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어업의 브로커들] ③“선원이 도망가면 돈을 번다”…수협의 ‘을’이 ‘갑’이 된 비결

김지윤 2026. 9. 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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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18명이 처음으로 한국 어선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이렇게 외국인 선원들을 채용할까요? 국제협업팀이 인터뷰한 인도네시아의 한 송출업체 대표는 한국의 외국인 선원 도입 구조가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선원을 보낼 때는 반대로 현지 송출업체가 국내 송입업체에 돈을 냅니다.

그렇게 외국인 선원들은 여전히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며 한국 배에 오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현금으로 오가는 비용을 제대로 적발하거나 제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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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생 18명이 처음으로 한국 어선에 올랐습니다. 그로부터 30년. 어촌 인구 감소와 인력난 속에서도 오늘날 K-수산업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 성장을 떠받쳐 온 건 이주 어선 노동자들입니다. 한국 어선에 오르는 선원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현실은 ‘코리안 드림’과는 거리가 멉니다. 열악한 처우와 불공정 계약, 한국행 비행기에 타기 전부터 떠안아야 하는 막대한 비용. 그 뒤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 비용과 책임을 선원에게 전가하는 다단계 착취 구조가 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온 외국인 선원들이 잡아 올린 생선이 오늘도 우리의 식탁에 오릅니다. 

뉴스타파는 인도네시아 현지 독립언론 자링(Jaring.id), 글로벌 비영리단체 환경정의재단(EJF) 등과 함께 한국 이주 어선 노동자들을 둘러싼 먹이사슬을 추적해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우리 식탁에 매일같이 오르는 고등어와 갈치, 오징어. 이런 생선들을 잡는 어선원 중 절반 이상은 외국인입니다. 약 1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한국 배에 올라 돈을 벌기도 전에 이미 막대한 빚을 집니다. 한국에 취업하기 위해 민간 인력중개업체에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기 때문입니다.  

앞서 뉴스타파는 <K-어업의 브로커들> 1편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부디(가명·39세) 씨가 한국 어선을 타기 위해 약 1300만 원을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월 최저임금 약 20만 원으로 잡으면 1000만 원만 해도 5년 치 임금을 넘는 큰돈입니다. 항공료나 행정비용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액수입니다. 왜 이렇게 큰 비용이 들어야 할까요. 

2편에서는 그 비용을 만드는 첫 번째 고리를 추적했습니다. 수협중앙회와 국내 송입업체가 맺은 ‘외국인 선원 관리 기본계약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수협중앙회가 외국인 선원들을 국내로 데려와 관리하는 이른바 '송입업체'들과 맺는 '외국인선원 관리 기본계약서'.

계약서에 따르면 수협은 선원 이탈 방지 활동과 체류 관리, 선주가 지급하지 않은 임금의 대지급 등 각종 비용과 책임을 송입업체에 맡겼습니다. 반면 송입업체가 계약에 따라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선원 1명당 월 5만 5000원 남짓이었습니다. 해외 송출업체에서 4만 5000원, 선주에게서 1만 원을 받습니다. 선원 100명을 관리해도 월수입은 550만 원 정도입니다.

이 돈으로 송입업체는 어떻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요. 이번 3편에서는 그 비법을 파헤칩니다. 

1000만 원이 넘는 외국인 선원 취업비의 비밀

먼저 헷갈리는 용어 한 번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송입, 송출업체 너무 어려우셨죠? 쉽게 말해 인력 중개업체입니다. 당연히 민간사업자이고요. 

인도네시아 등 해외 현지에서 선원을 모집·채용해 한국으로 보내는 업체를 ‘송출업체’,이 선원들을 국내에서 받아 어선에 배정하고, 체류 기간 동안 관리하는 국내 업체를 ‘송입업체’라고 합니다. 저희가 얘기하려는 국내 20톤 이상 연근해 어선에 외국인 선원을 공급하기 위해 수협과 계약을 맺은 송입업체는 18곳이 있고요. 해외에는 그보다 많은 송출업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외국인 어선원들은 이렇게 두 군데 민간업체를 거쳐야 한국 배를 탈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를 총괄하는 주체는 해양수산부의 위탁을 받은 ‘수협중앙회’이고요. 자, 그럼, 외국인 선원으로 두 업체가 먹고 사는 비결, 이제 본격적으로 이야기해 볼게요. 

