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세대 실손, 전환 실적보다 알 권리가 먼저다

“11월에 할인된다는데 지금 굳이 갈아타겠느냐.” 최근 만난 보험업계 관계자가 건넨 말이다. 5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셈법을 짚은 얘기다. 정책을 설계하는 쪽에서는 새 상품의 안착이 중요하겠지만 가입자에게는 언제 바꾸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가 먼저다.
이번 국정감사에선 5세대 실손의 시장 안착이 쟁점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환 실적을 따지기에 앞서 무엇을 정책의 성과로 볼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기존 가입자가 새 상품으로 많이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의 편익까지 커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전환은 보험료와 보장 조건을 함께 바꾸는 선택이다. 당장 매달 내는 돈은 줄어도 향후 치료 과정에서 본인이 부담할 금액은 커질 수 있다. 의료 이용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만큼 전환을 망설이는 가입자를 개혁에 소극적인 대상으로 볼 일도 아니다.
할인율은 숫자 하나로 전달되지만 보장 축소 영향은 그렇지 않다. 같은 치료를 받았을 때 기존 계약과 새 계약에서 각각 얼마를 부담하는지 비교해야 비로소 차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절감액은 눈에 띄게 제시하면서 달라지는 보장은 약관을 읽어보라는 식이라면 충분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국과 보험업계가 확인해야 할 것도 이 지점이다. 전환 안내에 보험료와 보장 변화가 균형 있게 담겼는지, 가입자가 자신의 계약을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설명을 들었다는 서명과 내용을 이해한 뒤 내린 결정은 같지 않다. 충분히 비교한 뒤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것 역시 존중받아야 할 선택이다.
이번 국감은 전환율보다 가입자에게 돌아갈 실익을 우선으로 따져야 한다. 당국과 보험업계도 보험료 할인만큼 보장 축소에 따른 부담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실손 개혁의 성과는 얼마나 갈아탔느냐가 아니라 가입자의 의료비 부담을 얼마나 덜었느냐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