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국회의원 '섞어 앉기' 효과 있을까? 다른 나라는?
"섞어 앉기 시작"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소셜미디어에 사진 한장을 공유했습니다.
전날 있었던 여야 정책위원회 연석회의 사진입니다.
2주 전 같은 회의 때 사진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정당별로 '몰아 앉던' 의원들이 '섞어 앉아' 회의를 했고 그대로 사진도 찍었습니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 대표의 제안에 따라 정책위에서 모범사례를 보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본회의장 섞어 앉기'를 제안했습니다.
"거창한 정치개혁 말고, 소박하게 본회의 자리부터 섞어 앉읍시다. 당별로 말고 가나다순으로 앉으면 어떻습니까? 국회에서 본회의장 한 군데쯤 섞어 앉아 서로 맞장구도 치고, 서로 자기 당 의원 흉도 보고 함께 진지해지는 것도 해볼 만하지 않습니까?"
이 제안은 김 대표의 오랜 신념에 가깝습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회 본회의 의석 섞어 앉기를 제안한다" (2015년 10월, 민주당 '새로운 시작위원회' 기자회견)
"상생 국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정당별 나눠 앉기가 아니라 가나다순 여야 의원 섞어 앉기로 개선하겠습니다."
(2024년 3월, 더불어민주당 총선 정치개혁 공약 발표)
실제 우리나라 본회의장의 좌석 배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떤지, 실제 섞어 앉기의 효과를 기대할 만할지 JTBC 팩트체크팀이 따져봤습니다.
1) 북유럽 의회는 섞어 앉는다?
우리 국회 본회의장의 의원들은 정당별로 앉습니다.
중앙에 원내 제1당이 앉고, 정당별 구역 안에서는 다시 선수 등을 고려해 정합니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대부분 국가 의회는 정당별로 앉습니다.
김 대표는 본회의 섞어 앉기를 제안하며 "북유럽 의회도 하고 지방의회도 하는 걸 왜 못하냐"고 했습니다.
실제 북유럽의 여러 국가가 '섞어 앉기'를 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5개국 중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가 그렇습니다.
덴마크와 핀란드는 우리처럼 정당별로 모여 앉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섞어 앉게 된 것일 뿐, 섞어 앉기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정당 간의 소통이나 협치를 고려한 결정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선거구별로 앉는 것은 오래전에는 국회의원들이 (정당 소속보다는) 선거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되었기 때문"
-1999년 10월, 군나르 회크마르크, 스웨덴 온건당 의원)
"제비뽑기를 통한 의석 배정은 미국 의회 하원을 모델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 2014년 12월, 토르스테인 마그누손, 아이슬란드 의회 사무차장)
2) 섞어 앉기, 여야 협력에 효과?
실제 이렇게 섞어 앉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먼저 김 대표 말대로 '여야의 말싸움이 줄었는지, 소통이 잘 됐는지'를 객관적인 지표로 파악한 연구는 매우 드뭅니다.
다만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는 주목해볼 만합니다.
지난해 6월, 시카고대학교 출판부에서 발행하는 정치학 분야 주요 학술지 'The Journal of Politics'에 실린 논문(Legislature Integration and Bipartisanship: A Natural Experiment in Iceland)입니다.

의원들이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앉는 아이슬란드 의회의 1991년부터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했더니,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의 두 의원이 옆자리에 배정됐을 때,
떨어진 자리에 앉은 두 의원에 비해 표결 때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0.5~1% 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회기가 바뀌면 그 효과가 지속하지 않는 데다,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옆자리에 앉은 의원들의 영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논문은 "좌석 근접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를 일부 발견했지만,
전반적으로 강력한 정당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물리적 통합이 초당적 협력을 증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짓습니다.
물론 정치 형태나 정치적 지형이 다른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북유럽 의원들의 섞어 앉기는 애초에 통합이나 소통을 위한 자리 배치가 아니었으며,
그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짚어볼 만합니다.
(취재지원: 김수정 작가, 이예원 리서처)
아래 링크를 통해 기사 검증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jazzy-background-202.notion.site/JTBC-1659eb1c5fb380599e2debacf70a776a?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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