20톤 이상 연근해어선에서 조업하는 외국인 선원 도입 시스템은 해수부가 수협중앙회에 운영 권한을 위탁하며 시작된다. 이 위탁의 사슬은 국내 송입업체로, 여기서 해외에 위치한 송출업체로 이어진다.

수협 계약 판박이…"선원 1명 도망가면 최대 680만 원 배상금"

취재팀은 송입업체의 '사업 유지 비법'을 알기 위해 국내 송입업체와 해외 송출업체 사이의 계약을 들여다봤습니다. 그 결과 수협에 '을'인 송입업체는 자기보다 더 약한 '을'인 해외 송출업체에 정확하게 같은 방식으로 비용을 떠넘기고, 이들 송출업체를 통해 불법 수수료를 받아 나눠 가지며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국내 송입업체가 해외 송출업체와 맺는 계약의 핵심은 '이탈 방지'입니다. 수협중앙회와 송입업체 사이의 계약과 똑같은 구조입니다. 선원이 계약기간을 채우도록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선원이 1명 도망가면, 인도네시아 송출업체는 송입업체에 '이탈 배상금'을 내야 합니다. 사실상 벌금입니다. 액수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국내 송입업계와 인도네시아 송출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 시세는 이탈 선원 1명당 3000~5000달러 수준입니다. 우리 돈으로 약 400만~680만 원입니다. 

선원 1명 도망가면 최소 400만 원을 송입업체에 배상해야하는 구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요? 수협이 이탈률을 무기로 송입업체를 압박하는 구조가 한 단계 아래에서 그대로 되풀이되는 셈입니다.

부디 씨가 낸 1300만 원 중 600만 원의 정체

그렇다면 해외 송출업체가 이탈 배상금을 낼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결국 선원입니다.

송출업체는 선원에게서 거액의 비공식 수수료를 걷습니다. 선원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사업장을 이탈할 경우 돌려주지 않는 돈입니다. 이른바 ‘이탈 보증금’입니다. 

부디 씨가 낸 1300만 원 가운데 수협이 정한 송출비 상한 4900달러, 약 700만 원을 뺀 나머지 약 600만 원이 바로 ‘이탈 보증금’이었습니다. 국제협업팀이 만난 선원들은 송출업체가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거나 도망갈 경우에 대비해 맡아두는 돈이며, 계약 기간을 무사히 마치면 돌려준다'며 이 돈을 걷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선원 부디(가명) 씨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 낸 송출비 총액은 1300만 원. 이중 700만 원은 수협 공식적으로 정한 송출비 상한이다. 그리고 나머지 600만 원의 정체가 밝혀졌다. 원래는 선원에게 요구해선 안 되는 돈, '불법 이탈 보증금'이다.

십수 년째 송입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 김민수(가명) 씨는 “이탈 보증금은 원래는 이렇게 큰 금액이 아니었다”며 “지금은 액수뿐 아니라 보증금의 취지까지 변질됐다”고 주장합니다. 

원래 보증금이라고 하는 거는 근로자들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본인의 귀책 사유로 귀국을 해야 된다든지, 아니면 개인 질병으로 인해서 치료를 받아야 되는데 그 자원을 어떻게 할 거냐… 그 보증금은 최초에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  - 김민수(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이탈 보증금은 선원이 사업장을 떠나지 못하도록 몸을 돈으로 묶어두는 수단입니다. 인신매매 성격의 돈이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에서도 명백히 불법입니다. 해양수산부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송출업체가 이탈 보증금은 받으면 안 되고, 국내 송입업체는 보증금을 받는 송출업체와 거래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취재팀이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업체마다 액수만 다를 뿐, 대부분의 송입·송출업체가 이 돈을 걷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들 관계자에 따르면 이탈 보증금은 많게는 1000만 원까지 형성돼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수협 계약서상, 송입업체가 받는 공식 수수료는 선원 1인당 월 5만 5000원입니다. 이 돈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입니다. 송입업체와 송출업체가 이탈 보증금을 걷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겁니다. 

