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악보 부족한 작은 악기… 직접 출판사 차려 교본·명곡집 내”[M 인터뷰]

박세영 기자 2026. 9.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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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시스트 이윤석은 최근 첫 산문집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음악은 여전히'를 펴냈다.

하모니카로 연주할 곡 자체가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악보도 스승이나 개인에게 이메일로 부탁해 PDF나 손글씨 사본으로 겨우 구하는 형편이었다. "음악학을 공부한 사람이 정확한 교본을 만들어 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크로매틱 하모니카 교본과 명곡집이 나왔다.

그는 두 장의 앨범을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그 부족함마저 기록으로 남기려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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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인터뷰 - 에세이집서 풀어낸 음악인의 삶
곡이 적다는 갈증에 작곡
“다시 돌아가도 이 길 선택”
이윤석이 지난 2일 문화일보 편집국에서 다양한 하모니카를 펼쳐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 장인이 이윤석을 위해 제작한 하모니카부터 화음 전용 코드 하모니카, 깊은 울림의 호른 하모니카, 베이스 하모니카와 트레몰로 하모니카까지 종류가 다채롭다. 문호남 기자

하모니시스트 이윤석은 최근 첫 산문집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음악은 여전히’를 펴냈다.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면서 프리랜서 음악인의 삶을 글로 풀어 보고 싶었고, 세계 하모니카 대회 심사위원 위촉이 계기가 됐다. 책에는 화려한 성공담이 아니라 불안정한 현실과 매일 이어지는 자기 검열 속에서도 다시 악기를 입에 대는 연주자의 일상이 담겼다.

책을 펴내기 전에도 그는 없는 것을 스스로 만들어 왔다. 이윤석에게 하모니카는 늘 악보가 부족한 악기였다. 하모니카로 연주할 곡 자체가 많지 않고, 그나마 있는 악보도 스승이나 개인에게 이메일로 부탁해 PDF나 손글씨 사본으로 겨우 구하는 형편이었다. 편곡이 사실상 필수인 이 악기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는 직접 출판사를 차렸다. 바이올린의 스즈키 교본처럼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음악학을 공부한 사람이 정확한 교본을 만들어 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크로매틱 하모니카 교본과 명곡집이 나왔다.

곡이 적다는 갈증은 그를 작곡으로도 이끌었다. 매일 악기를 마주하다 보니 자연스레 찾아온 마음이라고 했다. 어느 날 떠오른 선율을 적어 두고 다듬어 한 곡으로 완성한 뒤, 그 곡을 무대에서 자신의 연주로 다시 듣는 순간을 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고 표현했다.

책에는 무대 뒤 연주자의 일상도 솔직하게 적었다. 그는 연주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기다림에 익숙해지는 것’을 꼽는다. 공연 직전의 두세 시간은 짧고 강렬한 연주를 위한 긴 기다림의 시간이다. 공연 전에는 매운 음식을 피하고 주로 김밥을 챙겨 먹는다는 소소한 습관까지 적어 두었다. 무대에 첫 음을 내는 순간의 두려움도 털어놓는다. 두려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껴안고도 시작하는 용기가 첫 소리를, 첫 문장을, 첫 발걸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두 장의 앨범을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그 부족함마저 기록으로 남기려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초고음질의 명연주를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자신의 녹음을 보태는 이유를 그는 ‘기록’에서 찾았다. 그는 “완벽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나를 평생 연습하게 만든다”고 썼다.

노르웨이 유학의 마지막 학기, 졸업 연주회는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치러졌다. 서둘러 귀국했지만 무대는 줄줄이 취소되거나 비대면 영상으로 대체됐다. 그는 그 시기에 단 한 명의 청중이라도 객석에 있을 때 연주자가 비로소 존재 이유를 얻는다는 것을, 음악이 본질적으로 ‘함께하는 행위’임을 배웠다. 무대 위 ‘매지컬 모먼트’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연주자가 감정을 주입하기보다 여백을 남길 때 관객이 그 여백을 자신의 감정으로 채우며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다만 욕심을 내는 순간 마법은 멀어지기에 마음을 비우려 애쓴다고 했다. 불안한 현실은 여전하지만 음악은 매번 그 하루를 버티게 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저는 기꺼이 이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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