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지역상생 재원, 누구를 위해 쓰이나…울진 원전 지원금 1천300억 원 ‘공정성’ 시험대

강인철 기자 2026. 9.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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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생을 위해 마련된 재원은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지원돼야 할까?" 황이주 울진군수가 최근 간부회의에서 원전 관련 지원금을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른 '공정한 지급'을 강조하면서 울진지역에 대두된 질문이다.

이에 따라 연간 1천300억 원에 이르는 울진지역 원전 관련 지원금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이하 한울본부)가 시행하는 각종 지역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집행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울진군민들은 "지역상생 사업의 신뢰는 지원금의 액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 이 사업을 선정했는지, 왜 이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시설과 혜택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입증하는 것, 그것이 '지역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집행되는 재원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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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이주 울진군수 “지원금은 기준·절차 따라 공정하게”
A농협 5억 원 규모 영농자재 창고, 한수원에 사업비 60% 신청
울진지역 A농협이 한국수력원자력의 '한수원 지역 지원사업비'를 받아 영농자재센터 물류창고를 신축하려는 예정지 모습. 강인철 기자

"지역상생을 위해 마련된 재원은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지원돼야 할까?" 황이주 울진군수가 최근 간부회의에서 원전 관련 지원금을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른 '공정한 지급'을 강조하면서 울진지역에 대두된 질문이다.

이에 따라 연간 1천300억 원에 이르는 울진지역 원전 관련 지원금과 함께,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이하 한울본부)가 시행하는 각종 지역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집행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원전 관련 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 특정 지역이나 단체에 지원이 편중되지는 않았는지, 반복적으로 혜택을 받는 단체는 없는지 등을 투명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울진지역 A농협이 영농자재센터 물류창고 신축을 위해 총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2억9천700만 원을 한수원 지원사업비로 신청하면서 지원 규모의 적정성과 공정성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시설 건립에 수억 원의 지역상생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이는 한울본부 지역 지원사업의 선정 기준과 지역상생 재원의 배분 원칙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정한 지급'이어야

황이주 군수는 최근 간부회의에서 "각종 지원금 등 지원사업들이 특정 대상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고, 공공 또는 공익적 성격의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대상 선정부터 집행까지 객관성과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원전지역인 울진군에 자리한 한울본부의 원전 지원금과 다양한 지역 지원사업이 있다. 황 군수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복지 증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업 선정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들에게 얼마나 폭넓고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느냐'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농협은 한수원 지역 지원사업비로 울진군 평해읍 부지에 영농자재센터 물류창고 신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사업비는 4억9천500만 원. 이 가운데 A농협이 지원사업비로 신청한 금액은 2억9천700만 원이다. 농협 자부담은 1억9천800만 원으로, 전체 사업비 가운데 한수원 지원 신청액이 60%나 차지한다.

A농협 측은 "지역 농업인들의 영농 편의와 비용 절감에 도움을 주는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문제는 지역상생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공정성과 당위성에 맞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농업인 지원인가, 농협 시설투자인가

이번 사업에서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대목은 지원금의 최종 귀속과 수혜 범위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농업인에게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고, 농산물 판매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일반 영리기업의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영농자재센터 물류창고는 동시에 농협의 경제사업 수행에 필요한 시설이기도 하다. 따라서 2억9천700만 원의 한수원 지원금이 투입돼 건립되는 창고의 소유권이 최종적으로 어디에 귀속되는지, 해당 시설이 농협의 자산으로 편입되는지 여부는 사업의 공공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시설이 특정 법인의 자산으로 귀속된다면 지역상생 재원으로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보다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사업 완료 후 시설 매각이나 용도 변경이 가능한지, 일정기간 처분 제한이 적용되는지, 향후 해당 시설을 활용한 경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등 사후관리 규정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또 하나의 핵심은 실제 수혜자다. 영농자재센터를 이용하는 농업인이 몇 명인지, 비조합원도 이용할 수 있는지, 어느 지역까지 혜택이 돌아가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창고 신축으로 농자재 구매단가가 얼마나 낮아지고, 농업인 판매가격은 어느 정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는지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수억 원의 지역상생 재원을 투입하면서도 이 같은 성과지표가 없다면 사업 완료 이후 실제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이 돌아갔는지를 평가하기 어렵다.

한편 A농협 관계자는 "이번 한수원 지원사업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신청해 지원을 받은 정당한 사업으로, 어떠한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누적 지원 실태 확인 필요

한울본부가 최근 수년간 시행한 지역 지원사업의 전체 흐름을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기관·단체별로 어떤 사업에 얼마를 신청했고, 실제 얼마가 선정·집행됐는지, 특정 기관이나 단체가 반복적으로 지원을 받았는지 등을 공개하면 지원 편중 논란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또는 10년간 기관·단체별 신청액과 선정액, 집행액, 사업내용, 사업성과를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역상생 재원의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지원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한정돼 있는 만큼 특정 사업에 수억 원이 배정되면 그만큼 다른 주민이나 마을, 사회단체 또는 지역 현안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사업 심사에서는 '좋은 사업인가'만 판단해서는 부족하다. 자체 사업 추진 능력과 재정 여력이 있는 기관·단체에 대규모 지원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상대적으로 재정 기반이 취약한 주민·마을단체 사업과 비교했을 때 지원 우선순위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정부터 사후관리까지 공개해야

지역 지원사업에 대한 불필요한 특혜나 편중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선정 과정부터 사업 완료 이후까지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별 신청 금액과 선정 금액은 물론 심사기준, 평가항목, 지원비율 결정 근거, 사업 완료 후 성과평가 결과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시설 건립사업의 경우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시설의 소유권과 처분 제한, 용도변경 조건 등 사후관리 기준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의 한 관계자는 "지원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재원을 어떤 기준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하는지가 중요하다"며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시설투자에 상당한 금액이 들어간다면, 그 시설을 통해 다수 주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는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울진군민들은 "지역상생 사업의 신뢰는 지원금의 액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왜 이 사업을 선정했는지, 왜 이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시설과 혜택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입증하는 것, 그것이 '지역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집행되는 재원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강인철 기자 kic@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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