취재팀은 지난 7월,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 사실인지 검증에 나섰습니다. 이주 어선원들이 많이 산다는 부산의 한 동네를 찾았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두 명에게 “보증금은 얼마나 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들은 한동안 머뭇거리더니 한국어로 “3100달러”라고 답했습니다. 우리돈으로 약 420만 원입니다. 다른 인도네시아 국적 어선원 3명도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모두 보증금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보증금은 누구 주머니로?…"송입업체가 70~80%"

선원들이 낸 이탈 보증금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여기서 두 번째 비밀이 풀립니다. 국제협업팀이 만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송입업체와 인도네시아 현지 송출업체가 이 돈을 '나눠 갖는다'고 했습니다. 분배 방식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고요. 

이탈 보증금을 나눠 갖는 가장 흔한 방식은 이탈 선원이 1명 발생할 때마다 송출업체가 3000~5000달러의 배상금을 송입업체에 주는 것입니다. 또는 송출업체가 선원에게 보증금을 받자마자 한국의 송입업체와 5대 5 등의 비율로 나눈 뒤, 이탈이 발생할 때마다 송출업체가 따로 배상금을 더 내는 방식도 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송입업체 관계자는 “분배 방식은 달라도 종합해보면 결국 국내 송입업체가 70~80%, 현지 송출업체가 20~30%를 가져가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선원이 배를 떠나면, 현지 송출업체와 국내 송입업체가 '이탈 보증금'을 나눠가지며 돈을 벌게 된다.

"선원이 도망갈수록 업체는 돈을 번다"

이탈 보증금은 선원의 이탈을 막겠다며 걷는 돈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구조에서는 선원이 다치거나 사업장을 떠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할 때 보증금이 곧 송입·송출업체의 수익이 됩니다. 한국 어선의 노동환경이 나빠 선원이 다치거나 도망가면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보증금은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입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그런 업체가 적지 않다고 했습니다.

오죽하면 한 해 신규 외국인 선원 입국 수백 명(을 받아서)에서 수익을 본 송입업체보다, 이탈(선원)이 많아 쿼터가 줄어든 송입업체가 신규 배정은 100명도 못 해도 이탈 배상금으로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 - 최용진(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물론 이탈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송입업체도 수협과의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수협 계약서에 따르면 송입업체의 연말 이탈률이 20% 이상이면 수협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면 계약 해지 기준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는 이탈 배상금이 업체의 수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업체가 이탈을 부추길 유인도 생기지 않을까요? 한국 송입업체와 일해 본 인도네시아 현직 송출업체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실제로 업체 중에선 선원이 도망가길 바라는 경우가 있다”고 했습니다. 

돈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송출업체들이 있어요. 보증금이 7천만 루피아(약 550만 원)로 크다 보니 선원들을 (한국으로) 많이 보냅니다. 선원들이 그냥 도망치기를 바라는 거죠. 7천만 루피아가 송출업체 몫이 되니까요. 
- - 인도네시아 송출업체 대표 (한국 송입업체와 계약 경험자)

인도네시아 이주 어선원들의 권익 대변 활동을 하는 ‘인도네시아 선원 권익연대’(PSP) 측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일부 송출업체나 송입업체는 선원들이 버티지 못하고 도망치도록 일부러 열악한 환경을 조성하기도 합니다. 선원 관리부터 시작해서 선박 관련 보고나 처리 문제까지, 심지어 다른 선주나 다른 배로 옮기려고 해도 일부러 일을 까다롭고 힘들게 만듭니다.
- - 무하마드 카판디 / 인도네시아 선원 권익연대(PSP) 의장

보증금은 현금으로…"한국 송입업체 관계자가 직접 받아 갔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듯 이탈 보증금은 절대 받아서는 안 되는 ‘불법’인 돈입니다. 업체들은 이 돈을 어떻게 받아서 관리할까요? 물론 이 같은 ‘불법’ 수수료를 받지 않고 영업하는 국내 송입업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접촉한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대다수의 송입업체는 이탈 보증금에 의존해 영업을 이어가고, 이탈 보증금은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한다고 말했습니다. 계좌에 거래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명입니다. 

