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규제 앞 친환경船 경쟁…이제는 '연료 공급망'이 승부처
바이오메탄올 최소 5만톤 필요…바이오LNG 소규모 생산·액화 효율 과제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운 탈탄소 규제 강화에 대응해 조선·해운업계가 메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업계 경쟁의 무게중심은 선박과 엔진 개발에서 '연료 공급망' 확보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친환경 선박을 운항할 기술은 빠르게 확보되고 있지만 실제 선박에 투입할 연료를 경제성 있는 가격으로 대량 생산하고 저장·운송해 항만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는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선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의 주최로 'IMO 규제 대응을 위한 친환경 선박연료 전환 전략'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바이오메탄올과 그린 암모니아, B100 바이오선박유, 바이오LNG(액화천연가스) 등 차세대 선박연료의 상용화 현황과 공급망 구축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발표자들은 연료별 기술 성숙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생산 규모와 가격, 품질, 인증, 벙커링 인프라 등이 실제 상용화를 좌우할 공통 과제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해운업계가 연료 확보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강화되는 탄소 규제가 있다. IMO는 지난해 4월 선박연료의 생애주기 온실가스 집약도를 단계적으로 낮추는 연료 기준과 온실가스 가격제 등을 포함한 'IMO 넷제로 프레임워크' 초안을 승인했다. 당초 지난해 10월 채택할 예정이었지만 회원국 간 이견으로 논의가 1년 연기됐다.
IMO는 올해 4월 열린 제84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4)에서 추가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MEPC 85를 개최한 뒤, 12월 4일 특별회의를 재개하는 일정을 잡았다.
IMO 넷제로 프레임워크는 선박에서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배출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부터 운송·사용까지 '웰투웨이크(Well-to-Wake)' 기준으로 연료의 온실가스 집약도를 평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어떤 친환경 연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탄소 감축 효과까지 입증하느냐가 해운사의 규제 대응 비용과 직결될 수 있다.
B100 1280톤 썼더니 CII 'D→C'
가장 빠르게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연료 중 하나는 B100 바이오선박유다.
장민국 지마린서비스 해사기술연구소 책임은 바이오선박유를 대규모 선박 개조 없이 현존선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탄소 감축 수단으로 평가했다.
지마린서비스가 관리하는 선박의 바이오연료 사용량은 B30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024년 약 6만5000톤에서 지난해 약 7만5000톤으로 1년 만에 약 15%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LNG 등 대체연료 추진 신조선이 늘어나더라도 기존 선박이 상당 기간 운항해야 하는 만큼 현존선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바이오연료의 역할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운항에서도 탄소집약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지마린서비스가 자동차운반선(PCTC)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증에서는 B100 약 1280톤을 사용한 선박의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이 D에서 C로 한 단계 올라갔다. 실증 대상에는 전자제어식 엔진과 기계제어식 엔진을 탑재한 선박이 모두 포함됐다.
바이오연료라고 해서 아무 연료나 기존 선박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선 운항 과정에서는 연료의 원료와 발열량, 저장기간 등에 따른 문제도 확인됐다.
지마린서비스는 2024년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공급받은 캐슈넛 껍질 유래 성분(CNSL)이 포함된 바이오연료를 사용한 이후 연료펌프와 인젝터 등이 손상되는 사례를 경험했다. 이후 CNSL을 사용 불가능한 원료로 판단하고 해당 성분이 포함된 연료를 공급받지 않고 있다.
발열량이 낮아지면 선박 출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증 결과 발열량이 37MJ(메가줄)/kg 아래로 내려갈 경우 특히 기계식 엔진의 고부하 운전에서 출력 저하가 나타났다.

바이오메탄올, 만들어도 '규모' 안 되면 못 판다
바이오메탄올은 연료 생산 자체보다 해운사가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지목됐다.
조원준 바이오프렌즈 대표는 군산 지역 바이오가스 생산업체와 연계해 연간 6만톤 규모의 바이오메탄올 생산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상 투자비는 약 1000억원으로 생산량의 50~70%를 선박연료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화학제품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6만톤이라는 생산 규모는 해운사의 요구를 고려해 산정됐다. 조 대표는 국내 해운사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연 7000톤 정도의 생산량으로는 장기 구매계약을 맺기 어렵고 적어도 연 5만톤 이상을 생산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연료 생산 기술을 확보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실제 해운 수요와 연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력도 넘어야 한다. 조 대표는 "현재 바이오메탄올 가격은 톤당 약 1100달러 수준"이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를 700~800달러 수준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크레딧 등을 통해 추가적인 경제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문제는 국내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이 여러 지역에 소규모로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단일 바이오가스 시설에서 나오는 물량만으로 대규모 바이오메탄올 생산설비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조 대표는 "바이오가스를 도시가스 배관망에 투입하고 생산·사용 이력을 인증하는 제도가 갖춰져야 생산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모니아 선박 다음 기술은 '제도'
그린 암모니아는 선박과 엔진 기술이 실제 해상 운항 단계까지 올라왔지만 높은 연료 가격과 독성에 따른 안전관리, 인증체계 등이 상용화의 다음 과제로 떠올랐다.
김민성 한국선급 대체연료기술연구팀 책임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세계적으로 약 5척의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이 운항하고 있으며 41척이 건조 중이다. 육상 엔진 실증을 넘어 실제 선박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실선 공급 경험이 쌓이고 있다. 지난 4월 울산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4만5000톤급 암모니아 추진 상선을 대상으로 약 600톤의 암모니아를 육상에서 선박으로 직접 공급하는 파이프투십(Pipe-to-Ship) 벙커링 실증이 진행됐다.
하지만 김 책임은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의 병목이 기술에서 가격과 안전, 제도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그린 암모니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생산부터 저장·운송·벙커링과 실제 선박 사용까지 생애주기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검증해야 한다.

기존 LNG망 그대로 쓰는 바이오LNG…문제는 '대형화'
바이오LNG는 기존 LNG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차세대 연료와 차별화된다. 바이오메탄을 정제·액화해 만드는 만큼 기존 LNG 저장시설과 운송·벙커링 기술 상당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
황지현 헵타 대표 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교수는 바이오LNG의 장점으로 기존 LNG 공급망과의 호환성을 꼽았다.
LNG 추진선과 벙커링 인프라가 이미 구축되고 있는 만큼 충분한 바이오LNG를 확보한다면 기존 자산을 활용하면서 선박연료의 탄소집약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생산 규모는 아직 작다. 황 대표에 따르면 현재 상용 바이오메탄 액화설비는 대체로 하루 수~수십톤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액화 효율 역시 일반적인 LNG 공정보다 불리하다.
정제된 바이오메탄은 일반 천연가스와 조성이 달라 현재 액화공정의 효율이 일반 LNG보다 약 3배 낮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기존 가스 배관망을 활용하는 데에도 제도적 과제가 있다. 바이오메탄을 기존 천연가스망에 투입할 경우 열량과 불순물 기준 등을 맞춰야 하고 배관 연결과 망 보강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황 대표는 "이런 비용을 개별 사업자에게 모두 부담시키면 바이오메탄 시장 활성화가 쉽지 않다"며 "정부와 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선박연료 경쟁은 어느 연료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섰느냐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료를 대량 생산하고 탄소감축 효과를 인증한 뒤 저장·운송해 세계 각 항만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IMO 규제가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넘어 연료의 생애주기 온실가스 집약도를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조선·해운업계의 친환경 경쟁도 '배에 넣을 연료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로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