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돈 1.5조 쏟은 ‘중이온가속기’... 자료 2000건 유출, 4년간 몰랐다

최원우 기자 2026. 9. 1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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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연구원 이직한 회사 PC서 발견
과기부·국정원 합동조사 착수
국가 예산 1조5000억원을 들여 구축한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내부 시설 모습./IBS

국가 예산 1조5000억원을 들여 구축한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내부 자료 1894건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이 뒤늦게 확인됐다. 자료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은 2022년으로, 라온을 운영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4년여 동안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이 IBS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지난달 11일 라온 관련 행정·연구자료로 추정되는 데이터 1894건이 외부로 반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자료를 빼낸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은 2022년 7월 연구소를 퇴직한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장치관리팀장 A씨다. A씨는 연구소에서 중이온가속기의 주요 실험 장치를 연구·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A씨가 퇴직 후 이직한 민간기업 B사가 최근 A씨 업무용 PC를 디지털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연구소 내부 자료로 추정되는 파일들을 발견했다. B사 대표는 지난달 11일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 이 사실을 알렸다. 연구소가 자체 보안 체계를 통해 유출을 포착한 것이 아니라 외부 제보로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연구소는 지난달 2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1일 국가정보원에 각각 이 사실을 신고했다. 과기부와 국정원은 지난 15일 현장에서 합동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IBS에 제출한 보고에서 “연구소 사업 수행을 위해 작성된 설계 자료 등 내부 자료로 판단된다”며 “자료 회수 등을 통해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진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는 1894건 가운데 실제 연구·설계 핵심 자료가 얼마나 포함됐는지, 다른 곳으로 추가 유출됐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우주에서 원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을 연구하기 위해 구축한 대형 기초과학 시설이다. 2011년부터 약 1조5000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기초과학 연구 프로젝트다.

IBS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해외 기관이나 제3자에게 유출됐는지 여부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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