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에 세금 압박까지…묵혀둔 시골 땅 ‘출구 전략’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2026. 9. 2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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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마다 친인척이 모여 나누는 단골 대화 주제로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추석에는 아파트 전셋값 이야기뿐만 아니라 '농지 전수조사'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정부가 고강도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전국의 농촌 지역이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수도권 전 지역 농지를 비롯해 경매 취득분, 최근 10년 내 취득분(공동소유 포함), 과거 농지이용실태조사 적발 농지, 기본조사에서 위반이 의심된 농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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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284만 필지 법 위반 의심…처분명령 의무화·이행강제금 부담 강화
비사업용 토지 세 부담도 커진다…안 팔리는 땅, 가격 눈높이 낮춰야 

(시사저널=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명절마다 친인척이 모여 나누는 단골 대화 주제로 부동산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추석에는 아파트 전셋값 이야기뿐만 아니라 '농지 전수조사'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8년 만에 정부가 고강도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전국의 농촌 지역이 말 그대로 살얼음판이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에 2028년부터 부재지주(농지 소재지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땅을 소유한 사람)가 소유한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정부의 규제와 세제 강화 방안이 잇따르면서 토지 소유자들의 압박감도 한층 커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방 토지시장은 얼어붙어 거래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달라진 제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 내 한 농지 너머로 아파트 단지 등 재개발 구역이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전국 논밭을 뒤흔드는 전수조사

농림축산식품부는 우선 1996년 1월1일 이후 취득한 농지 136만ha를 대상으로 실제 농업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1차 기본조사를 진행했다. 현행 농지법상 1996년 이후 취득한 모든 농지는 본인이 직접 농사를 짓는 '자경(自耕)'이 원칙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는 농지대장을 바탕으로 소유자와 면적을 대조하고 실제 농사를 짓는지(자경 여부), 불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줬는지(불법 임차), 땅을 묵혀두고 있는지(무단 휴경) 등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봤다.

기본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 농지 가운데 무려 27%인 약 284만 필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세부적으로는 불법 임대차(21.1%) 의심 농지가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11.6%), 불법 전용(9%) 등의 사례가 도마에 올랐다.

8월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심층조사는 그야말로 저인망식이다. 담당 공무원과 농지조사원이 직접 현장을 확인한다. 수도권 전 지역 농지를 비롯해 경매 취득분, 최근 10년 내 취득분(공동소유 포함), 과거 농지이용실태조사 적발 농지, 기본조사에서 위반이 의심된 농지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오지나 사각지대까지 드론을 띄워 빈틈없이 감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내년에는 1996년 이전에 취득한 농지 59만ha까지 조사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정부가 최근 농지법을 개정해 농지법 위반이 확인된 농지에 대한 '농지처분명령'을 기존 지방정부의 재량 사항에서 의무 규정으로 강화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판단에 따라 처분명령 여부가 달라질 여지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제도상 퇴로가 좁아진 셈이다.

현행 농지법에선 법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대부분 곧바로 강제 처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중대한 위법이 아닌 이상 1년의 자진 처분 기간을 먼저 부여한다. 여기서 중대한 위법이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소유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자진 처분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소유자가 성실히 경작하고 있다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한 후 소멸시킨다. 요컨대 처분명령은 자진 처분 기간 내에 처분하지도 않고, 성실히 경작하지도 않은 경우에 한해 최종 부과된다는 얘기다. 처분명령을 받고도 6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감정평가액과 개별공시지가 가운데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이렇게 적발된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 등이 소유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직접 매입한다. 매입된 농지는 청년 농업인이나 전업 농업인 등에게 저가로 임대하는 공공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다만 정부는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불가피하게 경작하지 못한 농민에 대해서는 단순 위반 여부만을 따지기보다 사정을 감안해 계도 등 유연한 조치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농지법 위반으로 인한 처분명령을 피하더라도 세금 부담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세율을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처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비사업용 토지는 일정 기간 토지를 사업이나 생산활동 등에 직접 이용하지 않은 경우 세법상 분류되는 토지다.

현재 비사업용 토지도 3년 이상 보유하면 연 2%씩 최대 3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28년부터 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폐지된다. 기본 양도소득세율에 더해지는 중과세율도 현행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높아진다. 최고세율 구간에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세 부담이 최대 71.5%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정부안대로라면 세 부담 증가를 피하려는 토지 소유자들은 내년 말까지 매각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이나 수도권 아파트와 달리 지방 농지의 경우 환금성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양도세 중과세와 경작 위반 조사에 대한 부담에 사려는 사람이 흔치 않아서다. 경남의 한 중개업자는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소화불량에 걸렸다"며 "제때 팔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구르는 부재지주가 많다"고 말했다.

'받고 싶은 가격'보다 '팔리는 가격' 찾아야

정부안이 예정대로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양도세 중과세를 피할 수 있는 기간까지 1년3개월가량 남았다. 농지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는 쉽지 않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시골 토지는 유통 구조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해야 승산이 있다. 

현재 시골 땅을 전국 단위로 일괄 처리해 주는 전문 채널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 수요가 빠지면서 철저히 국지적인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기 때문이다. 만약 현실적으로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다면 매각을 추진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에 위탁·매도하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직접 매각에 나선다면 접촉 채널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좋다. 즉, 시골 땅을 빨리 처분하려면 논과 밭 주변의 중개업소 20곳 이상에 매물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발품을 파는 편이 낫다. 

거래가 드문 자산일수록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는 커지기 마련이다. 결국 거래는 누군가 자신의 희망가격을 내려놓고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수용할 때 성사된다. 급하게 현금화해야 한다면 자신이 받고 싶은 가격보다 당장 팔릴 수 있는 현실적인 가격이 얼마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감정보다 냉정한 판단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보유한 땅에는 누구나 애착이 생긴다.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었던 기억이나 과거 한때 들었던 높은 가격이 머릿속에 남아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매도자가 느끼는 애착과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격은 별개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를 받고 싶은가'가 아니라 '얼마에 팔 수 있는가'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일이다.

여러 필지의 시골 토지를 갖고 있다면 처분 순서를 지나치게 따지기보다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정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가 보기에 별다른 매력을 찾기 어려운 부동산은 매수자의 눈에도 매력적으로 보이기 어렵다. 결국 내 물건을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역지사지가 매각의 출발점이다.

세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요령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한 해 동안 2건 이상의 부동산을 처분하면 차익과 차손을 상호 통산해 세금이 부과된다. 손실이 발생한 부동산을 처분하는 해에 이익이 난 자산을 함께 매각하면 전체 양도세 부담을 눈에 띄게 낮출 수 있다.

반대로 두 자산 모두 상당한 양도차익이 예상된다면, 시기를 나눠 한 건은 다음 해로 넘기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계약은 같은 해에 체결하더라도 잔금 납부 시기를 분리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양도차익이 누적될수록 세율이 가중되는 누진 구조를 피하기 위한 하나의 절세 전략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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