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넘으면 ‘깨끗한 뇌’?...부검해 보니 ‘타우·혈관’ 병리 흔해

이석호 기자 2026. 9. 17. 20: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UCLA, 25년간 100세 이상 22명 뇌 부검
뇌 무게, 초고령 집단서 급감...“타우 더 쌓여”
타우 병리 외 다른 신경퇴행성 변화들도 동반
뇌혈관질환 부담 훨씬 커...“노폐물 제거 약화”
신경퇴행성 병리 많아도...인지 저하와는 별개
제미나이 생성

장수 노인들의 사후 뇌에는 어떤 변화가 남아 있을까. 100세 이상 초고령자들의 뇌를 부검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의 대표 병리인 아밀로이드 덩어리는 70~90대와 비슷하게 쌓였지만 타우 단백질 축적과 뇌혈관질환은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절반에서는 3가지 이상의 신경퇴행성 병리가 함께 발견됐다. 연구팀은 초고령자의 뇌 변화가 특정 병리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고, 인지장애와의 연관성을 이해하려면 여러 병리가 동반되는 양상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美 UCLA, 25년간 100세 이상 22명 뇌 부검

미국 UCLA 연구팀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간 100세 이상 초고령자 22명의 부검 자료를 분석했다. 부검은 모두 UCLA 대학병원에서 이뤄졌다. 이들 중 15명은 사망 당시 99~109세였던 '백세인(centenarian)', 나머지 7명은 111~115세의 '초백세인(supercentenarian, 110세 이상 노인)'이었다. 평균 사망 나이는 105세로, 여성이 17명으로 남성(5명)보다 많았다.

연구팀은 이들을 2024~2025년 같은 병원에서 부검을 받은 70~90세 고령층 24명과 비교했다. 100세 이상 22명 중 15명은 전신 부검을, 나머지 7명은 뇌만 부검했다. 이어 아밀로이드 베타, 인산화 타우, 알파시누클레인, TDP-43 등 단백질의 분포와 축적 양상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병, 해마경화증 등 다양한 신경퇴행성 병리가 있는지도 확인했다.

분석 결과, 전신 부검을 받은 100세 이상 15명의 사망 원인은 폐렴이 가장 많았고, 심장 아밀로이드증이 그 뒤를 이었다. 100세 이상 22명 가운데 7명(32%)에서는 심장을 포함한 아밀로이드 침착이 관찰됐다. 이 중 3명은 전신 혈관벽에 아밀로이드가 침착됐다. 반면 70~90세 대조군에서는 심장 아밀로이드증이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노인성 전신 아밀로이드증은 80세 이상 인구의 11.5~2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모든 형태의 아밀로이드증이 과소 진단되고 있다"며 "100세 이상 노인의 심장 기능 저하를 평가할 때 아밀로이드증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으로 사망한 사례는 방광암 전이 1명뿐이었다. 이는 초고령자의 경우 암 발생률 자체가 낮아지고 발생하더라도 공격성이 약해진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연구팀은 "100세 이상 노인에서 암이 드물게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최근 초고령자 말초혈액 단핵세포에서 세포독성 CD4 T세포가 늘어나 종양에 대한 면역 감시 기능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 뇌 무게, 100세 이상서 급감..."고령일수록 타우 더 쌓여"

100세 이상 노인의 뇌 무게는 70~90세 노인보다 가벼웠다. 초백세인 집단 안에서도 나이가 많을수록 뇌 무게가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부검 시 측정한 뇌 무게는 대조군 평균 1,227g, 백세인 1,125g, 초백세인 987g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뇌 위축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뇌 무게 감소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다양한 신경퇴행성 병리와 뇌혈관질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특히 100세 이상 집단의 경우 대조군 집단보다 뇌에서 신경섬유매듭 축적이 유의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고령일수록 해마와 내측 측두엽에 타우 단백질이 쌓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아밀로이드 덩어리(플라크) 축적 정도는 두 집단 간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중등도 이상의 아밀로이드 축적은 100세 이상 노인의 80~86%에서 확인돼 대조군(67%)보다 높은 비율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아니었다.

