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기준 협의” “경쟁 막는 카르텔” AI 개발 제한에 커지는 ‘독점’ 논란

이혜리 기자 2026. 9. 17.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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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 속도 조절·안전성 평가 꺼내며 ‘반독점법 제한적 면제’ 요청
빅테크 중심 협력에 전문가들 “한국·중국 등 경쟁 제한할 우려” 지적도

미국 인공지능(AI) 기업 수장들이 AI 개발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며 안전 기준을 만들자고 촉구하고 있지만 시장을 지배하는 소수 기업들의 담합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소수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AI 시장 구도가 안전 기준에 대한 기업들의 광범위한 협력을 더디게 하는 형국이다.

17일 외신을 종합하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 개발 속도조절, 외부기관의 안전성 평가, 국제적 협력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미국 정부에 ‘반독점법 적용의 제한적 면제’를 요청했다.

반독점법은 기업들이 담합을 하거나 독점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다. 경쟁 기업들이 모여 모델 개발 속도제한 방안을 협의하는 것은 일종의 담합행위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요청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앤드루 퍼거슨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AI 기업들이 경쟁자를 막을 “진입장벽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색스 백악관 과학기술자문위원장도 “카르텔처럼 보인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반독점법 면제를 한 사례가 없지는 않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보험회사가 그 예다. AI가 인류멸망론까지 거론되는 중요 이슈라는 점에서 안전에 국한된 기업 간 협력이라면 경쟁을 해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픈AI도 그런 맥락에서 이번 사안에 앤트로픽·구글과 AI 안전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AI와 공정거래법을 연구하는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건은 AI 안전을 위한 협력 자체가 아니라 이를 명분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합의가 이루어지는지 여부”라며 “예컨대 프런티어 모델 기업들이 안전 협력을 빌미로 AI 투자 규모, 모델 개발 속도 또는 출시 시기를 제한하기로 합의한다면 경쟁제한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과 교수는 “경쟁법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통해 더 낮은 가격, 더 좋은 품질의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지금 논의는 혁신을 정지시키겠다는 합의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라며 “경쟁법이 의도하는 바와는 배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AI 안전과 관련해 미국 빅테크들이 어디까지 손을 잡을 수 있게 할 것인가’라는 미국의 독점 논쟁은 한국 등 다른 나라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안전 기준을 만드는 테이블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점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AI 시장에선) 경쟁법에서 말하는 지리적 시장 획정(어디까지를 하나의 경쟁시장으로 볼지)이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속도조절론이)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사업자에게도 해당될 수 있고, 그 지점에서 중국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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