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이라더니 단기 계약직”…거짓 구인광고 기승

광주일보 2026. 9. 1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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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만 믿고 서류를 준비해 면접장까지 찾았지만, 막상 면접장에 찾아가자 업체 측에서 "우선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것이다. 차씨는 "정규직이라고 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원하고 면접까지 준비했는데 현장에서 처음 다른 조건을 들으니 허탈했다"며 "취업이 급한 구직자라면 조건이 달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이 절박한 청년일수록 채용 과정에서 뒤늦게 다른 조건을 제시받더라도 면접 준비에 들인 시간과 비용 탓에 쉽게 발길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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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 공고와 사업장·임금 다르고
채용과정 1개월 기간제 근무 요구
광주노동청 5년간 142건 신고
심각한 취업난 속 구직자 울려
<AI 생성이미지>
#취업준비생 차다연(여·24)씨는 최근 채용사이트에서 ‘정규직 채용’이라고 적힌 구인공고를 보고 한 업체에 지원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고만 믿고 서류를 준비해 면접장까지 찾았지만, 막상 면접장에 찾아가자 업체 측에서 “우선 계약직으로 근무한 뒤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는 것이다. 차씨는 “정규직이라고 해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원하고 면접까지 준비했는데 현장에서 처음 다른 조건을 들으니 허탈했다”며 “취업이 급한 구직자라면 조건이 달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인호(26)씨는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한 ‘채용전환형 인턴(6개월)’으로 전남광주시의 한 기업에 입사했다가, 인턴 기간이 끝나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한 채 쫓겨나듯 회사를 나왔다. 면접을 볼 때까지만 해도 “인턴 합격 시 ‘거의’ 100%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했는데, 막상 6개월 근무를 마칠 때가 되니 “내부 사정으로 정규직 전환이 어렵게 됐다”고 입장을 바꾸더라는 것이다. 주씨는 “회사에서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처럼 설명해 다른 취업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6개월 뒤 다시 처음부터 구직활동을 시작하게 돼 허탈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는 청년 구직자들을 두 번 울리는 ‘거짓 구인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남광주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건수를 웃도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구직자 피해를 막기 위한 감시와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더불어민주당 박해철(경기 안산 병)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관할 지역에서 최근 5년간 접수된 거짓 구인광고 신고는 총 142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2년 24건, 2023년 41건, 2024년 38건, 2025년19건으로, 올해는 1~6월 사이 불과 반년만에 20건에 달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올해 접수된 20건 가운데 1건은 행정지도, 4건은 민원 취하로 종결됐으며 나머지 3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전국적으로도 거짓 구인광고 신고는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 334건이던 신고는 2023년 365건, 2024년 404건, 2025년 416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323건이 접수됐다.

법 위반 정도가 심해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수사의뢰는 25건으로 지난해 전체 수사의뢰 29건의 86.2%에 달했다.

구직자를 속이는 방식도 다양했다.

고용노동부는 구인광고에 기재된 사업장이나 임금이 실제 근로계약 내용과 다른 사례, ‘정규직·수습 3개월’이라고 광고한 뒤 채용 과정에서는 ‘1개월 기간제’ 근무를 요구하는 사례 등이 최근 들어 다수 적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일부는 수사를 받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주 5일 근무라고 공고한 뒤 면접 과정에서 격주 토요일 근무를 요구하거나, 구인공고와 전혀 다른 업무를 맡겨 행정지도를 내린 사례도 있다고 한다.

청년층의 취업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거짓 구인광고는 구직자들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2분기 전남의 청년실업률은 13.4%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보다 9.1%포인트 상승했다. 1년 만에 3배가 넘는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광주의 올해 2분기 청년실업률은 6.6%로 지난해 같은 기간 7.5%보다 0.9%포인트 낮아졌다.

온라인을 통한 구인·구직이 일상화되면서 거짓 구인광고가 노출되는 통로도 SNS와 포털 등으로 광범위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온라인에 게시된 구인광고 28만7772건을 모니터링한 결과 거짓 구인 의심 광고는 3000건에 달했다. 구직자들이 흔히 이용하는 주요 취업플랫폼에서만 858건의 의심 광고가 확인됐으며 포털사이트에서 1128건, SNS와 기타 온라인 채널에서도 1014건이 발견됐다.

구인광고를 보고 실제 면접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광고 내용이 사실인지 구직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취업이 절박한 청년일수록 채용 과정에서 뒤늦게 다른 조건을 제시받더라도 면접 준비에 들인 시간과 비용 탓에 쉽게 발길을 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거짓 구인 광고 신고센터를 통해 사례를 취합하고 법 위반 여부가 확인될 경우 수사 의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신고 센터 등 수동적인 대책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노동당국에서 적극적으로 거짓 구인광고를 제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임다정 광주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구직자 개인의 신고에 의존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노동당국이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노동당국은 반복적으로 허위·과장된 채용정보를 게시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사와 제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주은 기자 yu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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