처음 선원 지원자가 이탈 보증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받으면 송출업체가 이 돈을 수령합니다. 그러나 자금 흐름을 숨기기 위해 제3의 기관에 보관했다가 이탈이 발생하면 송출업체가 가져오기도 합니다. 선원들이 한국 입국 전 합숙 훈련을 받는 언어 훈련기관이나 대출을 내준 현지 은행이나 2금융권 협동조합이 돈을 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답니다.

국내 송입업체와 해외 송출업체가 이탈 배상금을 정산할 때도 현금거래를 한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송출업체는 이탈 배상금을 내기 위해 선원에게 미리 받아둔 보증금이나 담보물을 처분해서 현금을 마련하고, 이를 송입업체에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보증금을 정산받거나 이탈 벌금을 낼 때, 은행 계좌 이체가 아니라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국 대행사 관계자가 직접 인도네시아로 찾아와 현금으로 돈을 받아 갔습니다.
-  - 인도네시아 송출업체 대표 / 한국 송입업체와 계약 경험자

현금은 송출회사 대표나 임직원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직접 가져오기도 하고, 신규 선원들이 입국할 때 몇 명에게 현금을 서류봉투 등에 나눠 맡겨서 가져오게 한 뒤 입국 후 국내 송입업체에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최용진(가명) 씨 / 송입업계 관계자

정상적인 거래에서는 보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이렇게 외국인 선원들을 채용할까요? 국제협업팀이 인터뷰한 인도네시아의 한 송출업체 대표는 한국의 외국인 선원 도입 구조가 다른 나라와는 다르다고 증언했습니다. 

저희가 선원을 파견합니다. 이건 (돈을 받아야 하는) 서비스죠. 그런데 저희는 한국에 있는 에이전시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저희가 돈을 내야 합니다. 
- - 인도네시아 송출업체 대표 / 한국 송입업체와 계약 경험자

이 업체 관계자는 선원을 보내는 송출업체가 국제 관례상 선원을 데려가는 국가의 인력업체나 선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이 원칙라고 했습니다. 인력 송출국인 인도네시아 송출업체들끼리의 경쟁 때문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보내는 사례는 있어도, 인력을 제공받는 송입 국가의 업체에 돈을 주면서 인력을 보내는 경우는 없다는 겁니다. 그러나 한국에 선원을 보낼 때는 반대로 현지 송출업체가 국내 송입업체에 돈을 냅니다. 결국 그 돈을 부담하는 사람은 선원이고요.

"채무 예속…강제노동으로 이어지는 장치"

▲전문가는 선원에게서 '이탈 보증금'을 징수하면 이들을 배에 묶어두는 족쇄로 작용해, 강제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스타파와 함께 수협 계약서를 분석한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는 이 구조의 출발점을 수협 계약서로 봤습니다. 선원 이탈 방지에 초점을 맞춘 수협 계약서가 결국 송입업체의 이탈 보증금 징수를 부추겼다는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이 돈이 선원을 배에 묶어두는 족쇄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은 (선원이 이탈할 때 선주에게 손해) 배상을 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송입업체가 이거를 예방하기 위해서 고액의 이탈 보증금을 받는 거죠. 그 사업장에서의 착취나 차별, 학대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엄청난 빚이 있기 때문에 쉽게 떠날 수가 없는 구조가 되는 거죠. 과도한 송출 비용, 이탈 보증금. 이게 강제노동으로 이어지는 장치가 되는 거죠. 채무 예속을 하게 하는 거잖아요.
- -김종철 변호사 /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선임연구원

그렇다면 외국인 선원 도입 구조를 총괄하는 수협은 이런 관행을 정말 몰랐을까요. 

"보증금 안 냈다고 거짓말하라고 시켰다"

수협중앙회의 공식 입장은 '몰랐다'는 것입니다. 

선원들은 입국 직후 수협이 진행하는 교육과정에서 설문조사를 받습니다. 이때 보증금을 냈다고 답한 선원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걷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탈 보증금은 여전히 만연한 관행입니다. 액수도 공식 송출비 상한 금액(4900달러, 약 700만 원)과 맞먹습니다.

