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인적분할로 카카오톡과 AI 사업에 역량 집중 계열사 정리 마친 카카오, ‘카카오 디스카운트’ 해소 도전 네이버는 두나무와 맞손...디지털자산 등 신사업 확장 김범수·이해진의 다른 선택, 성패는 사업 '실행력'에 달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 사진=카카오
'카카오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
카카오가 인적분할 계획을 공개하면서 밝힌 구상이다. 하지만 시장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지난 18일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0.45% 오른 3만3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인적분할 공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0일 종가 3만8700원과 비교하면 13% 하락한 수준이다.
'두 개의 카카오'는 아직 성장을 위한 묘수라기 보다,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악재로 여겨진다.
법인이 두개로 나뉘는 것만으로 기업가치가 제고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인적분할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나누고 지배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회사를 둘로 나누면 더 잘될까. 이 질문에 대한 김범수 창업자의 대답은 '그렇다'일 것이다. 이번 결정이 갑자기 내려진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이라는 단일 플랫폼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는 것은 김범수 창업자의 숙원 과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톡이 '소년가장'처럼 자회사들을 먹여 살리는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고민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카카오는 '문어발 기업'이란 꼬리표가 붙을 정도로 계열사를 늘리고 사업 영역을 골목 구석까지 확대해 왔다. 하지만 카톡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중심으로 한 톡비즈 부문이 그룹 전체 매출의 52%를 차지할 정도로, 카카오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카톡에 기대고 있다.
카카오가 인적분할을 추진한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사법 리스크 완화 ▲계열사 정리 등 내부 정비 ▲AI 사업 역량 집중이다.
우선, 사법 리스크 해소를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선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 시점부터 인적분할 논의가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련 혐의로 기소됐던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약 2년 8개월 만에 '족쇄가 풀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법 리스크 해소와 인적분할 결정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거버넌스 재편으로 가는 길에 있던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것임은 분명하다. 1심 무죄 판결을 계기로 분할 구상이 구체화됐고, 실행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내부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의 연결 종속기업 수는 2024년 158개에서 2025년 146개, 2026년 6월 현재 125개로 꾸준히 감소했다. 그룹 차원의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국내 계열회사 수도 92개까지 줄었다.
카카오는 인적분할 발표 자리에서 "지난 2년여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계열사를 대폭 줄이는 등 거버넌스를 정리해왔다"며 "이번 구조 조정은 AI 시대 성장으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계열사 정리와 사법 리스크 완화 등을 거치며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렀던 인적분할 구상이 올해 들어 실행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2024년 10월 22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if kakaoAI 2024)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 대표는 "카카오의 미래 AI 기술은 사용자 맞춤 서비스 중심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뉴스1
■ 카카오톡에 AI 역량 집중…'카나나' 종료가 남긴 숙제
AI 사업에 집중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카카오는 올해 초 AI와 글로벌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그룹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신년 메시지를 통해 2026년 병오년을 '응축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성장'으로 전환하는 원년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카카오 AI는 여전히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수익을 창출하는 독립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카카오의 AI 전략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AI 대화 앱 '카나나(Kanana)'다. 카나나는 오는 10월 15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4월 네이버의 AI 대화 서비스 '클로바X'가 종료됐을 때만 해도 카카오 측은 카나나가 카톡과 차별화된 기능을 갖고 있다며 서비스를 계속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불과 수 개월 만에 계획이 바뀌었다.
카나나가 챗GPT와 제미나이 등 범용 AI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플랫폼에 자원을 분산하기보다 '본진'인 카톡에 기술과 자본을 집중하는 편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나나 앱에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카카오의 다른 AI 서비스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클로바X' 서비스 종료 후 관련 기술을 검색 서비스에 적용한 것처럼, 카카오 또한 카나나 기술 DNA를 카톡에 이식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톡 고도화는 정신아 대표에게 주어진 과제다. 카톡을 단순 메신저에서 각종 AI 서비스로 연결되는 관문으로 성격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는 시장의 기대이자, 카카오가 그리는 청사진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앞서 "AI가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를 넘어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먼저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연결해 주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구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정 대표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그동안 기술 기업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며 "AI나 딥테크 분야를 연구하기보다 골목상권 확장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계열사 수를 줄이고 기능별로 서비스와 기술을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이번에 그 시작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 / 사진=카카오
■ 김도영의 과제…계열사 덜어낸 카카오X에 무엇을 채울까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는 미래 사업을 담당한다. 김 내정자는 지난 2월, 입사 10개월 만에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에 올랐고, 이후 6개월 만에 카카오X 대표자로 낙점됐다.
이러한 파격적인 인사에는 김범수 창업자의 신뢰가 한 몫 했다는 후문이다. 김 내정자가 김 창업자가 주도해 온 계열사 정리와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을 단기간에 진전시켰다는 평가다. 카카오가 슬림해진 데 김 내정자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운 곳에는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 이것이 김 내정자에게 주어진 숙제다. 두나무 매각 자금과 보유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확보한 6조4000억원을 바탕으로 카카오X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카카오X의 X는 '경계 없는 확장'을 의미한다. 기존 계열사와 사업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뜻이다. PC통신 유니텔부터 카카오톡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온 김범수 창업자의 사업 확장 의지가 반영된 사명이란 해석이다.
