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슈퍼사이클 안 끝났다"…43조 일감 쌓아둔 K전력기기

이윤형 기자 2026. 9. 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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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확대로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호황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박 수석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정책과 관세 변화는 불확실성 요인이지만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는 이에 별개로 견조하다"며 "초고압 수요 확대와 비중국 공급망 재편, 수요 제품군의 확산을 감안하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양질의 수주 흐름은 중단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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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데이터센터·노후 전력망 교체 겹쳐…변압기 수입의존 90% 넘어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 초고압 넘어 차단기·배전으로 수혜 확산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 초고압변압기. [출처=연합뉴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확대로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의 호황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업체들이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숙련인력과 핵심 부품 부족으로 공급 확대에 시간이 필요한 데다 미국의 초고압 송전망 투자와 '탈중국' 공급망 재편까지 맞물리고 있어서다.

18일 NICE신용평가가 내놓은 '전력기기 호황의 지속가능성과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세계 전력망 투자의 27.9%를 차지했다.

미국 데이터센터 설비 규모는 지난해 52GW에서 2030년 약 100GW로 두 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첨단 제조시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가세하면서 송배전 투자가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美 변압기 납기 133주까지 늘어…공급 부족 장기화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대형 변압기의 수입의존도는 2022년 이후 90%를 웃돌고 있다. 전력용 변압기의 평균 리드타임은 2022년 85주에서 지난해 상반기 133주로 늘었다. 발전기 승압용 변압기는 같은 기간 48주에서 145주까지 길어졌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계통 연결을 기다리는 프로젝트만 약 8200개, 2060GW에 달했다.

글로벌 업체들이 잇달아 증설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도 쉽지 않다. 대형 변압기는 고객별 맞춤 생산이 필요한 데다 대형 생산·시험설비와 숙련인력, 고객 인증까지 갖춰야 한다. 초고압용 부싱 등 핵심 부품의 납기도 최대 135~145주에 달한다.

박현준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수요 증가 속도와 신규 생산능력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는 데 걸리는 시차를 감안하면 초고압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자 우위의 수급 환경이 중기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박 수석연구원과 박세영 기업평가1실장이 작성했다.

이 같은 공급 부족의 최대 수혜국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2020~2025년 한국의 미국향 전력기기 수출은 연평균 14.1% 증가했다.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3사의 수주잔고는 2021년 말 5조7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43조원으로 불어났다. 올 상반기 3사의 합산 영업이익률도 15.5%를 기록했다.
효성중공업 미국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출처=연합뉴스]

◆765kV·탈중국까지 '겹호재'…변압기서 차단기·배전으로

한국 업체의 경쟁력은 초고압 전력기기에서 두드러진다. 미국 주요 계통운영기관들이 중장기 송전망 계획에 765kV급 송전망을 잇따라 반영하고 있지만 이 시장은 높은 절연설계 기술과 대형 시험설비, 장기간의 납품 경험이 필요해 공급사가 제한적이다.

효성중공업은 미국에서 765kV급 변압기 생산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앨라배마 제2공장을 통해 관련 생산·시험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LS일렉트릭은 GE버노바와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VSC-HVDC) 분야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고단가·고사양 제품 비중 확대가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방어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원재료 공급망도 강점으로 꼽혔다. 변압기 제조비의 약 25%를 차지하는 방향성 전기강판(GOES)은 미국 내 고사양 제품 공급이 제한적이다. 한국은 2023~2025년 미국의 GOES 수입액 기준 일본에 이어 2위 공급국이다. 한국산 변압기의 미국 수입단가도 주요 수입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낮아 소재 조달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다.

미국의 비중국 공급망 강화도 호재다. 미국 내 한국산 변압기 수입점유율은 2023년부터 중국산을 넘어섰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까지 확보하고 있어 현지 조달과 납기 대응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호황의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초고압 변압기가 업황을 이끌었다면 향후에는 차단기와 배전반 등 전력망 하위 제품으로 수요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NICE신용평가의 판단이다. 국내 업체들도 중저압·고압 차단기와 배전반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위험 요인은 미국의 정책 변화다. 풍력·태양광 세제 지원 축소와 해상풍력 프로젝트 조정은 전력망 투자 증가 폭을 낮출 수 있다. 철강·알루미늄 파생품 관세와 한국산 대형 변압기 반덤핑 관세 역시 업체별 수익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는 관세 비용의 일정 부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 수석연구원은 "재생에너지 정책과 관세 변화는 불확실성 요인이지만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는 이에 별개로 견조하다"며 "초고압 수요 확대와 비중국 공급망 재편, 수요 제품군의 확산을 감안하면 국내 전력기기 업체의 양질의 수주 흐름은 중단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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