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엔 지으라더니”… 석탄발전 조기 폐지안에 기업들 울분
송전망 건설 지연에 가동도 못하는데 조기 폐쇄까지
“보상 없는 조기 폐지 안돼…대체 사업도 보장해야”

15년 전 대정전 사태 이후 정부 요청에 따라 17조원을 들여 석탄 발전소를 건설했던 동해안 민간 발전사들이 현 정부의 ‘2040년 탈석탄’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의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발전소를 제대로 가동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설계 수명이 한참 남은 설비를 조기에 폐쇄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강원도 강릉안인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강릉에코파워의 손용호 부사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2040년 석탄 발전 조기폐지 방안’을 주제로 열린 대국민 정책토론회에 민간 기업 대표로 참석해 “처음 사업에 참여할 당시 누군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알려줬더라면, 진입 여부를 다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안 지역의 민간 석탄 발전소들은 2011년 9월 대정전 사태 이후 정부가 “전력 공급원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사업 속도가 빠른 민간에 발전 사업을 열어주면서 추진됐다. 삼척·강릉·동해 등에 들어선 민간 발전소에 투입된 자금만 약 17조원에 이른다. 총 2080MW(메가와트) 규모인 강릉안인화력은 2013년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됐고, 2022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동해안~신가평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지연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민간 발전사들의 악몽이 시작됐다. 2019년 준공 계획이던 송전선로가 지금까지 완공되지 않으면서 이 지역 민간 발전소들의 가동률은 30% 아래로 떨어졌다. 손 부사장은 “동해안 민간 발전사 4곳이 송전 제약으로 받지 못한 정산금은 1조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오는 2040년까지 국내 석탄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설계 수명이 30년인 강릉안인화력은 2040년에 폐쇄하면 2022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지 18년 만에 문을 닫아 예정된 운영 기간 가운데 약 12년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손 부사장은 “대규모 장치 산업에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발전소가 사용 연한을 채우지 못하고 폐지된다면 보상이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정부가 보상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민간 사업자에게 LNG(액화천연가스)·SMR(소형모듈원전)·송전사업 등의 선택지를 제공해 대체 사업 기회와 지역 경제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민간 석탄 발전소 지분 일부를 보유한 공기업들이 인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박시원 강원대 교수도 발전소 조기 폐쇄가 민간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조치인 만큼 폐쇄 대상과 보상 방식 등 핵심 사항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는 “좌초 자산은 우리 사회 전체가 과거에 내린 의사 결정의 결과”라며 “그 비용을 사회 구성원이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 발전기 60기 가운데 2036년까지 설계 수명이 끝나는 27기를 LNG 발전으로 전환하고, 2038년까지는 12기를 양수 발전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40년 이후에도 설계 수명이 남는 21기 중 최대 10기는 전력 수급 위기 때 가동하는 ‘안보 전원’으로 남긴다. 후발 주자들인 민간 발전사들 설비는 이 21기에 속한다. 폐지 방안 발표를 맡은 김진수 한양대 교수는 “에너지 안보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과업인가를 깨닫게 된 해”라며 “안보 전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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