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광주엔 반도체 공장, 서산엔 전투기…소음 떠안은 주민들

조길상 기자 2026. 9. 1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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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가 한 대 뜨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습니다. 몇십 년을 들어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여기에 25대가 더 오면 비행 횟수가 얼마나 늘어나겠습니까."

문제는 정부가 광주 반도체 공장 착공 등 개발 일정은 구체화한 반면 전력을 떠안을 서산 등 수용 지역에 대한 기지별 전력 규모, 추가 비행 횟수, 소음·안전 영향조사와 주민 지원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임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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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생산기지 건설로 4년간 전투비행단 분산 운용
2분마다 굉음, 피로감·분노 고조…주민 반발 잇따라
추가 운항 규모·영향조사·피해 지원책 여전히 안갯속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인근 주요 도로변에 광주 군공항 전력 분산 배치 방침에 반발하는 주민 단체들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조길상 기자

[충청투데이 조길상 기자] "전투기가 한 대 뜨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습니다. 몇십 년을 들어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여기에 25대가 더 오면 비행 횟수가 얼마나 늘어나겠습니까."

18일 오전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위치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전비) 인근 마을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늘을 바라보며 연신 분통을 터뜨렸다.

수십 년간 이어진 고통 위에 또 다른 고통이 가중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표정에는 피로감과 분노가 깊게 새겨져 있었다.

오전 11시 1분 한 전투기가 지면을 차고 오르며 하늘을 갈랐다.

제트 엔진이 내뿜는 서슬 퍼런 폭음이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인근 주요 도로변에 광주 군공항 전력 분산 배치 방침에 반발하는 주민 단체들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조길상 기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소음은 긴 꼬리를 남기며 퍼져나갔고 전투기가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춘 뒤에도 귓가에는 날카로운 진동이 잔향처럼 남았다.

첫 번째 소음이 채 가시기 전인 11시 3분, 불과 2분 만에 또 한 대의 전투기가 굉음을 내뿜으며 솟구쳐 올랐다.

연기나 향이 겹쳐 짙어지듯 앞서 남아있던 잔향 위로 새로운 폭음이 겹쳐 쌓였다.

다시 2분 뒤인 세 번째 기체가 또 한 번 하늘을 가르자 현장의 소음 피로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서산 해미 하늘 아래 소음 피해 우려가 가중된 배경에는 정부의 군공항 이전 및 지역 개발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조기 확보해 호남권 반도체 생산기지를 건설하기로 하면서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전력을 서산 20전비와 충주, 예천 등에 분산 배치하기로 한 탓이다.

광주 부지를 비우고 2032년 말 무안 군공항이 준공될 때까지 약 4년간 서산 등에 임시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정부가 광주 반도체 공장 착공 등 개발 일정은 구체화한 반면 전력을 떠안을 서산 등 수용 지역에 대한 기지별 전력 규모, 추가 비행 횟수, 소음·안전 영향조사와 주민 지원 대책은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임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인근 주요 도로변에 광주 군공항 전력 분산 배치 방침에 반발하는 주민 단체들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조길상 기자

20전비 인근 해미면과 고북면 일대 주요 도로변에는 반대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30년 피눈물 소음고통, TA-50 전투기 추가배치가 웬말이냐", "전라도 소음피해를 서산으로 덤핑하나", "206대대 서산이전 기지봉쇄로 저지한다" 등의 강한 항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착륙 비행 횟수의 증가다.

기존 전투기 운용만으로도 장기간 수면 장애와 교육권 침해를 겪어온 상황에서 전력이 추가되면 하루 비행 빈도가 늘어나 소음 피해 노출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사전에 국방부 차원의 공식적인 대주민 설명회 없이 조치가 추진된 점도 불신을 극대화했다.

서산시의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결사반대 입장을 밝혔다.

시의회는 "주민들이 수십 년간 극심한 소음과 재산권 침해를 감내해 왔음에도 단 한 차례의 협의 없이 이전을 논의하는 것은 지방자치 훼손"이라며 "추가 배치는 일상 소음 피해를 한계 이상 가중시키고 비행 안전사고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지역 숙원 사업인 서산공항의 활주로 용량 확보와 안전 개항에도 심각한 차질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충남 서산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인근 주요 도로변에 광주 군공항 전력 분산 배치 방침에 반발하는 주민 단체들의 반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조길상 기자

조길상 기자 cks7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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