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나누는 아빠표 육아 품앗이… “엄마 없어도 재밌대요”

오유진 기자 2026. 9. 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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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들이 바꾼 우리] 해치파파스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한 키즈카페에 모인 ‘해치파파스’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으로 만나 공동 육아를 하고, 평소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놀이 정보, 육아 정보 등을 나눈다. /최기웅 기자

지난 12일 낮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아빠 9명이 점심 도시락을 꺼내놓았다. 김밥과 주먹밥, 돈가스, 샌드위치 등 직접 만든 ‘아빠표 도시락’이었다. 밥을 먹은 아이들이 동물원으로 달려가자 아빠들의 수다가 시작됐다.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땐 어떻게 하죠?” “주말에 갈 만한 곳 있나요?”

이들은 초보 아빠들의 공동 육아 모임 ‘해치파파스’ 멤버들. 부부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맞돌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서울시가 만든 아빠 육아 모임 ‘서울 200인의 아빠단’에서 만난 이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자조 모임이 해치파파스다.

모임 이름은 서울의 상징 ‘해치’에서 따왔다. 작년 11월 9명으로 시작한 해치파파스 멤버는 22명까지 늘었다. 22명 중 16명이 자녀를 2~3명 둔 아빠들이다. 아들 유현(8)군과 딸 유은(1)을 키우는 해치파파스 리더 고영성(43)씨는 “엄마들은 ‘맘카페’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아빠들은 육아 고민을 나눌 만한 공간이 없다”면서 “모임에 가입한 아빠 대부분이 ‘혼자’보다 ‘같이’ 하는 육아가 절실한 아빠들”이라고 말했다.

점심을 먹은 이들은 인근의 한 키즈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형 키즈카페’로 입장료 2000원에 2시간을 놀 수 있다. 보호자는 입장료가 무료다. 서울시는 육아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입장료가 3000~5000원 수준(다자녀는 무료)인 서울형 키즈카페 280곳을 운영하고 있다.

신발을 벗기 무섭게 초등학생들은 볼풀장으로, 7세 이하 어린이들은 미끄럼틀과 트램펄린으로 나눠 우르르 뛰어갔다. 한 그룹당 1~2명의 아빠가 전담해 함께 공을 던지고, 뛰어다니며 아이들과 몸으로 놀기 시작했다. 다온(10)·수호(4)·하준(1) 세 아이를 키우는 이인철(40)씨는 “아내와 둘이 하던 다둥이 육아를 해치파파스에선 삼촌 10여 명과 나눠 할 수 있다”고 했다. 볼풀장에서 놀아주던 아빠가 30분 만에 ‘포기’ 선언을 하자 쉬고 있던 다른 아빠가 곧장 투입됐다. 지치지 않는 아이들을 번갈아 가며 집중 케어하는 ‘육아 품앗이’인 셈이다. 이씨는 “주말이라도 아빠가 온전히 아이를 맡아줘야 엄마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집안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쌍둥이 딸 채린·예린(5)양을 키우는 이승흠(40)씨는 아내의 권유로 해치파파스에 들어왔다. 이씨는 “가족끼리 외출하면 부모가 각각 애들에게 매달려야 하는데 여기선 아이들끼리 어울려 놀고, 아빠들이 돌아가며 쉴 수도 있다”며 “육아 난도가 확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년 1월 셋째 딸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이 없는 날에도 아빠들은 육아 정책과 혜택, 아이 발달을 돕는 놀이 교육 등의 정보를 나눈다. 1인 자영업자 아빠들에게는 서울시의 ‘배우자 출산 휴가 급여’ 제도를 알려주고, 아이 양육을 고민하는 아빠에게는 서울시육아종합지원센터의 ‘맞춤형 양육 코칭’을 받아보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아이를 키우며 마주하는 돌발 상황에서도 아빠들은 서로의 멘토-멘티가 되어준다. 고영성씨는 “지난달 딸이 수은 전지를 삼킨 것 같아 급히 응급실로 향하며 해치파파스에 상황을 알렸더니 아빠들이 ‘혹시 삼켰더라도 내시경으로 꺼낼 수 있다’고 안심시켜주고, 소아 응급 센터를 검색해줘 고마웠다”고 말한다. 육아 휴직을 내고 일곱 살 외동아들 민준이를 키우는 김지수(42)씨는 “둘째는 엄두도 못 냈는데, 이 아빠들과 함께라면 키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5월부터 아내와 둘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 모임에서는 낯을 가려 울음을 터뜨리던 민준이도 삼촌들에게 먼저 달려가 안기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데 스스럼없다.

아빠들의 공동 육아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서울 200인의 아빠단에서 매주 공유되는 미션을 수행하고, 온라인에 후기를 공유한다. 일상 미션·교육 미션·관계 미션 등 아이와 아빠가 함께할 수 있는 놀이들이다. 방문이나 복도에 다양한 높이로 털실을 연결한 뒤 줄에 닿지 않고 통과하는 ‘아빠와 함께 미션 임파서블’, 양말 뭉치로 공을 만들어 경기를 하는 ‘거실 홈림픽’ 등 매주 새로운 미션이 공유된다. 딸 아진(11)양과 아들 아성(8)군을 키우는 직장인 노환희(41)씨는 “눈썰매장부터 글램핑장까지 아이들과 다니는 곳도 다양해졌고, 집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주니 아이들과 사이도 좋아졌다”고 했다. 아진양은 “아빠와 해치파파스 모임 가는 날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해치파파스에선 한 살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린다. 이준(4)·이현(1) 두 아들을 키우는 송용주(39)씨는 “한 살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우리 아이가 저 나이일 때는 어떤 걸 준비해야겠다’고 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아들 성헌(4)군과 딸 서윤(2)양을 키우는 맞벌이 직장인 최지수(42)씨는 “육아 고민이 많은 주변 아빠들에게도 서울 200인의 아빠단과 해치파파스에 지원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200인의 아빠단 경쟁률은 5.6대 1을 기록했다. 해치파파스는 서울시에 사는 육아에 관심이 많은 아빠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인의 아빠단에서 시작된 자발적인 공동 육아 모임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고, 부모가 함께 자녀를 돌보는 맞돌봄 문화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이런 모임이 서울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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