특히 100세 이상 집단에서 절반인 50%는 서로 다른 신경퇴행성 병변이 3가지 이상 동반돼 있었다. 이는 대조군(25%)의 두 배 수준이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근거로, 고령자의 인지장애가 특정 병변 하나보다 여러 신경퇴행성 병리 변화가 겹치면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타우 병리 외 다른 신경퇴행성 변화들도 동반

이번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구분되는 '변연계 우세 노화 관련 TDP-43 뇌병증(LATE-NC)'도 주목됐다. LATE-NC는 TDP-43이라는 단백질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와 측두엽 등 뇌 부위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생기는 신경퇴행성 변화다. 대조군에서는 LATE-NC가 전체의 29%였던 반면, 100세 이상 집단에서는 59%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해마 조직이 굳어 손상되는 해마경화증 역시 100세 이상에서 흔하게 나타났다. 해마 경화증은 100세 이상 22명 중 10명(45%)에서 관찰됐지만, 대조군에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마경화증이 있던 10명 중 9명에서는 LATE-NC도 발견돼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뿐 아니라 뇌의 성상교세포(별세포)에 비정상적으로 쌓이는 ARTAG도 100세 이상 집단의 주요 병리였다. 연구팀이 전두엽에서 ARTAG를 분석한 결과, 100세 이상 집단에서는 36%였던 반면 대조군은 4%에 그쳤다, 특히 해마에서 중증 ARTAG를 보인 비율은 100세 이상 집단에서 36%였지만, 대조군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 뇌혈관질환 부담 훨씬 커..."노폐물 제거 약화"

뇌혈관 건강을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100세 이상 집단은 대조군보다 더 나쁜 양상을 보였다. 100세 이상 집단 모두에게서 동맥경화가 어느 정도 관찰됐다. 이 중 68%는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됐다. 대조군에서 중등도 이상 동맥경화를 보인 비율은 42%에 그쳤다. 가는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세동맥경화증 역시 100세 이상 집단 전원이 뇌의 최소 한 부위 이상에서 중등도 이상으로 확인됐다.

작은 뇌경색도 마찬가지였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열공경색은 100세 이상 집단에서 27%,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미세경색은 55%에서 나타나 대조군 각각 4%, 17%를 크게 웃돌았다.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혈관 벽에 쌓이는 뇌아밀로이드혈관병증(CAA)도 후두엽 기준 100세 이상 집단의 82%에서 확인돼 대조군(46%)의 거의 두 배였다.

연구팀은 나이 들수록 뇌혈관질환 부담이 커지는 점이 ARTAG나 LATE-NC가 초고령층에서 유독 많이 관찰되는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혈관이 노화되면서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기능과 혈액뇌장벽이 함께 약해지고, 이는 다시 타우 단백질이나 TDP-43 등 비정상 단백질의 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신경퇴행성 병리 많아도...인지 저하와는 별개

이번 연구는 100세 이상 생존자의 뇌가 병리학적으로 '깨끗한 뇌'라는 통념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다양한 신경퇴행성 변화가 발견됐더라도 모든 초고령자가 심각한 인지 저하를 겪은 것은 아니다. 생전 인지기능과 관련한 문제가 어느 정도 기록된 비율은 100세 이상 집단이 59%로, 오히려 대조군(75%)보다 낮았다.

사망 몇 년 전 인지기능검사(MMSE)를 받은 4명 중 3명은 90대 초반까지 25점 이상의 정상 범위 점수를 유지하기도 했다. 뇌혈관 건강이 초고령자의 인지기능 유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구팀은 여러 병리가 겹쳐 쌓인 부담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초고령자의 인지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다만 단일 병원에서 부검에 동의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후향적 관찰 연구로, 표본이 작고 백인 참가자 비중이 높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또한 상당수 참가자에게 생전에 받았던 정식 인지기능검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6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노화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Aging)'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Magaki S, Tung S, Sinclair DJ, Williams CK, Paganini-Hill A, Murillo A, Aung S, Goldstein J, Vulcain D, Salamon N, Martinez A, Valiente Banuet L, Chang T, Addo-Osafo K, Vossel K, Peng C, Fishbein MC, Vinters HV. Neuropathology of centenarians and supercentenarians: an autopsy study. Neurobiology of Aging (2026)

Copyright © 본 기사의 저작권은 디멘시아뉴스에 있으며, 사전 동의 없는 무단 복제·배포·전송·변형을 일체 금합니다.