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니박 개인전 ‘무한화서’…수묵으로 그린 사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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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수묵의 숲 한가운데 빨간 소파 하나가 놓였다. 추니박의 개인전 '무한화서(無限花序)'가 9월 19일부터 12월 20일까지 경기 파주시 한주아트스페이스 전관에서 열린다.
몽생미셸, 태평양, 태국, 독도 등을 소재로 한 '다도해'를 비롯해 '산벚꽃이 핀 숲', '사유의 숲-빨간 소파', '길 위의 사색' 시리즈 등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이번 '무한화서'에서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사유수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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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넘는 ‘다도해’부터 대작 ‘산벚꽃이 핀 숲’까지 최근작 12점 실험수묵·사생수묵 거쳐 ‘사유수묵’으로…12월 20일까지 파주 한주아트스페이스

이번 전시는 추니박의 최근 작업 가운데 사유와 산책을 주요 소재로 삼은 작품 12점으로 구성했다. 몽생미셸, 태평양, 태국, 독도 등을 소재로 한 ‘다도해’를 비롯해 ‘산벚꽃이 핀 숲’, ‘사유의 숲-빨간 소파’, ‘길 위의 사색’ 시리즈 등을 한자리에서 소개한다.
작품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먹이다. 추니박은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다뤄왔다. 풍경을 그리는 형식도 하나에 머물지 않았다. 전시 공간이나 프로젝트의 성격에 맞춰 작업을 달리하기도 했다. 한주아트스페이스 정형탁 디렉터는 이런 작업의 변화를 ‘실험수묵’, ‘사생수묵’, ‘사유수묵’으로 구분했다. 이번 전시는 그중 최근의 ‘사유수묵’에 초점을 맞춘다.
‘다도해’는 130X350㎝ 크기의 대작이다. 채색을 절제하고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릭으로 여러 섬을 펼쳐놓았다. 몽생미셸과 태평양, 태국, 독도 등 서로 다른 장소의 풍경이 한 화면 안에 자리한다. 섬들은 크기와 생김새를 달리한 채 수면 위에 떠 있는 듯 배치됐다.
‘산벚꽃이 핀 숲’은 130X386㎝ 크기로 제작했다. 검은 나무들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그 사이로 연한 벚꽃이 번진다. 오른쪽 아래에는 숲 안쪽으로 들어가는 듯한 길이 놓였다. 검은 먹이 만든 나무와 바위, 밝은 바탕과 옅은 꽃의 대비가 긴 화면을 따라 펼쳐진다.
‘사유의 숲-빨간 소파’에서는 화면을 가득 메운 숲과 작은 빨간 소파가 맞선다. 수많은 나무와 잎을 먹으로 세밀하게 쌓은 가운데 붉은 소파만 색을 얻었다. 거대한 숲에 비해 소파는 작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에 머문다.
‘길 위의 사색’ 시리즈 6점도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이다. 숲길 위에 빨강과 파랑, 노랑 등의 소파를 배치했다. 흑백에 가까운 나무와 길 사이에 색을 입은 소파가 홀로 놓여 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빈 의자를 통해 침묵과 존재를 다룬 작품들이다.
전시 제목 ‘무한화서’도 추니박의 작업을 읽는 열쇠다. 화서(花序)는 꽃이 피는 순서인 꽃차례를 말한다. 유한화서와 무한화서로 나뉘는데 유한화서는 위에서 아래로, 안에서 밖으로 꽃이 피며 무한화서는 아래에서 위로, 밖에서 안으로 핀다. 무한화서는 뿌리와 줄기가 살아 있는 동안 성장에 제한이 없다는 특징을 갖는다.
정형탁 디렉터는 이러한 무한화서의 특성을 추니박의 작품 변화에 빗댔다. 한 가지 기법이나 형식으로 작가의 작업을 규정하기 어렵고 앞으로 어떤 작업을 내놓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추니박의 수묵 실험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동풍전’을 열고 칠판에 분필로 산수를 그리는 영상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흐린 수묵 풍경을 벽에 거는 대신 천장에 매달기도 했다. 전통적인 수묵의 재료와 전시 방식을 여러 방향에서 시험했던 시기다.


1966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추니박은 홍익대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관훈미술관 ‘동풍’,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Collected Landscape’,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풍경여행’, 성곡미술관 중견작가 초대전 ‘길을 묻다’ 등 국내외에서 50여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2006년 중국 심천 관산월미술관, 2010년 프랑스 파리 살롱 드 데생 컨템포러리 아트페어, 2011년 호주 시드니미술관, 2014년 카자흐스탄 독립궁 현대미술관, 2018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LA아트쇼 2026에도 참가했으며 제주와 호주, 파리, 미국 등에서 레지던시와 아트페어 활동을 펼쳤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국회도서관, 미술은행, 사비나미술관, OCI미술관, 일민미술관, 겸재정선미술관, 가나아트센터, 금호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한주아트스페이스 3.5층과 4층 전관에서 매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개막 행사는 9월 19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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