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행전 잡았다…혈액검사로 초기 췌장암 87% 포착

최현정 기자 2026. 9. 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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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로 1·2기 췌장암 환자의 약 87%를 찾아내고,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의 병변까지 포착한 검사법이 개발됐다.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따르면 미국 암 연구·치료기관 시티오브호프(City of Hope) 아제이 고엘 교수 연구팀은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액체생검 검사법 '팬시온(PANXEON)'을 개발해 임상 성능을 평가했다. 미국·한국·일본·이탈리아 4개국에서 췌장암 환자와 대조군 등 1785명이 참여한 국제 다기관 전향적 바이오마커 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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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로 초기 췌장암은 물론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의 병변까지 포착한 검사법이 개발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혈액검사로 1·2기 췌장암 환자의 약 87%를 찾아내고, 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의 병변까지 포착한 검사법이 개발됐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기 쉬운 췌장암을 혈액 속 여러 생체지표로 선별하는 방식이다.

특히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은 췌장 낭종 환자에서는 암 전 단계인 ‘고도 이형성증’을 64.3% 찾아냈다. 아직 연구 단계지만 정밀검사가 필요한 고위험군을 혈액검사로 먼저 가려내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따르면 미국 암 연구·치료기관 시티오브호프(City of Hope) 아제이 고엘 교수 연구팀은 췌장암 조기 발견을 위한 액체생검 검사법 ‘팬시온(PANXEON)’을 개발해 임상 성능을 평가했다. 미국·한국·일본·이탈리아 4개국에서 췌장암 환자와 대조군 등 1785명이 참여한 국제 다기관 전향적 바이오마커 연구다. 삼성서울병원 박준오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김송철 교수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이 늦고 생존율도 낮은 암이다. 국가암지식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2023년 국내 췌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다. 췌장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췌관선암(PDAC) 역시 초기 단계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초기 췌관선암을 찾아낼 임상적으로 유용한 혈액 기반 검사법이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 기존 췌장암 혈액검사와 무엇이 다른가

췌장암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혈액 종양표지자가 ‘CA19-9’다. 하지만 CA19-9만으로 초기 췌장암을 선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췌장염이나 담도 폐쇄 등 암이 아닌 질환에서도 수치가 높아질 수 있고, 일부 사람은 유전적 특성 때문에 CA19-9를 충분히 만들지 않는다. 무증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췌장암 선별검사로 권고되지 않는 이유다.

팬시온은 CA19-9에 혈액 속 마이크로RNA(miRNA) 정보를 더했다. mi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작은 RNA로, 암이 발생하거나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현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혈액을 순환하는 miRNA와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소낭인 ‘엑소좀’ 속 miRNA를 분석해 췌장암과 관련된 10개 miRNA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여기에 CA19-9 수치를 결합해 췌장암 위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팬시온 점수를 개발했다. 데이터 분석에는 XGBoost 머신러닝 기법이 사용됐다.

miRNA 시그니처만 사용했을 때 시험군에서 초기 췌장암을 찾아내는 민감도는 83.8%였다. CA19-9를 결합한 팬시온은 1·2기 췌관선암 환자의 86.8%를 찾아냈다. 암이 없는 사람을 암이 있다고 판단하는 위양성률은 저위험 대조군에서 3.2%, 고위험 대조군에서는 15.6%였다.

● 암 되기 전 ‘고도 이형성증’도 64.3% 포착

췌장암으로 진행하기 전 단계의 병변도 포착됐다.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은 췌장 낭종 환자를 분석한 결과, 팬시온은 ‘고도 이형성증(high-grade dysplasia)’을 64.3% 찾아냈다. 고도 이형성증은 세포가 암에 가까울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변했지만 아직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은 전암성 병변이다. 시티오브호프는 팬시온이 이런 췌장암 전 단계의 병변까지 찾아낼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췌장 낭종이 있다고 모두 췌장암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큰 환자를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팬시온은 혈액검사에서 위험 신호가 나타난 환자를 추가 정밀검사로 연결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치료 과정에서도 혈액 속 miRNA 신호가 달라졌다. 별도로 추적한 환자 19명에서는 항암치료와 수술 이후 miRNA 신호가 감소했다가 암이 재발하기 전 다시 증가했다. 다만 19명을 대상으로 한 결과여서 치료 반응이나 재발을 확인하는 검사로 쓸 수 있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팬시온이 당장 일반인의 췌장암 건강검진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 대조군의 위양성률은 15.6%였다. 연구팀은 기존 검사와 함께 췌장암을 조기에 찾아내는 데 팬시온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 진료에 사용하려면 더 큰 규모의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엘 교수는 “췌장암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 시기를 놓친 뒤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치명적”이라며 “이번 결과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 더 많은 치료 선택지가 남아 있을 때 췌장암을 발견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논문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1-026-04625-x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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