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다양한 자폐, 국내서 ‘분자 지도’로 분류…“맞춤 정밀치료 기대”

최원형 기자 2026. 9.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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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하나의 이름으로 진단되지만, 발병 원인과 양상이 워낙 다양해서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으로 꼽힌다.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 질환 연구단·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유전자 활성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논문을 17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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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모델 분석해 17일 사이언스 게재
기초과학연구원 “맞춤형 정밀 치료 연구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하나의 이름으로 진단되지만, 발병 원인과 양상이 워낙 다양해서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으로 꼽힌다. 원인 유전자만 1200개가 넘는 데다 환경적 요인까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그간 학계에서는 가능한 여러 환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핵심 기전을 찾으려고 노력해왔다.

국내 연구진이 자폐의 유전적 다양성을 하나의 ‘분자 지도’ 위에서 두 갈래로 나눠 파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 질환 연구단·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디지털바이오컴퓨팅연구단 공동 연구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위험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생쥐 모델을 분석해,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두 가지 상반된 유전자 활성 상태로 수렴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논문을 17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시냅스 기능,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 내 신호 전달 등 서로 다른 생물학적 기능에 관여하는 ‘자폐 위험’ 유전자 17종을 선정하고, 각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생쥐 모델을 만들어 전체 1008개의 뇌 전전두엽 전사체 데이터를 구축했다. 리보핵산(RNA)은 유전정보를 복사해 전달하고 단백질을 만들어내는데, 전사체는 특정 세포 안에 발현된 모든 리보핵산의 집합을 가리킨다. “어떤 유전자가 변했는가” 유전자만 따로따로 보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유전적 원인이 결과적으로 “어떤 분자 상태를 만들었는가” 보려고 한 것이다.

분석 결과, 어떤 변이 유전자를 가졌는지와는 상관없이 유전자 발현 양상에서 생쥐들은 명확히 두 무리로 갈렸다. 한 무리는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시냅스 유전자의 발현은 감소했지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리보핵산이 세포 안에서 제구실을 하도록 가공하는 유전자의 발현은 증가했다. 다른 한 무리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났다.

연구진 제공

두 무리는 약물에 반응하는 모습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항우울제 ‘플루옥세틴’과 기분 안정제 ‘리튬’에 대해, 첫 무리는 약물 투여 뒤 여러 유전자의 분자적 이상이 일관적으로 회복됐지만, 두번째 무리에선 일정한 회복 양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같은 치료제라 하더라도 유전자 발현 양상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경향은 인간 데이터로까지 분석 범위를 넓혀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가지 전사체 상태가 어떤 유전자냐, 어떤 동물이냐 등에 국한되지 않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보편적 분자 특성임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마다 서로 다른 발병 기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각각에 걸맞은 치료제 개발이 어려웠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환자 맞춤형 정밀 치료를 연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단 것이다. 김은준 기초과학연구원 시냅스 뇌 질환 연구단장은 “다양한 유전적 원인을 공통된 분자적 특징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연구 틀이 제시된 만큼, 자폐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배미현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인간 유래 세포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해 자폐 기전과 새로운 치료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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