선원들은 수협 조사에서 왜 입을 닫았을까요? 국제협업팀이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한 선원은 현지 송출업체가 출국 전에 "보증금 같은 비용은 내지 않았다고 말하라"고 교육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네, 거짓말하라고 시켰습니다. 교육비를 이만큼 냈다고 서명시키면서도, 그런 내용은 적지 말라고 하는 식이었습니다. 문제가 생겨 신고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식의 내용도 있었습니다. 
- - 압두로힘 / 인도네시아 출신 전직 한국 어선원

수협은 보증금 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로가 해양수산부의 근로감독 결과를 통보받는 것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해수부가 이탈 보증금 징수 정황을 확인해도 실제 제재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0년부터 20톤 이상 연근해어선 선원들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연 2회 진행해 왔습니다. 공식 송출비보다 더 비용을 많이 받거나 불법인 ‘이탈 보증금’을 낸 사례가 있는지 단속하기 위해섭니다. 매번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근로감독에서 적게는 23건, 많게는 196건까지 이탈보증금 등을 낸 사례를 적발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실제 제재는 단 한 건에 그쳤습니다.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을 '의심 사례'로만 분류하고, 위반이 확정됐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증이 확실했던 인도네시아 송출업체 한 곳에 대해서만 계약 해지를 했다는 게 해수부 설명입니다. 

이탈 보증금 거래는 애초부터 추적이 어려운 현금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감독기관은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사례를 제재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식의 근로감독으로 불법 이탈 보증금을 막을 수 있을까요?

해수부·수협 "송출업체는 관할 밖"…적발은 했지만 제재는 1건

뉴스타파는 해양수산부 위탁을 받아 이 제도를 실제 관리하는 수협중앙회에 수협의 이탈률 관리 방식이 불법적인 이탈 보증금 수취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습니다. 

수협중앙회는 뉴스타파에 보내온 공식 답변서에서 외국인선원제가 다른 외국인력 제도보다 이탈률 관리가 철저해 실효성이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선원제의 이탈률은 10%대로, 낮은 편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어선원들의 이탈률은 60%대에 이릅니다.)

하지만 낮은 이탈률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노동 강도와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고 싶은 선원도 거액의 보증금과 빚 때문에 배를 떠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수부와 수협중앙회는 앞으로 4900달러를 초과한 송출비나 이탈보증금 징수가 확인되면 해당 송출업체와 국내 송입업체를 제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해외 송출업체가 한국의 관할 밖에 있어 직접 감시하거나 규제하기 어렵고, 사전 예방은 현지 정부가 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김종철 변호사는 이러한 설명이 국내 기관의 책임을 면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수부나 수협이나 '송출업체가 우리나라 관할 밖인데 우리가 어떻게 송출업체를 관할하냐, 인도네시아 정부가 관할을 해야지.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제대로 규율을 못 하니까 이런 일이 발생한다'. 계속 이런 핑계를 대는 거거든요. 근데 이걸(수협 계약서) 보면은, 또 이것(송출비 내역 확인서)과 같이 읽으면 결국은 송입업체가 제3자(해외 송출업체)를 통해서 이주 어선원들한테 돈을 받는 구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직접 받든 간접 받든, 이건 현행법 위반은 맞는 거거든요.
-  - 김종철 변호사 / 공익인권법센터 어필 선임연구원

다단계 '갑·을' 사슬의 끝, 외국인 선원

1~3편의 취재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해수부의 외국인선원제 관리 위탁을 받은 수협은 국내 송입업체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각종 비용과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그렇게 '을'이 된 송입업체는 그 부담을 다시 해외 송출업체에 넘겼고, 송출업체는 당장 취업이 절실한 선원들에게 그 비용을 물렸습니다. 그렇게 외국인 선원들은 여전히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며 한국 배에 오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현금으로 오가는 비용을 제대로 적발하거나 제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외국인선원제 안에서는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을’이지만, 동시에 더 약한 누군가에게는 ‘갑’이 됩니다. 다단계 사슬의 끝에는 한국 배에 오르기 전부터 빚에 묶인 선원이 있습니다. <K-어업의 브로커들 4편>에서는 국제협업 취재팀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만난 전·현직 선원 7명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1000만 원이 넘는 돈을 내고 한국 배를 탄 선원들이 무사히 계약기간을 마치고 보증금을 돌려받았는지, 거액을 주고 한국의 일자리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단계 착취 구조 위에서 운항하는 한국 어선의 현실을 전합니다.

뉴스타파 김지윤 jiyoon@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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