 시대, 인천 법인택시의 미래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자율주행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회사와 노동자, 행정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자리였다.
상하이에서 만난 택시업계 노사정이 던진 질문은 "택시산업에서 데이터가 우선인가, 면허가 우선인가. 정부가 주도할 것인가, 플랫폼이 주도할 것인가"고 압축된다. 이 질문은 한국 택시산업의 미래로 향하고 있다.

#상하이 택시업계가 던진 질문
상하이는 글로벌 거대 모빌리티 시장이다. 전통적인 순항택시와 디디·가오더 등 온라인 호출 플랫폼이 경쟁하고 있고 그 위로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현지 택시회사인 강남여유가 바라보는 자율주행도 '사람이 운전하느냐, 인공지능(AI)이 운전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여행업과 택시업을 병행하는 강남여유 관계자는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을 산업의 주도권 문제로 봤다.
강남여유 관계자는 "현재 중국 상하이 택시업계는 택시기사가 타지 않는 자율주행 택시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자율주행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우선이냐, 택시 영업면허가 우선이냐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이동 데이터와 기술을 갖고 있다. 정부는 택시면허와 운송사업 제도를 관리한다. 기존 택시회사는 차량과 운송 경험, 기사와 고객서비스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는 어느 한쪽이 나머지를 일방적으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사이의 역할과 권한을 다시 나누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상하이 역시 아직 최종적인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강남여유 관계자는 "현재 상하이에서도 누가 주도권을 갖느냐를 놓고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는대로 빠르게 진화하는게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자율주행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자율주행택시 상용화 경쟁에 들어갔다.
중국은 베이징·상하이·우한·선전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운행구역과 면허를 관리하면서 바이두 등 기업의 로보택시 운행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웨이모를 중심으로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가 피닉스·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상용화됐다.
중국이 정부의 제도·면허 관리 아래 기업의 기술을 확산시키는 모델이라면 미국은 민간 기술기업이 시장을 개척하고 정부가 안전·운행을 규율하는 모델이라는 차이가 있다.
한국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무인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무인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안전기준과 검증체계를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무인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에서는 이미 자율주행택시가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우고 있다.
2024년 9월 운행을 시작한 이후 올해 7월 말까지 누적 탑승은 1만5000여 건에 달한다. 지난 4월 유료화 이후에도 6000여 건이 이용됐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상암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 레벨4 자율주행택시 운행도 계획하고 있다. 자율주행택시가 '시험용 자동차'에서 시민이 실제 이용하는 '운송수단'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향후 추가 확대 여부와 규모 역시 택시업계와 논의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기존 산업과의 공존 방안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현재 택시산업은 '운송사업자-사업용 차량-운수종사자'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구조가 달라진다. 현재의 구조가 '택시면허 → 법인택시회사 → 차량 → 택시기사 → 승객' 이라면 미래에는 '운송사업권 → 모빌리티 사업자 → 자율주행차 → 원격관제·정비 → 호출플랫폼 → 승객'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바로 기존 택시사업권이다.
정부가 기존 택시면허와 별개로 플랫폼이나 자율주행 기술기업에 대규모 로보택시 운송사업권을 허용한다면 기존 택시산업과 직접 충돌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기존 택시사업권을 자율주행택시 운송사업권과 연계한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현재 법인택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면허와 차고지, 차량관리 경험 등이 자율주행 시대에도 중요한 산업 인프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보택시 역시 다르지 않다.
수십대 또는 수백대의 자율주행차를 한꺼번에 관리하면서 충전과 정비, 세차, 소프트웨어 관리, 사고 대응, 원격관제 등을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법인택시의 미래를 '택시회사 → 자율주행 플릿 운영회사 → 지역 모빌리티 사업자'라는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택시 차고지도 달라진다. 기사들이 차량을 인수·반납하는 공간에서 자율주행차를 충전하고 정비하고 세차하며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점검하는 '모빌리티 허브'로 전환될 수 있다.

# 택시기사에게 자율주행은 위기인가
노동계에는 더욱 절박한 문제다. 운전기사가 필요 없는 택시가 늘어나는데 기사들의 일자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자율주행=택시기사 소멸'이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접근해서도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자율주행 시대에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존재한다. 수백대의 차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원격관제와 차량관리, 안전점검, 사고처리, 승객지원 등 새로운 직무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다.
기존 택시 노동자가 아무런 준비 없이 기술 전환을 맞으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반면 정부와 회사, 노동조합이 지금부터 직무전환 교육을 시작하면 오랜 운송 경험을 가진 택시기사들이 새로운 모빌리티 산업의 인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상하이 연수에 법인택시조합뿐 아니라 각 회사 노동조합과 인천시가 함께 참여한 의미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은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천형 자율주행 택시 로드맵 만들 때
인천은 자율주행택시 실증에 유리한 도시로 꼽힌다. 인천국제공항과 영종국제도시,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를 보유하고 있다. 공항과 경제자유구역을 연결하는 교통수요도 상당하다.
특히 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과 관광객, 국제업무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자율주행과 기존 택시 서비스의 역할을 함께 실험할 수 있다.
모든 지역에 한꺼번에 로보택시를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노선과 시간대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인천공항과 송도, 영종 등 특정 권역에서 자율주행택시를 실증하면서 기존 법인택시가 차량 운영과 정비·관제 등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인천법인택시 노사정 상하이 연수가 갖는 의미는 이제 인천형 자율주행 택시 로드맵 만들 때라는 점이다.
인천시 주도로 법인택시조합과 노동계, 전문가, 자율주행 기술기업 등이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기존 법인택시 면허를 자율주행 시대에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 로보택시를 몇 대까지 허용할 것인지, 기존 택시회사가 자율주행차 운영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택시기사를 어떤 직무로 전환할 것인지, 플랫폼과 지역 운송사업자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을 지금부터 논의해야 한다.
보험과 사고 책임, 원격관제, 데이터 관리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도입의 속도와 산업전환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막는 것으로 기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반대로 기술 발전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면허와 기업,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 문제를 시장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인천시와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최창경 인천법인택시조합 이사장은 "자율주행 시대 인천의 택시산업과 노동자가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며 "인천법인택시 노사정 상하이 연수가 그 해답을 찾는 큰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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