시장은 김 내정자가 어떤 분야에 투자하고, 어느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담을지 주시하고 있다. 이 X라는 미지의 영역에 어떤 이름이 새겨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가상자산과 피지컬AI, 자율주행, 로보택시 등이 잠재적인 투자 분야로 거론된다.
정신아 대표가 카카오톡과 AI라는 현재의 핵심 사업을 책임진다면, 김도영 내정자는 카카오X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투트랙' 경영 구도 위에 카카오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김범수 창업자의 역할이 놓일 것으로 관측된다.
카카오는 "인적분할 이후에도 최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의 지분율과 지배력은 큰 틀에서 유지될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11월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해진 의장은 왜 송치형 회장에게 손 내밀었나
네이버는 왜 두나무에 손 내밀었을까. 또 송치형 회장은 왜 이해진 의장의 초대에 응했을까.
두 사람이 같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라는 점이나 개인적인 친분만으로 이 혈맹 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이해진 의장은 1967년생으로 1986학번이고, 송치형 회장은 1979년생으로 1998학번이다. 12년의 나이 차를 고려하면, 대학 시절 캠퍼스에서 교류했을 가능성은 없다.
두 사람의 접점은 캠퍼스 밖에서 형성됐다. 각자의 분야에서 창업자로서 성과를 일궈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은둔형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언론 노출이 많지 않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성장동력과 생존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번 거래가 개인적 친분보다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고려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실제로 이해진 의장은 두나무와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웹3에 가장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와 힘을 합쳐야 다음 단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치형 회장 역시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에 의존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안을 고민하던 시기였다.
송치형 회장은 양사간 합병 발표 자리에서 '인생에서 가장 긴 고민'을 했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의 제안을 놓고 고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해진 의장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생존'과 '성장'이란 공동의 관심사가 둘을 하나의 몸으로 이끈 셈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사옥 1784 / 사진=뉴스1
■ 지분은 두나무, 사업 주도권은 여전히 네이버에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두나무가 네이버 안으로 편입되는 구도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지분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송치형 회장 측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왕이 직할하는 영토보다, 봉건영주의 땅이 더 많아지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네이버가 사업 주도권을 유지하는 대신, 두나무 측에 상당한 지분을 내주는 구조라는 해석도 나온다.
거래가 완료되면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고, 송치형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19.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의 지분은 10%로 전망된다.
반면 네이버의 지분율은 69%에서 17%로 낮아진다. 다만 지분율 하락이 곧바로 사업 지배력 상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송 회장과 김 부회장은 의결권을 네이버에 위임할 예정이다. 이는 지분율과 별개로 네이버가 네이버파이낸셜의 사업 운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역할을 한다.
네이버는 운전대를 넘겨 받은 만큼, 회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시장에선 그 목적지가 미국일 것으로 관측한다. 네이버가 합병 이후 지분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나스닥 상장에 도전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네이버는 앞서 네이버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을 성사시킨 경험도 있다. 중복상장을 막는 국내 규제를 피해, 기업 가치를 높이려면 미국 나스닥 행이 현실적인 대안이란 평가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 / 사진=두나무
■ 네이버 후계 구도 안갯속…이해진·송치형, 거버넌스 핵심 변수로
이번 협력은 네이버의 중장기적인 리더십 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해진 의장이 자신의 뒤를 이을 인물로 관리형 경영자보다 창업가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송치형 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이해진 의장 본인의 의지를 차치하더라도 후계자 지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해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3%대에 머물러 있다. 그 지분 만으로 그룹 전체를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때문에 창업자 개인의 의지 뿐 아니라 주요 주주와 경영진, 계열사 간의 합의와 협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네이버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성과'다.
이해진 의장은 AI와 글로벌 사업에, 송치형 회장은 디지털자산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을 내수용, 글로벌용으로 명확하게 나누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네이버의 신사업 대부분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하고 추진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 간의 협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예컨대, C2C(소비자와 소비자간 거래) 사업이 그렇다. C2C 사업에는 이해진 의장이 주도해 온 글로벌 사업과 송치형 회장의 디지털자산 사업이 맞물려 있다.
이해진 의장은 C2C를 글로벌 사업의 발판으로, 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2분기 '글로벌 도전'이란 사업 분야를 신설하고 그 안에 C2C 사업을 배치했을 정도다. 현재로서는 이해진 의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이 본격화하면 사업 간 경계와 의사결정 구조가 바뀔 수 있다.
국내 금융 환경도 두 사람이 손 잡고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금산분리 원칙과 가상자산 관련 규제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 이후 사업 확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 변수다. 카카오를 옭아매던 오너리스크 족쇄는 다소 느슨해졌지만, 네이버와 두나무는 금융·산업 규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변수가 정리돼야 네이버와 두나무가 구상하는 디지털자산·결제·커머스 결합 모델이 아이디어에서 실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법·제도 정비에 앞서 신사업 영역을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경화 서강대 웹3.0기술연구센터 교수는 "웹3.0 시대를 앞두고 도전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구체적인 법·제도 마련은 다소 지연된 채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온라인과 온라인,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통합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고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는 기업이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