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추가인상 시점 10월인가 11월인가…한은의 3가지 고민은 [Deep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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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연이어 금리를 올렸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속도와 정도 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소득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수요측 물가압력이 한은의 예상보다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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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9월 물가 상승률, 얼마나 높을까
③소비 심리는?…반도체 온기 확산
취약계층 부담, 고려하되 변수 안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9/ned/20260919090154370ntum.jpg)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폭발적인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BOJ)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연이어 금리를 올렸다. 미국-이란 갈등 재점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달 100달러를 넘었고, 원/달러 환율도 재차 오르면서 공급측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다음 인상 시점에 쏠린다. 아직은 한은이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한 번 쉬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연속 인상에 대한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앞으로 인상 기조가 완만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 이후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10월 금리 동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다음달 통화정책방향의 핵심 변수들로 경상수지를 비롯한 경제 성장세와 물가, 그리고 경제 심리 등을 꼽고 있다.
신 총재가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강조했던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높은 성장세는 이미 확인됐다. 지난 8일 발표된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1979년 3분기(27.7%) 이후 46년 9개월(187분기) 만에 가장 큰 성장률이다.
같은 기간 명목GDP에서 물가 변동분을 배제한 실질GDP는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명목GDP 성장률이 실질GDP보다 7배 넘게 컸던 셈이다. 두 지표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그만큼 반도체 가격 급등에 교역조건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오르면서 명목GDP를 크게 끌어올리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 가격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21.9% 상승했는데, 이중 수출 디플레이터가 56.6% 올랐다. 반면, 내수 디플레이터는 3.6% 오르는 데 그쳤다. 명목GDP에 반영된 물가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수출 물가 상승에서 나온 셈이다.
2분기 실질 GNI(국민총소득) 또한 666조8000억원으로 전기(647조원)보다 3.1% 증가하며 1분기 만에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6% 늘며 1988년 4분기(15.7%) 이후 37년 6개월(150분기) 만에 가장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GNI란 한 나라의 국민이 받은 소득의 합계다. 해외에 거주하는 국민의 소득도 포함된다. 이 추세대로면 ‘1인당 GDP 4만달러’ 달성도 올해 여유 있게 달성할 전망이다.
다음 통화정책방향 회의 전까지 추가로 경제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는 경상수지가 있다.
한은은 다음달 8일 ‘8월 국제수지’를 발표한다. 7월 경상수지는 420억8000만달러 흑자를 내며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상반기까지 전 세계 경상수지 흑자 규모 순위에서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8월 수출액이 982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6·7월에 이어 역대 3위를 찍었던 만큼, 경상수지도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반도체발(發) 경제 성장세가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앞으로 발표될 여러 지표는 지금껏 보지 못한 숫자들이 나올 것”이라며 “그 숫자들이 착시일 가능성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물가다. 이달 초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2.8%)보다 높아졌다. 두 달 만에 3%대에 다시 복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뛰었다. 다만 8월 소비자물가 급등은 지난해 8월 통신요금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나 농·축·수산물 가격 등을 보면 오히려 떨어졌다. 통신요금 할인 기저효과를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2.5% 수준으로 추산된다.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 상승률 또한 전월(2.6%)보다 0.8%포인트 오른 3.4%를 기록했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에도 통신료 기저효과가 작용했지만, 그럼에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는 얘기가 한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모두 8월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근원물가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 소멸로 8월보다 낮아지겠지만 근원 품목을 중심으로 기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반도체발 수요측 압력을 중심으로 근원물가가 오랫동안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국민 소득이 증가하고 소득이 늘면서 물가가 한동안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현송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내년까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물가 오름세가 보다 확산하고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국제유가 상승에 원/달러 환율도 다시 오르면서 공급측 물가 압력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Dubai)유 가격은 이달 1일 배럴당 99.9달러에서 16일 128달러로 15일 만에 28.1% 급등했다. 같은 기간 브렌트(Brent)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각각 11.7%, 13.5%씩 올랐다. 8월까지 떨어지던 원/달러 환율은 유가 상승에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9월 9일(1336.1원·주간 종가 기준)부터 18일(1383.3원)까지 7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 수입물가가 급등하고, 이는 곧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올리게 된다.
한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성장세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속도와 정도 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난 소득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수요측 물가압력이 한은의 예상보다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앞서 관례를 깨면서까지 금리를 연속으로 올린 것은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을 선제적으로 잡기 위해서였는데, 그만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으면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만 두드러질 수 있는 것이다.
관련 징후는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종사자 비중이 높은 지역 중 서울에 가까운 이천의 경우 성과급의 상당 부분이 주택 관련 소비와 경기 남부지역 부동산 매매에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에서는 소득 대비 주택자산의 비중이 클수록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큰데, 늘어난 소득이 자산으로 쏠릴 경우 내수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최근 기업과 가계 심리의 온도차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지만, 그렇게 벌어들인 이익이 전반적인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2분기 명목 GDP 성장률(9.2%) 중 총영업잉여(기업의 순이익)는 18.5% 늘어났지만, 피용자보수(노동자 급여)는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총영업잉여 상승률은 전 분기(17%)보다 1.5%포인트 커졌는데, 피용자보수는 오히려 4%에서 1.9%로 2.1%포인트 하락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 심리 지수인 기업심리지수(CBSI)와 소비자심리지수(CCSI)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다. 8월 기업심리지수는 99.6으로 전월보다 1.1포인트 오르며 2022년 9월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한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104.5로 전월보다 2.3포인트 떨어지며 넉 달 만에 하락 전환했다.
7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상품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4% 줄었다. 소매판매액지수는 4월(-3.7%)과 5월(-0.1%) 이후 6월(2.7%) 반짝 증가했다가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이에 비해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7.5% 늘며 두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달 23일과 29일 각각 발표될 소비자동향조사와 기업경기조사에서 경기 심리가 얼마나 개선될지, 그리고 30일 발표될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비자나 투자, 생산 등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등이 통화정책 방향의 또 다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9/ned/20260919090154940awyi.jpg)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도 고민거리다.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서도 취약계층 부실 등에 대한 우려가 여러차례 제기됐다.
한 위원은 “경기 개선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는 경제주체들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 되지 않도록, 금리 인상이 다양한 경제주체별로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 가면서 인상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지난달에 이은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주체 대다수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되나, 일부 취약계층의 부담 확대와 이에 따른 잠재 리스크를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부담이 통화정책 결정에 결정적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한 고위 관계자는 취약계층 부실 문제에 대해 “통화정책에서 고려는 하되, 통화정책으로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특정 계층 등에 선별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취약계층 부담 완화는 재정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신현송 총재도 지난 7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에 대해 “통화정책보다 선별적으로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는 재정정책이나 금융정책이 가장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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